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세의 노파와 19세의 청년의 사랑이야기 <19 그리고 80>(콜린 히긴스 원작 / 장두이 연출)이 대학로 정미소 극장에서 공연중이다. 이 작품은 AIDS로 38세의 젊은 나이에 죽은 미국의 작가 콜린 히긴스의 시나리오 <헤롤드 앤드 모드(Harold and Maude)>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1971년 영화로 만들어진 <헤롤드 앤드 모드>는 컬트영화의 고전으로 미국과 캐나다에서 30년이 지난 지금도 상영중이다. 이 작품은 1973년 각색을 통해 연극 무대에 옮겨졌고, 우리나라에서는 1987년 김혜자, 김주승을 주인공으로 현대극장에서 초연됐었다. 이번 공연은 박정자가 모드역을 이종혁이 헤롤드 역을 맡아 나이를 초월한 사랑을 연기한다.
이 작품을 연출한 장두이는 연극배우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80년대 세계적 연출가 그로토프스키와 피터 브룩과 같이 공연한 전력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화려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연극 연기뿐만 아니라, 무용수, 영화배우, 시인, 극작가로도 활동했고 현재 대경대에서 후학을 가르치고 있다.
1월 11일 <19 그리고 80>이 공연되고 있는 정미소 극장에서 연출가 장두이를 만나 <19 그리고 80>과 그의 올해 계획을 들어봤다.
- <19 그리고 80>은 어떤 연극인가?
<19 그리고 80>의 원작은 <헤롤드 앤드 모드(Harold and Maude)>이다. 원래는 영화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이 작품을 쓴 콜린 히긴스(Colin Higgins)라는 작가는 지금도 미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나리오 작가이자 감독이다. 38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자유주의자였다.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 모든 위대한 작품들 예를 들어 셰익스피어의 작품이나 파우스트를 쓴 괴테의 작품도 마찬가지로 궁극적으로 표현고자 하는 세계는 인간의 자유와 사랑이다. 바로 <19 그리고 80>이란 작품은 이 두 가지를 다 가지고 있다. 그런 면에서 문학성이 상당히 강한 연극이다. 이 작품을 하려는 배우들은 문학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말 한마디 한마디가 문학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서 더 중요한 것은 문학성과 함께 종교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 종교성이라는 것이 기독교성이라든가 하는 좁은 것이 아니다. 이 작품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힌두이즘, 불교, 공자 이야기도 한다. 그것을 어렵게 각론식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이야기하듯이 쉽게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서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했던 비유는 어렵게 한 비유가 하나도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가장 쉬운 비유들을 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이 작품은 21세기의 참혹한 현대문명, 자연파괴, 인간관계가 점점 소원해지는 것, 외로움 이런 것을 모두 집약시킨 작품이라 생각된다. 나는 미국에서도 살아봤고, 유럽에도 살아봤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전부 병들어 있다. 유토피아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예술이 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의 정신세계, 물질세계를 각성시켜주는 예술치료(art theraphie)처럼 치료를 시켜 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교훈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다.
그래서 이 작품을 보시는 관객들은 그냥 단순한 연극적 재미도 있겠지만 메시지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80세의 노파 모드의 입을 통해서 19세의 청년 헤롤드에게 계속 얘기를 해주는데 그것은 간접화법이지만 관객들에게 주는 강렬한 메시지이다. 거기에는 인간으로 돌아가야 된다는 문제, 사랑이 없이 어떻게 인간성이라는 것이 회복될 수 있느냐의 문제, 이 세상의 물질문명은 많은 인간사회를 부패시켜준다는 문제, 참 된 인생의 가치관이 무엇이냐는 문제, 끝으로 삶과 죽음이 무엇이냐는 문제를 말하고 있다.
마지막 장면에 80세 생일날 이 여자는 자살을 한다. 약을 먹고 자살을 했는데 슬프지 않다. 우리가 삶을 살 때엔 다 그렇겠지만 나름대로 아쉽거나 후회스럽거나 그런 것을 다 버리고 저 세상이 간다는 것 자체가 두려움이 아니라 삶의 또 다른 연장이라 보는 것이다. 그런 철학적, 신학적 요소가 들어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보시는 관객들은 자기가 무엇을 전공했던, 자기 직업이 무엇이던, 성별이 무엇이던 간에 여러 관점에서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 이 작품을 연출하게 된 계기?
