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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일인에 의한 협박전화가 10통 연거푸 계속되자 속상한 이일순씨가 눈물을 닦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지난 4일 저녁 민주당 노무현 후보 찬조연설을 한 후 일약 화제의 인물로 떠오른 부산 '자갈치 아구 아지매' 이일순(58)씨는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도중 눈물을 훔쳐야했다. 쉴새없이 걸려오는 정체불명의 '욕설 전화' 때문이었다.

6일 아침 자갈치 합동상회 현장에서의 인터뷰 20분 동안 어디인지, 누구인지 모르는 한 여자의 '욕설 전화벨'은 정확히 열 번 울렸다. 같이 장사를 하는 이모가 전화를 받았지만 역부족. 이런 전화가 벌써 이틀째라고 했다.

자갈치 아지매 전화테러 당하다 / 김정훈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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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쁜 전화만 오는 것은 아니다. 이씨는 "그래도 좋은 전화가 더 많이 온다"며 웃었다. 서울에서 어떻게 전화번호를 알았는지 아구 10만원치를 보내달라는 주문전화도 걸려왔다고 한다. 하지만 인터뷰 중에는 왠일인지 욕설 전화만 걸려올 뿐이었다.

이씨는 눈물을 글썽이기는 했지만 "각오하고 했다"며 "그 어느 똑똑한 교수가 나와서 말해도 가슴에 안 와 닿았는데 아주머니 말은 너무 와 닿았다는 전화를 받고는 내 가슴도 찡했다"고 말했다.

이씨가 찬조연설에 출연하게 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방송 3일전, 그러니까 12월 1일 찬조 연설자로 자갈치 시장 아주머니를 찾고 있던 '감독'의 눈에 전화를 받고 있던 아구 아지매가 눈에 띄었다. 마침 그는 '노무현이라면 깜빡 죽는' 경북대생 둘째딸 때문에 노 후보에게로 마음을 굳힌 상태였다.

이씨와의 인터뷰는 같이 장사를 '합동'으로 하는 (그래서 가게 이름이 '합동상회'다) 이모(이름을 밝히기를 꺼렸다)와 같이 진행됐다.

@ADTOP3@
자갈치 아지매가 방송연설하게 된 사연

▲ 6일 오후 노무현 후보가 자신의 방송찬조연설을 한 자갈치 시장 이일순씨를 만나 업어주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그 감독이라는 사람이 이야기한 것이 언제였어요?
아지매 "그게…, 그러니까 방송하던 날 3일전에."

- 방송하기 3일전에 우연히?
이모 "그렇지. 우연히 지나가다 보고서는, (자갈치 시장에서) '한사람이 나와서 말해줬으면 좋겠는데' 해서 댕겨봤는데, 이 사람(아지매)이 여기서 전화하고 있었는데, '아 저 아줌마같은 사람이 왔으면 좋겄는데' 그래서 자꾸 와서 권유하는 거라예. 그래서 처음에 안하려고 했지."

- 뭐라고 했어요?
아지매 "인자… 장사를 하다 보니까 손님을 지켜야하는데 내가 이렇게 나서가지고 하면은 한나라당에서 좀 안좋은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을 했거든요. 했는데, 이왕에 뭐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는 판에 마 내가 최선을 다 해보자는 생각을 갖고, 각오를 갖고 그래 했어요."

- 방송하는 원고는 직접 쓰셨어요?
이모 "아니, 고마 얘가 말하는 거를 적어가지고, 한 한시간 넘게 이야기했나? 적어가지고 거기서 집어가지고…."

- 아주머니가 말하는 것을 적은 다음에 이 부분을 말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해서….
이모 "예, 예."

- 그렇게 한시간 동안 말한 것은 언제였어요?
아지매 "그러니까… 삼일 전에 왔을 때, 그 다음날 당장 왔더라고요."

- 참,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장사하는 입장에는.
아지매 "사실 나도 올라갈 때는 그렇게 노무현 찬성 연설한다는 것까지는 생각을 못하고 막 올라갔는데, 한 20분을 해야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깜짝 놀랐어요."

- 그럼 뭐하시는 줄 아셨어요?
아지매 "나는 인자 방송국에 가니까, 보통 시민들이 이렇게 앉아 있잖아요. 거기서 인자 노무현 쪽에서 나와가지고 부산의 자갈치 아지매가 뭘 물어보는줄 알았지.(웃음) 그렇게 생각하고 갔는데 25분을 방송해야 한다고 해서, 내가 인자 하다보니까 좀 지치거든. 그러니 거기서 '한 20분으로 줄일께요' 그러더라고."

