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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유명한 축구선수의 어머니가 도박으로 빚을 크게 지게 되어 이를 아들이 한 번 갚아줬는데, 다시 큰 빚을 지게 되자 아들이 이를 모른 체 하고 있다. 부인한테는 값비싼 것들을 사주면서..."
환자 한 분이 잡지에서 읽었다며 아들의 불효(?)를 못마땅해 하며 이야기한다.

그냥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이 상황에서 아들의 불효막심함을 탓하는 것이 일면 옳은 이야기처럼 들린다. 하지만, 그 어머니가 도박중독자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도박중독자의 가족이 주의해야 하는 것이 바로 도박중독자가 벌여놓은 채무를 갚아줘서 도박중독자가 그런 행동을 계속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도박으로 인한 채무를 갚아준다고 하는 것은 계속 도박을 하라고 하는 셈이 되는 것이다. 도박중독의 치료에서 중요한 원칙은 어떤 형태로 되었든 환자의 노력에 의해서 채무를 해결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최근 들어 도박문제가 여러 차례 사회적인 관심사로 제기되고 있는 것 같다. 얼마 전 한 방송의 TV 시사프로그램에서는 카지노로 탈바꿈한 탄광촌의 모습과 가산을 탕진하고도 카지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밤을 새우는 한 사내의 이야기를 방영한 바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도박중독자가 무려 300만명에 달한다고 하는데, 이는 전체 성인인구의 9.3%에 해당하는 것으로, 도박산업이 활성화된 호주(2.1%), 캐나다(2.6%), 미국(도박중독자보다 심한 병적도박자 1~2%)보다 훨씬 높은 수치라고 한다.

병적 도박은 정신과적 질병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는 도박중독을 약물중독이나 알코올중독처럼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보기보다는 단순한 개인의 과도한 호기심이나 습관, 또는 사회적 관습의 한 형태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이를 조기에 치료받는다거나 병원을 찾아야 할 질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의학계에서는 도박중독에 대해서, 유전적인 요인이나 대뇌의 여러 신경전달물질의 문제와 연관이 있는 질병으로 보기도 하며, 알코올이나 다른 약물중독보다도 자살률이 높은 충동조절 장애로 보고 있다.

병적도박은 남자에서는 사춘기 때 여자에서는 중년기 때 흔히 시작되고, 남성이 여성보다 많으며 가족력이 있을 수 있는데, 남성은 아버지의 병적 도박과 연관이 있고 여성은 어머니의 병적 도박과 연관성이 많으며 도박자의 부모에서 알코올 의존이 많이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병적도박으로의 진행은, 처음에는 사교성 도박일지라도 돈을 따고 집에 돌아가는 단계로부터 출발해, 돈을 따는 재미에 끊지 못하고 도박에 말려들게 되면서 시작된다. 다음 단계는 점차 돈을 잃지만 오로지 도박 외에는 생각이 나지 않게 되고, 가산을 탕진하고 직장이나 직업을 잃게 되는 단계다.

마지막 병적도박의 셋째 단계는 거의 도박에 미친다고 할 수 있는 절망적인 상황으로, 빚도 갚지 않고 법을 어겨서라도 돈을 마련하여 정말 미친 듯이 도박을 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교도소나 자살로 이어지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는 데는 15년 정도 걸린다고 하나 1-2년만에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한다.

도박이 심각한 사회문제인 것은 이렇게 한 개인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가족과 사회에 고통을 주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도박에 대해서는 사교적인 화투판이라도 금액(판돈)이 일정액이 넘으면 도박으로 보고 처벌할 만큼 엄격하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정부는 모든 합법적인 도박산업(카지노, 경마, 경륜 등등)을 주도하고 있다. 도박을 경제적 논리로만 인식할 뿐, 질병을 낳는 불장난이란 사실을 외면한 채 말이다.

아무튼 급격히 도박인구가 늘고 있다는 것은 경쟁 사회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을 유혹하여 한탕주의를 부추키는 여러 사회적 상황이 만들어내는 것이지만, 도박중독과 이로 인한 폐해는 개인적인 질병개념을 넘어 도박산업을 키우고 있는 정부의 책임일 수밖에 없다.

담배에 금연광고를 넣듯이, 청소년들에게 약물중독교육을 하듯이, 당장 모든 도박장에는 도박중독에 대한 위험성과 이를 예방하는 내용의 강력한 안내광고를 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당신은 도박으로 당신과 당신 가족의 모든 것을 잃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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