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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한나라당 입당을 발표한 전용학(왼쪽), 이완구 의원(오른쪽)
ⓒ 오마이뉴스 최경준

이완구(충남 청양·홍성) 자민련 의원과 전용학(충남 천안갑) 민주당 의원이 14일 오후 한나라당에 전격 입당했다.

한나라당은 이들의 입당으로 충청권의 지지세 강화에 나서는 한편 추가로 입당 의사를 밝혀온 민주당 의원 2∼3명과 자민련 의원 3∼4명과도 집중 접촉중인 것으로 알려져 추가 입당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두 의원 입당으로 한나라당은 원내 과반수보다 5석이 많은 142석으로 늘어났다.

반면 민주당은 "기회주의자를 훔친다고 민심까지 훔칠 수는 없다"며 한나라당과 두 의원을 싸잡에 비판하고 나섰다. 특히 민주당은 두 의원의 입당 소식이 알려지자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 대한 정부측 답변이 예정돼 있던 국회 본회의를 거부하는 등 정치권이 파행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민주당과 자민련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이 두 의원의 입당을 강행한 데는 정몽준(무소속) 의원을 겨냥, 충청권 지지세를 강화하고, 반창연대를 저지하기 위해 '각계격파'를 통한 역(逆) 정계개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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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학과 이완구의 이름을 기억하자

일단 대선을 60여 일 앞둔 상황에서 두 의원의 한나라당 입당은 이합집산에 의한 정계개편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민주당 '친노·반노' 그룹의 후보단일화 논의와 정몽준 의원의 '국민통합 21' 신당 창당 작업이 차질을 빚는 등 여타 대선후보 진영은 새로운 전략 등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특히 자민련은 이완구 의원의 탈당으로 연쇄탈당이 예상되는 등 붕괴조짐까지 보이고 있어 김종필 총재가 향후 어떤 선택을 하게 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회창 후보 대선승리 위해 최선 다할 것"

▲ 자민련 이완구 의원
이완구 의원은 이날 오후 2시 의원회관에서 전용학 의원과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대선을 앞두고 어떤 형태로든 정치지형이 다시 짜여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치적 선택을 해야 했다"며 "이 나라의 미래를 어떤 사람에게 맡길 것인가를 미래지향적이고 대승적 차원에서 결단하게 됐다"고 한나라당 입당 배경을 설명했다.

이완구 의원은 또 성명서를 통해 "한나라당이 이 나라의 미래를 맡을 수 있는 책임정당이고, 이회창 후보가 다가올 새시대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지도자라는 것을 확신하게 됐다"며 "개인적으로 한나라당에서 정치를 시작했고, 정치적 신념과 이념은 한나라당이 지향하는 점과 같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장에 조금 늦게 도착한 전용학 의원은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받고 원내에 안정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정당과 세력만이 신뢰의 위기를 극복하고 민생과 국정혼란을 해소할 수 있다"면서 "고심 끝에 현재의 둥지를 떠나 새 출발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성명서를 통해 "한나라당과 이회창 후보의 집권을 통한 정치안정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역사의 대세라고 확신한다"며 "한나라당과 이회창 후보의 대선 승리를 위해 백의 종군하는 자세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두 의원은 한나라당에 입당함으로써 "양지를 쫓는 전형적인 철새 정치인"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신한국당(한나라당 전신)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가 98년 탈당해 자민련 원내총무까지 지낸 이완구 의원은 이러한 비난에 대해 "상황에 따라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자민련은 물리적으로 대선 후보를 낼 수 없기 때문에 한나라당에 입당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총선 때 자민련에 공천신청을 했던 경력이 있고, 민주당 대변인까지 지낸 전용학 의원은 자신에게 쏟아질 비난을 의식한 듯 상당히 경직된 표정으로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고, 번뇌했다"며 "어려운 처지에 있는 동료 의원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인제 의원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자신의 선대위 대변인을 맡았던 전용학 의원이 한마디 상의없이 탈당한 데 대해 불쾌감을 감추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은 또 측근인 이희규 의원을 통해 끝까지 만류했으나 전 의원의 탈당을 막는 데 실패했다.

전 의원이 탈당 기자회견을 하기 직전 이완구 의원실 앞에서 전 의원을 막아선 이희규 의원은 전 의원의 탈당을 강경하게 만류했지만 소용이 없자, 이인제 의원과 전화를 연결했다. 그러나 전 의원은 이인제 의원에게 "지금은 통화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일축한 뒤 전화를 끊고, 기자회견을 강행했다.

민주 "기회주의자를 훔친다고 민심까지 훔칠 수는 없다"...얼어붙는 정치권

▲ 민주당 전용학 의원
이·전 두 의원의 한나라당 입당 소식이 알려지자 민주당은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라는 반응 속에서도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시점이 국회 대정부질문 기간이라는 점과 아시안게임 폐막으로 국민적인 관심이 쏠린 기간이라는데 뒤통수를 얻어맞은 표정이 역력하다.