- 방송을 하고 나니까 딸한테서는 연락 안왔어요?
아지매 "딸예? 연락왔어요. '어머니, 잘했습니다' 대구에 있는 딸이, '어머니한테 피해는 없습니까' 그래서 없다고."

@ADTOP4@
▲ 자갈치 시장 가게로 걸려온 협박전화를 이모가 받고 있는 동안 이일순씨가 심각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딸에게 피해는 없다고 했지만...

이 순간 "따르르릉" 전화벨이 울렸다. 옆에 있던 이모가 전화를 받았다.

이모 "여보세요. 누구십니까. 예? 예? 시장이라고요. 아니, 아줌마 어제 내 전화했던 사람이네. 미친X이고 뭐시고, 그런 소리는 하는거 아니예요.……아줌마, 그런 소리 하는거 아니예요.……그런 소리를 함부로 할 수 있어요. 아줌마, 지금 목소리 다 알고 있어요."

전화를 끊었다.

아지매 "어제 내나 그 여자가?"
이모 "그이다."

"따르르릉." 또 전화벨이 울렸다. 이모는 받고 바로 끊었지만 2초도 안돼 또다시 벨이 울렸다.

이모 "민주주의 국가에서 누구를 지지하건 자기 자유 아니예요.……뭐라하노.……아니 자갈치 시장에서 장사한다고 그랬지 팔고 자갈치 시장 대표로 한다고 한거 아니예요. 테레비를 보려면 똑똑이 단도리 봐요.……그런 소리는 함부로 하는거 아니고.……나중에 아줌마 다 찾아낼테니 하고 싶은대로 해봐요."

▲ 10kg짜리 '아구'를 들고 있는 부산 자갈치 아지매 이일순씨.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미 인터뷰는 계속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분위기는 침울했다. 전화벨은 계속 울렸다. 받으면 터지는 욕설. 왜 자갈치를 팔고 다니냐는,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말들. 결국 이씨는 눈물을 훔쳤다. 이모는 "인자 더 이상 테레비가 어디고 내지 마세요, 너무 골아퍼요"라고 말했다.

욕설 전화는 기자가 전화를 받고 한바탕 하고 나서야 진정됐다.

- 이런 전화가 많이 오나요?
아지매 "아니, 이 여자하고 또 남자 한사람, 두명."

- 어제 전화는 한 몇통화 받으셨어요.
아지매 "몇 통화 받았나."
이모 "한 30통화 받았다. 내가 많이 받았지."

- 어제는 전화받느라고 정신 없으셨겠네요.
이모 "예. 막 지치죠."

- 아무래도 여기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지지가 많은 곳이어서 힘드실 것 같은데.
아지매 "힘들기는 뭐, 내가 이렇게 전화를 해서 욕을 하고 뭐, 니만 찍지 왜 서울까지 올라가서 망신살 시키냐고 그러고. 그 외에는 뭐 다른 거는 없어요. 좋은 전화가 더 많이 오니까. 각오하고 했어요. 하하하."

- 주변 상인들은 뭐라고 하세요.
아지매 "주변에도 아닌 사람은 말도 안하고, 기인 사람들은 마 칭찬해주고 그러죠."

-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이 되건 안되건 지지하는 사람으로서 이말은 꼭 전하고 싶다는 말이 있다면요.
아지매 "제가 하고 싶은 거는 내가 방송에 나온 그런 식으로 뭐, 호남하고 영남은 서로 화합을 해서 앞으로 지역감정 안하는 거로, 대통령 되면 그것을 좀 많이 신경을 써주시면 좋겠고요. 그리고 노 후보께서 자기도 서민으로 살았기 때문에 우리 없는 사람 서민들 좀 많이 돌봐달라고. 억울하고 그런 사람. 그런 말 하고 싶어요."

"호남, 영남 서로 화합하게 좀...서민들 좀..."

다시 또 울리는 전화벨. 어색해진 분위기. 진정되는가 싶었는데…. 이모가 아무말도 하지 않고 수화기만 들었다. 저쪽에서도 아무 말이 없었다. 한참이 지난 후에야,

"말씀하세요.……예. (목소리가 밝아지며) 어느 집이요? 아아! 미더덕으로… 20만원…. 예, 예."

전화를 끊은 이모는 "아, 이제 전화만 받으려면 가슴이 두근두근 한다"면서 "선거가 빨리 끝나버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평범한 자갈치 아지매였던 이씨는 노무현 후보 찬조연설에서 '대성공'을 거두었지만, 또 안부를 물어오는 딸에게는 아무 일 없다고 말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하루아침에 힘든 유명세 아닌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 '아구'를 다듬는 자갈치 아지매들 사이를 걸어가는 이일순씨.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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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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