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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유권자네트워크와 2002대선유권자연대, 2002대선교수네트워크 등 10개 단체는 25일 흥사단 3층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부재자 신청인 수가 2000명이 넘은 7개 대학 모두에 부재자 투표소가 설치될 수 있도록 선관위가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2030유권자네트워크와 2002대선유권자연대, 2002대선교수네트워크 등 10개 단체는 25일 흥사단 3층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부재자 신청인 수가 2000명이 넘은 7개 대학 모두에 부재자 투표소가 설치될 수 있도록 선관위가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 임경환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대학 내 부재자 투표소 설치 문제를 둘러싸고 관련법을 확대 해석해 젊은 층의 투표열기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투표를 독려해야 할 선관위가 오히려 경직된 법해석을 강요해 부재자 투표율을 저하시키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부재자투표 관련 현행 법규는 '부재자 투표 대상자를 선거인명부작성만료일(2002.11.25) 이전부터 주민등록지인 구·시·군 밖으로 떠난 자로서 선거일까지 주민등록지로 돌아올 수 없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즉 현행법상 부재자투표 대상자는 '기초자치단체 밖으로 떠난 자'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최종적으로 판단할 권한은 기초단체에 있다.

서울시 성북구청의 한 관계자는 "부재자투표 제도는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는데 있어서 불편함을 최소한으로 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것"이라면서 "'구'(기초자치단체)만 다르면 부재자 투표권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앙선관위는 무슨 이유 때문인지, 부재자투표자의 대상을 기초자치단체가 아닌 '광역시 밖으로 떠난자'로 확대 해석했다.

지난 25일 대학 내 부재자 투표소 설치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안병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공보과장은 "서울 시내에 거주하고 있는 학생들이 서울에 있는 학교에서 부재자 투표를 하겠다고 신청했다면, 이 사람은 부재자 투표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문제는 선관위의 이러한 '잘못된 잣대'로 인해 최근 2000명 이상의 부재자 신고자를 접수한 연세대, 서울대 등 7개 대학에서 서울대 5%, 연대 15%, 한양대 10% 등의 학생들이 부재자에서 제외될 뻔했다는 점이다.

실제 연세대의 한 학생은 주민등록지가 서울시 성북구인데 학교에서 투표를 하기 위해 거소를 서대문구(연세대)로 적어냈는데, 성북구청에서 이 학생에게 전화를 걸어 "서울 내에 살고 있기 때문에 부재자투표 대상자가 되지 않는다"는 내용을 통지 받았다.

하지만 선관위의 지침에 따른 이같은 전화통지는 곧바로 번복돼야만 했다.

성북구청의 한 관계자는 "선관위의 방침대로 서울 지역에 살고 있으면서 서울 다른 구에서 투표를 하겠다고 신청한 사람에게 불가 통보를 내렸지만 지난 24일 서울시 자치행정과에서 새로운 지침이 내려와서 '구'가 다른 사람에게도 부재자 투표를 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했다"고 밝혔다.

선관위가 법규를 확대 해석해 부재자투표 대상자에 포함되지 않았던 사람들이 부재자투표 대상자 최종 결정권자인 지방자치단체 장(서울시)의 지침에 의해 구제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와관련 박병섭 상지대 법학과 교수는 "지방자치단체보다 선관위가 오히려 법규를 확대 해석해서 대학 내 부재자 투표소 설치를 막으려고 하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면서 "선관위는 젊은 층의 참정권 확보를 위해 자발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학생들을 지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신:25일 밤 9시>"2천명 채우면 투표소 설치해준다더니..."

"부재자 신고인 수 2000인이 되면 부재자 투표소를 설치해 주겠다는 말을 믿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굳은 약속을 믿고 추운 초겨울 바람을 이겨내며 10여일간 부재자 신고를 받았습니다. 이제는 어른들이 약속을 지키실 차례입니다. 부재자 투표소가 학내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우리는 다시 희망의 자락을 놓고 무관심의 두터운 외투를 다시 입을지도 모릅니다."(대학 내 부재자 투표소 설치 촉구 호소문 중)

일부 대학 내 부재자 투표소 설치가 선거관리위원회의 엄격한 법해석 때문에 좌초될 위기에 처하자 2030유권자네트워크와 2002대선유권자연대, 2002대선교수네트워크 등 10개 단체는 25일 서울 대학로 흥사단 3층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부재자 신청인 수 2000명이 넘은 7개 대학 모두에 부재자 투표소가 설치될 수 있도록 선관위가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최근 연세대, 서울대, 경북대 등 전국 7개 대학은 대학 내 부재자 투표소를 설치하기 위해 부재자 투표 신청자 2000명을 접수해 1차 조건을 충족시켰다.

