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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구독 신청하면 공짜 자전거를 주겠다는 이런 광고판이 곳곳에 널려있다
신문 구독 신청하면 공짜 자전거를 주겠다는 이런 광고판이 곳곳에 널려있다 ⓒ 황종원
깜짝 놀랐다. 삼천리 21단 자전거를 그냥 가지고 가라 한다.

"사장님, 신문 보시기만 하면 됩니다."

신문 지국 사람이 나를 잡는다. 지나가는 사람 중에 30대 이상을 누구나 잡고 권한다. 공짜로 주겠다는데도 자전거를 받으려고 줄 서 있는 사람들은 없다. 가끔 걸음을 멈추고 받아가는 사람은 있다. 빅3 중 하나인 이 신문이 이 정도로 신문 구독을 확장하여야 하는 것인가. 신문 한 부 판다고 얼마나 남는 것일까. 자전거는 10만여 원은 넘어 보였다.

나는 A신문을 본다. 어렸을 때 아버지 등 너머부터 본 뒤로 나는 줄곧 한 신문만을 보고 있다. 누가 뭐래도 나는 그 신문을 본다. 그 신문의 문체와 기사 방향이 내 뜻과 달라도 마치 조강지처인 양 버리지 못한다. 나는 내 자전거를 가지고 있다, 한 대를 더 가지고 좁은 집구석을 더 좁게 할 생각이 없다.

한때 자전거 한 대를 소망처럼 그리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그때의 생각이라면 지금 이 자전거는 꿈의 자전거다. 우리 동네는 40대 이상이 주로 살고 있다. 자전거를 탈 나이는 지났다. 자동차를 즐겨 타는 늙은 세대의 아파트촌이다.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도 별로 없는 아파트 단지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짐 자전거를 힘들게 타던 때 꿈으로만 꾸던 자전거를 주는 이상하고 신기한 세상이 지금이다. 자전거를 주어도 지금 보던 신문을 바꾸거나 다시 한 부 더 보겠다는 사람들이 버글대지 않는 것도 신기하다. 공짜라면 양잿물이라도 먹고 죽던 가난한 시절이 있었다. 지금도 공짜라면 마다하지 않지만 공짜라도 골라서 갖겠다는 세상 인심이다.

새 독자에게 주는 자전거 값은 누가 내는 것일까? 구독료에 포함될 것이다. 독자들이 부담할 몫이다. 원가 상승 때문에 신문 구독료를 올리겠다고 할 때는 이번의 자전거 값도 포함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것인가. 방금 창간하여 독자를 늘려야 하는 신문이 아니고 이제 자리 잡은 중년의 연륜을 가진 신문이면서 이렇게 까지 "내 신문 보아주세요"하는 노력이 눈물겨울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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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본부 iso 심사원으로 오마이뉴스 창간 시 부터 글을 써왔다. 모아진 글로 "어머니,제가 당신을 죽였습니다."라는 수필집을 냈고, 혼불 최명희 찾기로 시간 여행을 떠난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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