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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의 공중화장실. 동동은 태어나자마자 변기 속에 버려지고, 동동을 구해 길러준 할머니의 오랜 친구 장할아버지는 그 공중화장실 한 구석에 앉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다. 탄생과 죽음이 한 곳, 그것도 공중화장실에서 일어난다.
영화는 북경, 부산, 인도, 홍콩, 뉴욕, 만리장성을 오가며 화장실을 그 중심에 두고, 무언가를 절실하게 찾아 헤매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화장실에서 태어나 '화장실의 신'이라는 별명을 얻은 동동. 부산의 바닷가 횟집에서 일하며, 자신을 '해산물'이라고 소개하는 소녀를 바위 틈 간이화장실에 숨겨주는 김선박. 마흔을 넘기지 못하는 유전성 불치병을 앓고 있는 김선박의 친구 조. 여자 친구의 아픈 어머니를 위해 돈을 구하려는 중국 청년 샘.
동동은 할머니의 말기암을 고칠 수 있는 명약을 찾으러 부산으로 뉴욕으로 걸음을 옮기고, 김선박 역시 아픈 해양소녀를 고쳐줄 약을 구하기 위해 애쓴다. 조는 자신의 불치병을 고치려고 북경으로 향하고, 샘의 여자 친구는 어머니의 병을 고쳐보려고 만리장성으로 간다. 또 동동의 친구 토니는 동생의 위암을 고칠 방법을 찾으러 인도에 간다.
길을 나선 이들이 부산에서 혹은 뉴욕에서 서로 마주쳐 만나기도 하고 때로 얽혀들기도 하지만, 명약을 찾는 이들의 발걸음은 쉬지 않고 이어진다. 그 발걸음 사이로 동동의 할머니와 친구 할아버지들이 엮어가는 노년의 삶이 눈길을 끌어당긴다.
한 동네에 살면서 머리가 하얗게 되고 주름이 자글자글할 때까지, 웃으며 다투며 살아온 세 사람. 장할아버지와 리할아버지는 모두 숙화할머니를 좋아해 오래 전에 청혼을 했는데, 할머니가 어느 한 쪽으로 마음을 결정하지 못해 결국 다 미혼으로 나이가 들었노라고 했다. 서로 토닥토닥하면서도 오랜 세월 같이 늙어온 노인들 특유의 너그러움과 혈육같은 살가움이 묻어난다.
할머니의 침대 옆이나 병실 바깥에 늘 있어주는 두 할아버지. 숙화할머니를 향한 지극함도 이제는 이성에 대한 애정을 넘어 담담한 우정으로 느껴져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다. 늘 꼭 붙어있는 두 할아버지, 이만한 친구가 어디 또 있을까.
화장실에 들어가면 옆은 물론 앞에도 칸막이라곤 없이 완전히 트여 있어서, 서로의 적나라한 모습을 볼 수 밖에 없는 중국식 화장실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을까. 냄새나는 공중화장실 변기에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같이 늙어왔기에 가능한 일일까.
할머니의 68세 생일 날, 두 할아버지는 생일 선물로 할머니를 병원에서 몰래 데리고 나와 노래 마당에 간다. 예전의 서울 탑골공원 풍경같다. 팔각정을 중심으로 머리 희끗희끗하신 분들이 모여 서서 아코디언 반주에 맞춰 함께 노래를 부른다. 신나게 노래를 부른 할머니는 무너지듯 스르르 주저앉고, 결국 의식을 잃은 채 누워있게 된다. 그 사이에도 명약과 명의를 찾아 헤매는 젊은이들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아무리 꽃을 꽂고, 그림을 걸고, 향수를 뿌려도 화장실은 화장실. 변기 아래 보이지 않는 곳에는 인간의 온갖 배설물들이 모여 있을 터, 카메라는 놀랍게도 그 속을 자유자재로 헤집고 다닌다.
화장실을 영화의 중심에 놓고 참으로 적나라하면서도 환상적인 화면을 보여주면서, 영화는 끊임없이 인간의 '생로병사(生老病死)'를 깨우쳐준다. 여러 나라, 여러 도시의 각기 다른 화장실만큼 다양한 색깔의 다양한 삶이 있지만, 결국 우리는 잠시 이 곳에 머물다 가는 것. 누구도 생로병사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무언가 끊임없이 찾아 헤매는 인생길, 영화 속에서 '로병사(老病死)'를 온 몸으로 보여주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그래서 우리들 인생의 이정표로 읽어본다.
덧붙이는 글 | (화장실, 어디에요? Public Toilet / 감독 프루트 챈 / 출연 아베 츠요시, 장혁, 조인성, 이찬삼, 김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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