하지만 선관위는 최근 다음과 같은 추가 조건을 제시했다.

1)'통상 통학거리' 이내에 있는 학생은 부재자 투표 대상자가 될 수 없다. 즉, 서울에 거주하면서 서울내에 있는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은 부재자 투표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2)대학 내에 '거소'를 두지 않은 학생은 부재자투표 예상자에 포함되지 않는다. 즉, 자취 또는 하숙을 하고 있더라도, 해당 학교와 행정구역(읍·면·동)이 다른 곳에서 임시 거주하고 있다면 학교에서 부재자투표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선관위의 이같은 기준을 적용할 경우 통상 통학거리 내에 있다는 이유로 부재자 명단에서 제외될 부재인단은 서울대 5%, 연대 15%, 한양대 10% 등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실상 이들 학교에서는 대학 내 부재자 투표소 설치가 어려워진 것이다.

실제 연세대의 한 학생은 주민등록지가 서울시 성북구인데 학교에서 투표를 하기 위해 거소를 서대문구(연세대)로 적어냈는데, 성북구청에서 이 학생에게 전화를 걸어 "서울 내에 살고 있기 때문에 부재자투표 대상자가 되지 않는다"는 내용을 통지받았다.

대학 내 부재자 투표소 설치 촉구 호소문을 읽고 있는 박현수 서울대 부재자투표소 설치 운동본부  대표.
대학 내 부재자 투표소 설치 촉구 호소문을 읽고 있는 박현수 서울대 부재자투표소 설치 운동본부 대표. ⓒ 임경환
또한 서울대에서는 부재자 신청서를 접수한 2056명의 학생 가운데 1천여명이 거소로 자신의 자취방과 하숙집의 주소를 적어내 부재자투표소 설치 요건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결과가 발생했고, 경북대에서도 2060명 중 600여명이 이같은 착오를 범해 부재자 투표소 설치가 어렵게 됐다.

선관위의 이같은 경직된 법 해석을 기준으로 보면, 지난 22일까지 2000명 이상의 부재자 투표 신청서를 접수받은 7개의 대학중, 전 학생이 기숙사에서 거주하는 KAIST를 제외한 학교들은 부재자투표소를 설치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날 2030유권자네트워크와 2002대선유권자연대, 2002대선교수네트워크 등 10개 단체들은 대학가 투표 열기에 찬물을 끼얹는 선관위의 엄격한 법해석을 비판한 입장을 밝혔다.

이날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통상 통학거리 이내에 있는 자는 부재자 투표를 할 수 없다'는 선관위의 입장에 대해 "최근에는 교통의 발달로 대전에 사는 학생들도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통학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럼 이 학생도 부재자 투표를 할 수 없냐"면서 '통상 통학거리'의 모호성을 지적한 뒤 "젊은 층의 투표율 제고를 위해 부재자투표를 허용해도 하등의 문제가 없는데 굳이 법규를 자의적인 기준으로 엄격하게 적용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안병도 중앙선관위 공보과장은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선관위의 입장을 밝혔다.
안병도 중앙선관위 공보과장은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선관위의 입장을 밝혔다. ⓒ 임경환
또한 학교 내에 거소를 둔 부재자투표 예상자가 2천명이 넘어야 부재자 투표소를 설치할 수 있다는 선관위의 입장에 대해 "거소 개념을 이처럼 적용하면 기숙사에 사는 학생들만 대학 내 투표자로 인정하게 된다"면서 "기숙사에 사는 학생은 학내에서 투표할 사람으로 인정되고, 자취방에서 투표용지를 받는 학생은 인정이 안된다는 것은 지나치게 형식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점을 들어 2030유권자네트워크와 2002대선유권자연대, 2002대선교수네트워크 등 10개 단체는 "부재자투표예상자가 2천인 미만인 때에도 기타 부득이한 사유가 있다면 부재자투표소를 설치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에 선관위가 젊은 층의 투표율 제고에 뜻이 있다면 최소한 2000명 이상을 접수한 7개 대학에서 부재자투표소를 설치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선관위에 적극적인 법해석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장에 참석한 안병도 중앙선관위 공보과장은 "유권자 관련 단체들이 선관위에 부재자투표와 관련한 요구를 담은 질의서를 보내면 위원회 회의 때 검토해 보겠다"고 답변했다.

