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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촛불시위에서 경찰은 시민들을 방패를 사용해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1일 촛불시위에서 경찰은 시민들을 방패를 사용해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1일 오후 종묘공원 및 광화문 교보빌딩 후문광장에서 열린 '제1차 미 대사관 촛불 인간띠잇기' 대회에서의 경찰 과잉진압을 놓고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당시 경찰은 현장에 21개 중대 약2100명을 투입, 행사참가자들의 미 대사관행을 막았다.

특히 이날 진압경찰이 행사에 참가한 청소년들과 어린이에게까지 방패를 휘두르는 등 과도한 폭력을 행사해 현장지휘 경찰관들에게 법적 책임을 지워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어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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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지난 달 21일 경기도 동두천시에 위치한 미 2사단 캠프 케이시 군사법원 앞에서 벌어진 미군재판 규탄시위도 과잉진압을 해 시민단체 및 시민들의 비난을 산 바 있다.

21일 경찰의 과잉진압과 관련, '미군장갑차 여중생 고 신효순·심미선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이하 범대위)는 "피해 시민들의 제보를 받아 이후 적절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적극적인 대응의 뜻을 밝혔다. 범대위는 또 23일 성명을 통해 △폭력진압 책임자 처벌 △폭력진압에 대한 경찰청장의 공개 사과 △경찰 태도의 각성을 촉구했다.

범대위 "경찰 과잉진압 피해사례 모집"

'미군 장갑차 여중생 고 신효순, 심미선 양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원회'는 경찰 폭력으로 부상당한 시민의 제보 및 부상정도, 증거자료(진단서, 사진, 비디오, 목격자)를 모으고 있다.

이와 관련 제보할 시민은 범대위로 연락하면 된다.

- 전화 : 02-757-7924 / 016-9788-8205
- 이메일 : antimigun02@hanmail.net
(이름, 나이, 연락처, 주소, 주민등록번호 기입)
- 진단서 전달 : 여중생범대위 사무실(서울시 중구 저동1가 96-1 2층)
'미군장갑차 한국소녀 고 신효순, 심미선 살해사건 사이버 범국민대책위'(이하 사이버 범대위) 측도 22일 항의성명을 발표하고 경찰지휘부의 책임문제를 거론했다.

사이버 범대위는 성명을 통해 "경찰은 지금까지 비폭력·평화시위를 고수해온 시민들을 과잉 진압해 30여명의 시민들이 피해를 입었다"며 "이날 경찰이 보인 행동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용되는 경찰의 행동이라고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처사였다"고 비난했다.

사이버 범대위는 또 "여전히 촛불시위를 불법시위로 치부하는 경찰의 태도는 졸렬하기 짝이 없다"며 "경찰 지휘부는 폭력봉쇄를 책임지고 민중의 지팡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구태를 벗어나야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종로서·경찰청 홈페이지에 네티즌 항의글 쇄도
"솜방망이도 들지 않은 고사리손에게 방패 휘두르다니"


이날 시위 참가자는 기말고사를 마친 청소년이 대부분이었다.
이날 시위 참가자는 기말고사를 마친 청소년이 대부분이었다. ⓒ 오마이뉴스 김지은
시민단체에 이어 네티즌들의 항의도 사이버공간에서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21일 촛불시위 이후 시위에 참가했던 시민들이나 관련 기사를 본 네티즌들은 경찰청 홈페이지(www.police.go.kr) 및 집회 진압 담당 관할서인 종로경찰서 홈페이지(jr.smpa.go.kr)에 수백 건의 항의 게시물을 올렸다.

네티즌 서모씨는 사이버 경찰청 자유발언대에서 "나는 폭력경찰에게 월급을 준 적이 없다"며 "세금으로 만든 몽둥이로 국민을 때릴 거라면 차라리 세금을 내지 않겠다"고 항의했다.

같은 게시판에 글을 올린 지모씨도 "솜방망이 하나도 들지 않은 고사리 손들에게 철저히 무장한 상태로 폭력을 가한 경찰은 각성해야 할 것"이라며 "억울함을 같이 느끼며 거리로 나온 착한 마음들을 경찰이 짓밟았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날 시위에 참가했던 시민도 경찰의 사과를 촉구하는 글을 올렸다. 주모씨는 "1010 기동대 소속 경찰 여러 명이 깃발을 들고 있던 한 시민에게 달려들어 폭력을 행사하며 깃발을 빼앗아가는 것을 봤다"며 "시민의 재산을 탈취하는 것이 임무수행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또 "폭력을 행사한 경찰은 정중히 사과를 해야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그에 상응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같은 시민들의 항의 게시물은 경찰청과 종로서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을 통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두 곳의 게시판은 모두 주민등록번호와 실명을 기입해야만 글을 쓸 수 있게 돼 있다. 그런데도 23일 오후 4시 현재까지도 시민들의 글이 수백 건씩 오르고 있으며, 시민들의 항의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종로서·경찰청, "강경진압 의도 없었다…관련자 내부 조사 중"
"미 대사관 시위는 앞으로도 불허 계획"


