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한겨레>가 홍세화씨의 직무를 정지시킨 것은 논란의 소지가 많다고 생각한다. 진중권씨가 그 조치에 항의하기 위해 <한겨레>의 구독을 중지하겠다는 데에는 별 반론의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한겨레>와 <오마이뉴스>를 '조중동'의 편파성을 능가하는 '민주당 기관지'로 맹렬히 매도하는 데에는 할 말을 좀 해야겠다.

관련
기사
<한겨레>에 기고를 거부하며

<한겨레>가 '옷로비 사건'을 특종 보도하여 김대중 정권을 코너로 몰았느니, <오마이뉴스>가 민주당 '386의원'들의 광주 술판사건을 보도하여 민주당을 곤혹스럽게 했다느니 하는 등의 구차한 이야기는 관두기로 하겠다. 내가 봐도 <한겨레>와 <오마이뉴스>는 분명히 편파적이다. 그것이 조중동에 비해서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으나 말이다.

그런데 도대체 편파적이라고 해서 뭐가 잘못된 건가? 그럼 누가 잘못을 하든, 분탕질을 치든 이놈, 저놈 다 잘했다고 해야 하나? 또는 이놈, 저놈 다 글러먹었다고 해야 하나? 진씨가 인터넷 공간에서 조선일보를 온갖 육두문자 섞어가며 맹렬히 비판할 때 나는 그의 팬이었다. 그가 <조선>을 그렇듯 맹렬히 비판해 댈 때는 괜히 그런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 신문의 지면과 칼럼에서 춤을 추는 사실에 대한 왜곡과 과장, 호도에 대한 비판이었을 것이다.

그의 표현대로 '닭짓'하고 있는 '꼴통'들을 까발리고 비판하는 것이 편파적인가? 그럼 우리 사회를 좀 먹고 있는 그런 '닭대가리'들을 보고 있어야 하나? <한겨레>와 <오마이뉴스>가 편파적이라면 근거를 들어 반론하고 비판해야 할 것이다. 더 잘못한 쪽을 더 많이 야단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김문수 의원의 찬조 연설을 자갈치 아지매의 그것과 똑같이 평가해줘야 속이 시원할 것인가? 이것은 편파가 아니다. 공정한 심판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조중동의 편파성과 <한겨레> <오마이뉴스>의 편파성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 바로 상식과 몰상식이라는 잣대이다. 조중동의 지면에는 상식을 비틀고 휘어 보이게 하는 편파성이 있지만, <한겨레>와 <오마이뉴스>에는 비틀리고 휘어진 상식을 바로잡으려는 편파성이 있다.

조중동이나 <한겨레> <오마이뉴스>가 다 똑같이 돼먹지 못한 언론이라면 진씨는 이제 어느 언론을 상대할 것인지 궁금하다. 또 '인터넷 룸펜'이나 '인터넷 천민'들이 득시글거리는 <오마이뉴스>에 글을 올리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그들을 교화하겠다는 갸륵한 마음 때문인가?

어제 대선 후보 2차 합동 토론을 재미있게 보았다. 권영길 후보가 이번 대선에선 가장 신이 났다. 노동자와 농민을 위하는 정당의 후보답게 노동자와 농민을 위하는 정책을 줄곧 강조하였다. 그러면 노동자나 농민이 아닌 사람은 우리 국민이 아닌가? 골고루 잘 살도록 해야지 이거 너무 편파적인 것 아닌가? 하지만 이걸 편파적이라고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동안 소외되고 고통받아온 노동자, 농민을 상대적으로 더욱 배려하고 잘 살게 해야 고루고루 잘사는 나라가 된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나도 민주노동당의 정책 자체는 지지하는 편이다. 그동안 조중동이 너무나 여론을 독점하고 오도해왔다. 그나마 <한겨레>가, <오마이뉴스>가 있어 알려고 하는 국민들은 제대로 알 수 있게 되었고 조금이라도 바로 볼 수 있게 되었다.

한나라당 사람들이 노무현 후보를 좌파로 모는 것을 보면 민주노동당 사람들은 코웃음을 칠 것이다. 우리 사회가 너무 우측으로 가 있으니 중간에만 있어도 좌측에 있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이것을 수구세력들은 십분 이용한다. 때문에 <한겨레>와 <오마이뉴스>는 앞으로도 충분히 편파적이어야 한다.

조중동의 거대 언론에 가려진 소외된 곳에 작은 불빛이나마 더 비추고, 더욱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이 대접받을 수 있도록 초점을 옮겨야 한다. 그것이 몰상식의 편으로 기울어진 추를 조금이라도 다시 옮겨 올 수 있는 길이다. 나는 진중권씨에게 물을 수밖에 없다. <한겨레>나 <오마이뉴스>가 과연 사실을 왜곡하고 과장하고 축소하여 어느 쪽을 편든 적이 있는지를 말이다.

어느 후보의, 하지도 않은 '신문사를 폐간하고 국유화시키겠다'는 발언을 대문짝만하게 신문에 실은 적이 있는가? 멀쩡히 살아 있는 탈북자가 북한에 잡혀가서 공개 총살당했다고 오보를 낸 적이 있는가? 앞뒤 다 자르고 특정 문구를 집어내서 비열한 색깔 공세를 한 적이 있는가? 문제의 본질을 가리고 지엽적 문제를 침소 봉대하여 특정 후보를 편든 적이 있는가?

<한겨레>나 <오마이뉴스>가 비판받을 거리가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근거를 가지고 합리적으로 공론의 장에서 비판되어야 한다. <한겨레>의 홍세화씨의 직무 정지 처분은 서로가 토론하고 비판함으로써 결론이 도출되어야겠지만, 진씨의 조롱기 가득한 비하가 무엇에 도움이 될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거기다가 또 느닷없이 '전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편파적이며 선정적인 정치 황색지의 길을 걷고' 있는 <오마이뉴스>라니!

진씨를 처음 대한 것은 <한겨레21>의 '엑스 리브스'라는 칼럼에서이다. 그후 <한겨레>의 지면이나 <오마이뉴스>의 화면에서, 여러 인터넷 공간에서 비판의식을 맹렬히 발휘하는 그를 만날 수 있었다.

그가 지금껏 걸어온 길과 어우러져 왔던 사람들을 극력 부정하는 모습은 몸담아 왔던 정당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양지를 찾아가는 '진드기 정치인'의 모습과 다를 바 없는 것같아 씁쓸할 따름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