이낙연 대변인은 즉시 논평을 통해 "기회주의자들을 훔친다고 민심까지 훔칠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이회창 후보가 권력욕에 빠져 절제를 잃고 정당질서마저 파괴하고 나섰다"면서 "이회창씨는 이에 따른 국민적 저항과 심판을 각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변인은 또한 전 의원을 겨냥해 "그런 정치인들이 있기에 이 땅의 정치가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한다"면서 "배신의 정치인을 국민은 용서하지 않는다, 철새 정치인의 행로가 어떤지는 정치사가 말해준다"고 주장했다.

당초 점심식사 후 본회의를 속개해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 대한 정부측 답변을 들을 예정이었던 국회는 민주당이 긴급 의총을 소집해 본회의가 다음날(15일)로 연기됐다.

민주당 의총은 한나라당과 전용학 의원에 대한 성토장이었다. 송영길 의원은 "집권 여당이 야당으로 이적한 경우는 초유의 일"이라며 "대정부 질문 기간 중에 영입한 것은 '하늘이 두 쪽 나도 집권하겠다'는 집권욕이 빚어낸 정당질서 파괴행위"라고 주장했다.

배기선 의원은 "지역감정에 호소해 얻을 수 있는 표를 다 얻자는 것"이라고 말했고, 임채정 의원은 "한나라당의 작태가 정치공작이라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고 보다 근본적으로 의회정치를 파괴하고 일당독재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배기운 의원은 "왜 전용학, 개인에 대한 이야기는 없느냐"면서 "그런 의원과 같이 생활한 것이 부끄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 의원은 "전 의원과 모든 것을 끊겠다. 그리고 그를 따라 갈 사람과도 의리를 끊겠다"면서 "우리가 뭉친다면 제2의 전용학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의총에서 규탄 결의문을 채택하고 진전 기미를 보였던 경제분야 초당적 협력기구를 일체 거부하는 등 정치권은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임채정 정책선거특별본부장은 "한나라당의 비상경제기구 제안은 기만책"이라며 "이제 이 시점에서 일체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결의문에서 "한나라당과 이회창 후보는 권력욕에 눈먼 '의원 빼가기'의 구태 정치를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면서 "한나라당과 이 후보의 정치적 만행을 강력히 규탄하며, 국민들과 함께 강력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인의 말과 행동은 무엇인가
민주당 대변인 시절 전용학 의원의 '말-말-말'

14일 한나라당에 전격 입당한 전용학 의원은 지난 2001년 3월부터 11월 초까지 민주당 대변인으로 있으면서 역설적이게도 누구보다 한나라당과 이회창 후보의 비판에 앞장선 바 있다. 그가 한 말은 지금도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그대로 남아있다.

전 의원은 지난 2001년 3월 29일 대변인 취임 후 발표한 첫 논평의 제목은 '이회창 총재의 실체는 무엇인가'였다. 때가 '정치의 계절'이라고는 하나 그가 대변인 시절 내놓은 논평을 보면 과연 정치인의 말과 의식, 행동은 무엇인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다음은 그가 대변인 시절 발언한 내용의 몇 사례다.

"내 편은 죄가 있어도 감싸고, 내 편이 아닌 사람은 죽여놓겠다는 이회창 총재식의 탄핵정치는 상생의 정치가 아니라 상살의 정치이다"(2001년 4월30일)

"이회창 총재는 스스로 공정하고 따뜻한 보수라 지칭했는데 재벌 등 특권 기득권층을 편드는 지극히 수구적이고 편파적인 입장에 서 있을 뿐, 서민과 힘없는 사람에게는 냉정하고 차가운 본질을 감추기는 어려울 것이다."(2001년 5월 23일)

"자신들의 가족들은 국민 모두가 이행하는 병역의 의무에서 특혜를 얻어야하고 자신에게 우호적인 언론기업들은 납세의 의무에서 예외로 인정돼야한다고 주장하는 발상이 과연 법대로, 원칙대로를 내세워온 이 총재의 논리인지 참으로 궁금하다."(2001년 6월 23일)

"한나라당이 걸핏하면 노벨상을 들먹이며 사회정의 실현에 역행하는 주장을 서슴지 않는 것은 참으로 한심한 작태라 하지 않을 수 없다."(2001년 6월 20일)

"세계 유일의 포용정책 반대자가 되어 대북정책 실패를 외치는 이 총재는 고독한 선지자의 모습이 아니라 아무런 대책도 없이 그저 현정부의 실패만을 고대하는 심술난 놀부의 모습으로 전 세계에 비춰지고 있다."(2001년 6월 14일)

"지난 97년 대선에서 우리 당과 힘을 합해 한나라당에 맞서 정권교체를 이루었던 김용환, 강창희 의원이 그 동안 주장해 온 명분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치고 한나라당에 안긴 것은 정치생명 연장만을 위한 추악한 배신과 야합에 지나지 않는다."(2001년 10월 18일)

속이 복잡한 자민련, 공식논평 자제

한편 이완구 의원이 탈당한 자민련은 민주당과 달리 표면적으로는 조용하다.