시민과의 심한 몸싸움으로 부러진 방패.
시민과의 심한 몸싸움으로 부러진 방패. ⓒ 오마이뉴스 김지은
한편 이번 경찰의 강경 진압과 관련해 경찰청과 종로경찰서측은 "처음부터 강경진압할 의도는 없었지만 현장에서 일부 흥분한 시위대와 경찰 사이에 마찰이 있었던 것 같다"며 "이런 불상사가 일어나게 돼 안타깝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위진압을 담당하고 있는 경찰청 경비1과의 한 관계자는 "그런 불상사가 자꾸 벌어져 우리도 곤혹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요즘엔 심지어 진압봉도 갖고 나가지 말라, 시위대가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대응하지 말라 등 나름대로 지침도 내리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경찰도 인간이다 보니 현장에서 욱하는 감정으로 그런 행동(과잉진압)이 나오게 되는 것 같다"며 현장 상황에 대한 이해를 구했다.

당시 현장진압을 맡았던 종로서의 이길범 서장도 "경찰력은 부족하고 시위대는 여러 군데에서 대사관 쪽으로 다가오니 (마음이) 급한 경찰들이 뛰면서 시민들을 막다가 충돌이 생긴 것 같다"며 "피해 시민이 생긴 것과 관련해서는 현재 내부 조사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피해 시민이 발생한 것과 관련, 이 서장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앞으로는 현장 상황에 맞게 불상사가 없도록 유연한 조치를 취하도록 대원들을 교육시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 대사관으로의 행진이나 시위는 앞으로도 불허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서장은 "경찰 입장에서는 법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대사관 접근 및 일몰 후 시위는 허가할 수 없다"며 난색을 표했다. 이 서장은 "미 대사관 쪽에서도 최근 시위와 관련해 곤혹스러워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범대위, "의도적 진압, 법적 대응 취할 것"

이날 시위 후 30여명의 시민들이 경찰의 폭력진압에 항의하며 상처를 내보였다. 사진은 방패를 휘두르며 여중생들을 막는 경찰.
이날 시위 후 30여명의 시민들이 경찰의 폭력진압에 항의하며 상처를 내보였다. 사진은 방패를 휘두르며 여중생들을 막는 경찰. ⓒ 오마이뉴스 김지은
반면 범대위측은 이날 경찰의 시위 진압은 다분히 의도적이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채희병 범대위 사무국장은 "이날 경찰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인도를 통한 평화행진까지 강경하게 막았다"며 "경찰은 이날 초기부터 전에 비해 진압태도가 달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채 국장은 종로서측에서 보내온 집회신고 불허통고를 예로 들었다. 채 국장은 "지금까지 범대위는 사전 집회신고 후 집회를 가졌다"며 "21일 시위에 앞서서도 집회신고를 했지만 이번만 유독 경찰(종로서)은 불허통지를 보내왔다"고 말했다.

이어 채 국장은 "대선이 끝났다는 점과 최근 주한미군이 반미시위와 관련 우리 정부에 대책마련을 요구한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았다. 주한미군은 지난 16일 한 주한미군 장교가 서울 용산에서 시민들에게 폭행을 당한 사건과 관련, 우리 정부에 유감표명과 함께 재발방지대책을 요구했었다.

하지만 범대위는 오는 28일과 30일 예정된 촛불시위에서도 미 대사관 평화행진과 촛불 인간띠 잇기를 강행할 방침을 밝혔다. 채 국장은 "미 대사관으로의 평화시위는 미국에 항의한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며 "이런 전 국민적인 평화시위는 폭력진압으로도 막을 수 없을 것"이라며 경찰의 태도변화를 촉구했다.

한편 범대위는 21일 경찰의 폭력진압과 관련, 피해시민들의 제보를 모아 법적인 대응을 할 계획이다. 범대위측은 "범대위 소속 단체 중심으로 규탄 성명서를 발표할 것"이라며 "이 문제와 관련해 민·형사상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민안전조차 보장 못하는 경찰, 왜 존재하나
[취재수첩] 21일 촛불시위 폭력진압 현장

▲ 이날 많은 시민들이 경찰의 방패에 상처를 입었다.
ⓒ오마이뉴스 김지은
21일 시위에 참가한 시민은 대부분 아이를 데리고 나온 가족이나 어린 청소년이었다. 특히 고 신효순·심미선양 또래의 여자 중학생들이 많았다. 이들은 "그 동안 시험 때문에 촛불시위에 참여하지 못했다"며 "내 친구들의 한을 풀기 위해 나왔다"고 촛불을 밝혀 들었다. 그러나 이들은 이날 경찰의 과잉진압을 체험하고 돌아가야 했다.

