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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장이 사라지면서 지역축제는 농촌지역 주민들의 유일한 문화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5일장이 사라지면서 지역축제는 농촌지역 주민들의 유일한 문화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 조경국
작년 이맘때쯤 대부분의 언론에서는 '지역축제'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보도가 쏟아졌다. 생색내기용, 선거전 민심 확보용으로 이용되고 있다며 쓸데없는(?) 축제는 통폐합 해야 한다고 엄포를 놓았다. 지역축제라는 것이 특색이라곤 전혀 없으며 볼거리도 빈약하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다.

한 자치단체의 벚꽃축제. 대부분의 자치단체에서 1년에 한두번의 지역축제를 연다.
한 자치단체의 벚꽃축제. 대부분의 자치단체에서 1년에 한두번의 지역축제를 연다. ⓒ 조경국
그래도 모든 지역축제가 문제가 있다고 하기에는 미안했던지 몇몇 지역축제의 성공사례를 들고 다른 지역축제도 이런 모습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친절하게 조언을 덧붙였다.

올해에는 이런 보도가 뜸한데 아마 지역축제가 절정을 이루는 10월이면 어김없이 문제점을 지적하는 보도가 나올 것이다. 지역축제가 내용도 없이 치러지고 있으면서 국민들의 혈세만 낭비하고 있다는 그들의 지적은 대부분 틀린 말이 아니다.

지역 축제, 외부인 아닌 지역민들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현재 전남권에서 10월에 계획돼 있는 축제만 해도 '구례 피아골 단풍축제', '순천만 허수아비·메뚜기 들녘축제', '곡성 심청축제' 등이 있다. 살펴보면 이들 축제뿐 아니라 각 지자체마다 1년에 한번 이상은 축제를 계획하고 있을 정도로 민선지방자치가 시작되면서 지역축제는 확대됐다.

지역축제란 것이 준비도 부족하고 예산만 낭비하는 속 빈 강정과 같다는 언론의 지적은 사실이다. 자치단체에서 아무런 특색도 없는 지역축제를 열어 외부 관광객들을 끌어들이지도 못하고 세금만 낭비했다면 이것은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한다.

특히 지역축제를 단순히 외부 관광객을 많이 끌어들였는가, 지방 특산물을 많이 팔았는가, 언론에 얼마나 많은 홍보를 했는가라는 관점에서 보면 대부분의 지역축제는 낙제점을 받아야 한다. 이런 지적은 지역민의 입장이 아닌 외지인(특히 도시인)의 입장에서 볼 때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예산을 낭비하고 있고 수준을 떨어진다는 지적도 그 지역만이 소화해 낼 수 있는 문화공연을 발굴해 낸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예산을 낭비하고 있고 수준을 떨어진다는 지적도 그 지역만이 소화해 낼 수 있는 문화공연을 발굴해 낸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 조경국
농어촌 지역 주민보다 더많은 문화적 혜택을 누리며 사는 도시인의 눈으로 본다면 지역축제라는 것이 그 지역 농산물이나 팔고 그저그런 볼거리를 제공하는 촌스런 동네잔치같이 느껴질 수도 있다.

영화, 연극, 각종 연주회 등 수준높은 볼거리를 끊임없이 제공받는 도시인들에게 지역축제가 보여주는 모습은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지역축제가 한 수 아래의 하위 문화로 취급받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5일장 쇠퇴이후 지역민의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아

그러나 지역민들에게는 지역축제가 1년 중 유일한 문화공간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농촌을 기반으로 한 지역축제의 이곳저곳을 둘러보면 지역민들은 이름조차 모르는 가수가 노래를 불러도 무대 앞까지 나가 춤을 추고 박수갈채를 보내고, 작은 볼거리에도 흥분한다.

농어촌의 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5일장이 급속히 쇠퇴하면서 지역민들의 놀이문화도 차츰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 놀이문화를 지역축제가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이벤트 업체가 진행하는 외부인에게 보이기 위한 행사를 철저히 배제하고 지역의 특성을 제대로 살리고 지역민의 참여가 이뤄져야만 진정한 지역축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벤트 업체가 진행하는 외부인에게 보이기 위한 행사를 철저히 배제하고 지역의 특성을 제대로 살리고 지역민의 참여가 이뤄져야만 진정한 지역축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 조경국
축제가 있는 날이면 농사일로 땀에 절은 평상복을 벗고 외출복으로 차려입고 구경에 나서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쉽게 볼 수 있다. 사실 지역민들로선 모내기 전이나 추수 후 마을계를 모아 단체관광을 가는 것 외에 일상에서 탈출할 수 있는 기회는 지역축제 밖에 없다. 외부인들의 평가가 어떻든 지역민에게는 아주 소중한 시간이다.

지역축제가 지역민의 참여를 높이는 동시에 농산물 판매와 지역홍보, 관광객 유치까지 성공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세련된 홍보 전략이 필요하고 그에 맞는 예산확보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자체의 예산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지역축제가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얻기 위해서는 다른 것은 제쳐두고라도 지역민들의 호응을 먼저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벤트 업체가 진행하는 외부인에게 보이기 위한 행사를 철저히 배제하고 지역의 특성을 제대로 살리고 지역민의 참여가 이뤄져야만 진정한 지역축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혈세를 낭비하고 있고 수준을 떨어진다는 지적도 그 지역만이 소화해 낼 수 있는 문화공연을 발굴해 낸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지역민들의 참여 속에서 치러지는 한바탕 난장같은 지역축제를 만들어내는 노력이 무엇보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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