자민련은 두 의원의 탈당과 한나라당에 대한 일체 논평을 내지 않았다. 유운영 대변인은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논평할 가치조차 없다"고 말했다.

김종필 총재도 말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김 총재는 오늘 탈당 기자회견 직후 보고를 받았지만 전혀 묵묵무답이었다고 유 대변인은 전했다.

민주당과 달리 이상하리만큼 조용한 자민련의 태도는 오히려 복잡한 속사정의 표현으로 보인다. 최근 JP의 당 추스리기에도 충청권 주요 의원인 이완구 의원이 탈당하므로서 JP의 힘은 더욱 약화되고 자민련의 핵분열이 가속화할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음은 이완구, 전용학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이완구 "정치적 신념과 이념, 민주보다 한나라와 가깝다"

- 한나라당으로 가고싶어하는 자민련의 다른 의원들과 상의했나.
"한나라당으로 가고싶어 한다는 말에는 어폐가 있다. 어차피 대선을 앞두고, 합종연횡이라는 말을 쓰고 싶지는 않지만, 어떤 형태로든 정치지형을 다시 짤 수밖에 없다. 정치적 선택을 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다른 의원들의 나름의 생각을 내가 얘기하는 것은 결례다. 자민련의 기본 정서는 민주당보다 한나라당과 이념, 가치, 색깔, 노선에 있어서 더 가깝다는 생각을 평소 이심전심으로 가지고 있었다."

- 98년 한나라당에서 자민련으로 갔다가 다시 복귀했는데 어쨌든 이회창 후보가 지지율이 높은 상황에서 이 의원을 두고 '양지만 좇는 철새정치인'이라는 비판도 있다.
"글쎄...상황에 따라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고, 그런 비판도 있을 수 있겠다. 그러나 나는 자민련이 대선후보를 내고, 12월 대선에서 정당으로서 확실한 역할과 국민들과 더불어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을 개연성이 적다고 생각한다. 자민련이 대선후보를 내기는 물리적으로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선택을 한 것이다.

나를 포함해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 무소속 의원들 누구나 선택하는 시점에 와 있다. 그 선택을 빨리 하느냐 아니냐의 차이다. 나는 선택을 한나라당으로 한 것뿐이다. 음지니 양지니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 비판의 시각도 알아야 하고, 피할 생각은 없다. 다만 여러 가지 중에서 선택을 해야 했고, 그 시기를 앞당긴 것뿐이다."

- 다른 당 소속인 전용학 의원과 함께 입당하는 이유는.
"같은 충청권 의원이고, 충청도 출신이고, 정치 선후배 관계다. 평소 만나면 나라의 어려움, 한계 등에 대한 얘기를 주고받다가 공감하는 바가 많았기 때문에 뜻을 같이 하게 된 것이다."

- 자민련에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나는 JP를 대단히 좋아하고, 아직 좋아하고, 앞으로도 좋아할 것이다. JP가 앞으로도 잘 되길 바라고 또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그렇게 할 것이다. JP가 비판을 많이 받고 있는 것 안다. 가까이에서 모셔보니까 나라 걱정 많이 하시는 분이다. 나의 결정은 자민련, JP와 아무 상관이 없다."

전용학 "이회창 집권은 거스를 수 없는 역사의 대세"

- 성명서에서 이회창 후보의 집권이 대세라고 했는데 언제부터 그렇게 생각했나.
"내가 처한 정치적 상황에서 나름의 노력을 했지만 최근 상황을 보면 이런 노력이 모두 무산됐다. 이제 한나라당과 이회창 후보의 집권은 거스를 수 없는 역사의 대세라고 확신하게 됐다. 최근에 그런 생각을 했다.

정치 구조와 관련 정책적 차이를 가지고 경쟁하는 양당구도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이를 위해 노력했으나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정치와 국정 안정을 위한 유일한 길은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받고 있는 한나라당이 집권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 16대 총선전 자민련 공천을 신청했다가 민주당으로 당선돼 대변인까지 했다. 어려우면 좀 좋은 곳으로 옮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에 대해서.
"(한참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에 잠겼다가) 널리 이해해주기 바란다. 고심에 고심, 번민에 번민을 거듭했다. 어려움 겪는 동료의원들에게는 미안하게 생각한다."

- 이인제 의원과 상의했나.
"전혀 상의하지 않았고, 그것이 그분에게 도움을 드리는 것으로 생각했다."

(한나라당 중앙기자실에서 가진 기자회견 일문일답)
- 민주당 대변인 시절 이회창 후보에게 '석고대죄 해야 한다'며 비난했던 논평을 내기도 했는데 지금은 이 후보에 대한 평가가 달라진 것인가.
"정치인의 모든 정치적 행위에 대해서는 국민들에게 책임을 지겠다. 내가 했던 행위는 다음 선거에서 심판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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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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