경찰의 강경한 태도는 이날 낮 4시부터 열린 종묘공원 집회부터 시작됐다. 이날 시민들은 '미군장갑차 여중생 고 신효순·심미선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이하 범대위) 주최의 종묘공원 집회 후 광화문 네거리까지 평화행진을 벌이려 했다. 그러나 경찰은 인도로 행진하는 시민들을 공원 입구에서부터 막아섰다. 결국 시민들은 공원의 화단을 넘어 경찰의 틈을 비집고 나가야 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흥분한 시민과 경찰 사이에 극렬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시민들이 공원을 빠져나간 지 채 몇 미터가 안돼 경찰은 또 다시 이들을 막아섰다. 이에 항의하는 시민과 경찰 사이에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피해를 우려한 종로 3가 일대 상인들은 일찍 가게문을 닫아야 했다. 거리를 지나던 시민들과 노점상도 피해를 입었다. 인도를 빼곡히 막아선 경찰 틈을 빠져나온 한 노인은 "저 안에서 숨이 막혀 죽을 지경이었다"며 다리를 절뚝거렸다. 대치상황을 지켜보던 시민들도 "평화행진을 하겠다는데 저렇게 막을 필요가 있느냐"며 경찰에 항의하기도 했다.

경찰의 진압은 이후 광화문 네거리 촛불시위에서도 계속됐다. 시민 자유발언대 이후 '미 대사관 촛불 인간띠 잇기'를 하기 위해 대사관으로 행진하려는 시민들을 폭력 진압했다. 깃발을 들고 있던 여학생을 쫓아가 기를 빼앗은 후 부러뜨렸다. 경찰을 피하는 여중생들을 방패를 들고 뒤쫓아가 때려 학생들이 쓰러지기도 했다. 이 상황에서 놀란 여중생들은 "때리지 말라"고 울며 소리쳤다. 그러나 경찰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도 시민들은 "비폭력" "평화시위"를 외쳤다.

집회 후 "경찰에 맞았다"며 취재진을 찾은 시민들의 증언은 더욱 심각했다. 교복 넥타이를 맨 중학생은 "경찰이 눕히고 방패로 내려찍었다"고 흥분했다.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은 "방패에 등과 머리를 맞고 정강이를 채였다"며 멍든 다리를 내보이기도 했다.

안경을 쓴 시민들도 눈가의 상처를 내보였다. "경찰이 방패로 눈가를 두 차례 이상 내리쳐 깨진 안경 렌즈로 눈가가 찢어졌다"는 것이다. 또다른 시민은 "다행히 눈은 안다쳤지만 안경이 깨져 못쓰게 됐다"며 안경을 내밀었다.

놀라운 사실은 피해자들의 연령이다. 이날 기자에게 피해사실을 말한 시민 20여명 중 30대 성인 2명을 제외한 모두가 학생 신분이었다. 결국 이날 119 구급차에 의해 3명의 시민이 강북삼성병원, 서울대학병원 등으로 실려 갔다. 경찰은 "조사 결과 대부분 찰과상 등이어서 심각한 상처를 입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경찰에게 맞았던, 그리고 이를 지켜봐야 했던 학생들은 무엇을 느꼈을까. 시위에 참가했던 한 여중생은 "경찰이 이렇게 시민들을 때릴 줄은 몰랐다"며 "너무 놀라서 뭐라 말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이 여학생의 손에 들려 있던 것은 촛불 하나뿐이었다.

기자에게 "경찰 방패에 등과 다리를 맞았다"고 말한 한 여대생도 "태어나서 이렇게 맞은 것은 처음"이라며 "그것도 경찰에게 맞게 될 줄은 몰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 6월, 우리 국민은 현재 촛불시위를 벌이고 있는 바로 그 장소에서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그때 경찰은 폴리스라인을 설치하고 시민들의 신변을 철저히 보호했다. 경기가 끝나고도 이튿날 새벽까지 거리에 남아 시민들이 모두 무사히 귀가할 때까지 본분을 다했다. 그러나 이번 촛불시위에서 경찰의 태도는 확연히 달랐다. 평화적인 시위보장은 제쳐두고라도 시민 안전보장이라는 기본적인 임무조차 수행하지 않았다.

매주 촛불시위 후 경찰의 태도를 그 예로 들 수 있다. 지난 14일 광화문 네거리에서 미 대사관 앞까지 세종로 일대를 촛불로 뒤덮었던 '10만 범국민 평화대행진'이 끝난 후다. 집회 후 당시 시민들은 달리는 차를 피해 세종로 16차선 도로를 빠져나가야 했다. 언뜻 보기에도 아슬아슬한 광경이었다. 경찰은 이를 보고도 차량통제나 시민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어린 학생들과 시민들을 방패로 무력 진압했다. 지난 달 21일 캠프 케이시 앞에서의 과잉 폭력진압으로 언론과 시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은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지난 월드컵 응원전 때 붉은 셔츠를 입고 거리에 나온 시민과 현재 "민족의 자존심을 되찾겠다"며 촛불을 들고 광화문 거리에 나선 시민이 무엇이 다른가. 기본적인 시민의 안전조차 보장해주지 못하는 경찰이라면 존재 이유 또한 설명될 수 없다.
/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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