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아프간 침공, 1년이 되는 8일 여성·평화·학생·민중단체들이 모두 한 목소리로 "이라크 공격 반대"를 외쳤다. 전쟁을 반대하는 여성연대,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환경운동연합, 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 청년학생반전위원회 등 47개 단체는 이날 아침 11시 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의 이라크 공격은 석유 패권과 군수산업의 이익을 채워주기 위한 더러운 전쟁"이라며 부시행정부는 이라크에 대한 공격계획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왜 젊은이들과 우리 국민의 세금이 더러운 전쟁에 동원돼야 하냐"며 미국이 요청하면 이라크 공격을 원조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규탄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는 필리핀, 일본, 푸에르토리코, 미국 등지에서도 함께 개최되는 '반전평화 국제행동'의 일환으로서 더욱 큰 의미를 지닌다.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정경란 씨는 "지난 8월에 있었던 두 개의 서로 다른 국제평화회의에서, 미국의 이라크 전쟁 기도를 반대하는 국제행동을 미국의 아프간 공격일에 즈음해 열자는 의견이 우연히도 똑같이 나왔다"라며 "당시 회의에 참가했던 평화·여성단체들이 뜻이 모아져 국내에서도 오늘의 행사를 준비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아시아평화연대 소속 일본단체들은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계획은 또다른 절망적인 전쟁을 이끌고 민간인의 삶을 희생시킬 것"이라며 일본에서도 7일 동경·히로시마·삿포로 등지에서 미국의 대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고 연대사를 보내왔다.
특히 이날 행사는 여성들의 주도적인 참여가 돋보였다. 기자회견에 이어 인사동 남 인사마당에서 열린 문화제에서 '전쟁을 반대하는 여성연대' 회원은 "일본군 성노예의 역사가 청산되지도 않은 지금, 세르비아의 인종청소를 위한 집단강간의 기억이 채 사라지지도 않은 지금, 우리는 탈레반이 물러간 아프간 땅에서 파슈툰 족을 대상으로 한 집단학살과 강간을 지켜봐야 했다"라며 "전쟁의 피해자로 오랫동안 잊혀져 온 모든 여성, 장애인, 소수인종, 성적소수자, 어린이 등 모든 사회적 약자들의 이름으로 전쟁과 폭력을 거부한다"라고 천명했다.
참가자들은 미사일 무기 모형에 꽃을 꽂아 꽃밭을 만들고, 성조기에 발도장을 찍으며 전쟁에 반대하는 마음을 표현했다. 행사장 한켠에는 푸에르토리코 여성들이 평화를 염원하며 만들어 보내온 퀼트(천조각을 이어 만든 것)가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평화인권연대 최정민 활동가는 "우리사회에서 여성들은 전쟁과 군대에 관해 말하는 것이 자유롭지 않은데, 여성들이 '전쟁 반대'에 한 목소리를 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인권하루소식 2002년 10월 9일자 (제219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