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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주혁
개인적으로 포크에 관해서 애정이 큰 편은 아니지만 브리티쉬 포크만큼은 지속적으로 애정을 가지고 있으며 계속 라이브러리를 늘여가려고 애쓰는 중이다. 그만큼 뛰어난 음악을 담고 있는 심도있는 장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1973년도에 스페인의 Movie Play Gong레이블에서 발매된 이 작품은 1978년에서 1982년까지 활동했던 브리티쉬 록그룹인 Doll by Doll의 리더이자 보컬리스트였고 기타리스트였던 재키 레븐의 솔로 프로젝트이다.

물론 Doll by Doll 역시 마이너 밴드였지만 이 작품은 최근에 재발굴되기 전까지는 몇몇 비트닉들 사이에서 소문만으로 알려져있던 소문속의 그 무엇일 따름이었다. 수백 파운드를 호가하는 오리지널 LP와 독특한 커버아트로 이름높은 이 작품이 이번에 라이센스로 발매되었기에 기쁜 마음으로 소개를 올리는 바이다.

이 작품의 갈래를 소위 말하는 애시드 포크(Acid Folk:환각적인 몰입을 그 골조로 하는 포크 사운드)에 집어넣기에 전혀 무리가 없어 보인다. 다채로운 효과음이 적절하게 삽입되어 있으며 사운드는 마치 풀어헤쳐진 듯 하게 전개되는 모습이 싸이키델릭하게 다가오며 이는 전형적인 애시드 포크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앨범 자체를 살펴보자. 첫 번째 청취가 끝나고 나서 과연 이 음반이 진짜로 1973년에 발매되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만큼 이 안에 담겨있는 정서는 지금의 것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만큼 세련되어 있다. 우울하게 진행되는 단촐한 어쿠스틱 기타와 그의 목소리위로 잔뜩 딜레이가 먹여진 일렉트릭 기타소리가 마치 U2의 그것마저 연상시키는 오프닝 넘버인 'Soft Lowland Tongue', 10분이 넘는 시간동안 장대하게 펼쳐지는 싸이키델릭 포크록 'The Problem'은 이 앨범의 압권이라 해도 과하지 않을 듯 하다.

표독스럽게 달려드는 일렉트릭 기타와 중간에 삽입된 플루트의 환각적인 연주가 어우러지는 부분은 정말 압도적인 싸이키델릭 잼이다. 게다가 중간중간 숨을 돌릴 여유를 주는 전원적인 서정의 노래들인 'I'm Always a Prinlaws Boys'같은 곡이나 'Mansion Tension'같은 곡들은 담담하게 진행되지만 깊은 여운을 남기는 브리티쉬 포크 특유의 진행을 따르고 있기도 하다.

이 앨범은 이번에 국내에 발매되면서 오리지널 LP의 디자인을 그대로 담은 페이퍼 슬리브 CD로 재발매되었으며 그 안에는 재키 레븐 자신이 보낸 편지와 희귀한 포스터 그리고 그가 직접 쓴 음반에 관한 해설지가 담겨있다. 뿐만 아니라 몇 달 안에 LP로도 재발매될 예정이라고 한다.

분명 너른 들판의 풀만큼이나 많은 수의 뮤지션들이 살아있었고 그들은 음반을 발매했었다. 그 중에서는 실력이 좋아도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한 뮤지션들이 얼마든지 있음이다. 이 작품은 분명 합당한 실력에도 불구하고 당시에 평가받지 못했던 불운한 뮤지션의 절절한 소리들이 담겨있다. 깊어만가는 가을에 이 작품으로 유럽 애시드 포크의 진면목을 확인해보는 것도 의미깊은 일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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