대학 내 부재자 투표소 설치 여부는 각 구·시·군선관위에 의해 오는 12월 9일까지 결정된다.

덧붙이는 글 | 대학 내 부재자 투표소 설치 촉구 호소문

우리는 투표하고 싶습니다.


  지난 10여일 간 우리는 젊은 유권자들을 찾아 뛰어다녔습니다. 정치에 무관심하고 사회문제를 외면하는 무책임한 세대라는 비판을 듣고 있는 우리의 친구들을 찾아 뛰어다녔습니다. 97 대선 대학생 부재자 투표율 6%!!! 이 부끄러움을 극복하고자 우리는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우리는 그 속에서 새로운 열망을 발견했습니다. 수 만 명의 대학생들이 부재자 신고서를 작성했습니다. 그들은 투표를 하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투표를 외면하는, 세상을 외면하는 부끄러움을 우리 스스로 극복하고자 했습니다. 

  저희는 약속을 믿었습니다. 부재자 신고인 수 2000인 이상이 되면 부재자 투표소를 설치해 주겠다는 말을 믿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굳은 약속을 믿고 추운 초겨울 바람을 이겨내며 10여일 간 부재자 신고를 받았습니다. 20대의 투표율을 올릴 수 있는 획기적인 약속이라 믿었습니다.

  부재자 신고 운동을 진행한 어떤 대학에서는 선관위가 요청한 2,000명을 돌파하여 환호성을 지르고 다른 대학들에서는 눈물을 흘리며 1,000장이 넘는 부재자 신고서를 폐기하였습니다. 정말 2,000이라는 숫자는 너무 컸습니다. 그래도 부재자투표소 설치의 약속을 믿고 우리는 이 부재자 신고의 행진을 계속했습니다. 

  그러나 두 가지 난데없는 잣대는 저희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이야기였습니다. 첫째로 갑자기 '통상 통학거리'라는 모호한 잣대를 들이대시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정말 저희는 알 수 없습니다. 무엇이 '통상 통학거리'인지 100km를 벗어나야 '통상적 통학거리'를 벗어나는 것인지 아니면 50km 밖을 벗어나야 '통상적 통학거리'를 벗어나는 것인지 말입니다. 저희가 아직 어려 그런 선문답을 이해하지는 못하니 정답을 가르쳐 주셨으면 좀 더 명확하게 진행을 할 수 있지 않았겠습니까? 그리고 부재자 신고운동이 끝나자마자 말을 하시니 저희는 더욱 혼란스러웠습니다.

  두번째로 2,000이라는 많은 숫자를 받은 어떤 대학에서는 행정상의 사무착오로 투표소 설치가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거소가 대학 내에 있지 않다는 이유로 좌절된다면 그들의 투표열망이 무너져 내릴 것입니다. 학내에서 투표하고 싶다는 열망에는 차이가 없는데 신림9동이면 어떠하고 신림8동이면 어떠합니까. 그들의 열망에 차이가 있습니까. 그들이 투표권에 차이가 있습니까. 거소개념을 유연하게 해석하고 학내에서 투표하겠다는 학생들의 열망을 읽어주십시오.

  이제 어른들이 약속을 지키실 차례입니다. 약속을 지켜 주십시오. 학내에 투표소를 설치해주십시오. 아직 어린 우리 20대는 어른들의 약속을 믿고 투표에 참여하고 세상을 맑고 깨끗하게 만들겠다고 초겨울 추위를 부재자 신고의 열기로 달구어 놓았습니다. 

  약속을 지켜 주십시오. 투표에 참여해달라고 부재자 투표소를 약속하셨던 선관위 분들께 묻고 싶습니다. 선관위의 약속을 믿고 학우들에게 소리 높여 외치고 부재자 신고를 받았던 우리는 무엇입니까. 부재자 투표소가 학내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우리는 다시 희망의 자락을 놓고 무관심의 두터운 외투를 다시 입을지도 모릅니다. 

  이제 우리는 어른들의 약속을 믿고 국민들의 관심을 받으며 새시대를 이끌어 나가려고 합니다. 조금만 더 도와주십시오. 저희가 정치에 조금 더 신뢰를 가질 수 있게 그리고 더 발전시킬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이 부재자 투표소 설치 약속이 그것일 것입니다.  

  다시 한 번 간곡하게 말씀드립니다. 학내에 투표소를 설치 약속을 지켜 주십시오. 믿음이 생기는 기초가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는 것을 저희는 알고 있습니다. 그 믿음을 주십시오. 세상이 우리에게 신뢰를 준다면 그 믿음에 투표로써 보답을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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