이 작품을 예전에 영화로 봤다. 이 영화는 지금까지 미국에서 상영되고 있다. 그것은 토요영화관이라든가 일요일 12시쯤에 하는 심야극장에서 한다. 캐나다도 마찬가지다. 단적인 예로 이 작품을 108번을 본 관객이 있을 정도이다. 그러면 그 관객은 왜 이 작품을 그렇게 많이 보았을까? 저는 솔직히 두 번 밖에 안 봤다.
이 영화를 컬트영화의 클래식이라고 얘기한다. 제가 봤을 때 지금은 더 이상 컬트영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기에 나오는 헤롤드라는 남자주인공은 자살을 연습한다. 번번이 실패하지만 매일 자살을 시도한다. 하지만 그것이 싸이코냐? 저는 지금 이 시점에 와서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그런데 콜린 히긴스가 이 작품을 썼을 때는 그것은 굉장히 충격이었다. 그 영화가 나왔을 때 모든 사람들이 미친 영화라고 했다. 그래서 그것이 소위 말하는 컬트영화의 클래식이 된 것이다. 아마도 이 사람은 20년 후의 세계를 바라보고 이 작품을 썼을 것이다.
이 작품을 우리나라에서 15년 전에 초연 됐다. 현대극장에서 제작을 해서 공연을 했는데 그때 저는 미국에 있어서 못 봤다. 우연히 박정자 선배님이 이 작품을 가지고 장두이씨가 한번 연출을 하면은 딱 맞을 것 같다고 얘기했다. 저는 그 프로포즈를 받는 순간에 속으로 굉장히 쾌재를 불렀다.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우리의 어떤 유교적인 사회의 바탕에서 80세의 노파와 19살의 청년이 사랑을 나눈다는 얘기는 아무리 연극이지만 충격적인 것이다.
우리의 윤리적인 잣대 속에서 이 작품을 어떻게 보여 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면서 박정자 선배라면 해볼만한 작품이 아니겠느냐 생각했다. 왜냐하면 모드라는 역할이 매력적인 역이면서도 상당히 강한 역이여야 하기 때문이다. 박 선배님이 가지고 있는 카리스마적인 연기를 이 작품 속에 색깔을 입혀보면 괜찮겠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프로포즈를 받았을 때 바로 대답을 했다.
작업하는 동안에 관점의 차이는 어느 작품을 할 때나 있기 마련이다. 제가 생각하는 어떤 연출적인 세계가 우리나라에서만 작업한 연극인들하고는 상당히 거리감이 있다. 그것을 우리 연극인들은 정서의 차이라고 말하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 세상에 정서적 차이가 어디 있습니까? 예를 들어 1978년에 내가 영어를 전혀 못 알아들었을 때 <에쿠우스>라는 연극을 브로드웨이에서 봤는데 좋은 것은 좋은 것이다. 그것은 정서의 차이가 아니다. 그런 관점의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여튼 이 만큼 올려졌다는 것이 다행이다.
초연 첫날 공연할 때 가슴이 설랬다. 과연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그런데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 어제까지 어제저녁 두 번째 공연까지 봤는데 어제는 젊은 관객이었는데 상당히 반응이 좋았다. 나는 이런 좋은 작품을 연출할 기회를 준 박 선배님에게 감사드리고 이렇게 좋은 작품을 우리 관객들도 역시 목말라 하면서 찾고 있구나 하는 자신감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 박정자씨와 <11월의 왈츠> 이후 두 번째로 이 작품에서 호흡을 맞췄는데 배우 박정자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배우이다. 첫째, 화술이 가장 뛰어난 배우이다. 우리나라에서 남녀를 통틀어서 박정자 선배만큼 정확한 화술과, 맛스러운 말의 뉘앙스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성우도 하고 그랬겠지만. 그것은 최대의 장점이다. 그리고 두 번째, 연기자가 가지고 있는 건강한 육체적 조건을 가지고 계신 분이다. 셋째, 배우가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영혼이 없으면 훌륭한 연기를 해낼 수 없는데 그런 영혼을 가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배우라고 생각한다.
<11월의 왈츠>때는 박정자 선배가 한국에서만 활동을 했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공간적인 (한계) 느꼈다. 그런데 그동안 6-7년이 지나서 이번에 다시 뵈니까 많이 완숙됐다 그럴까? 연기자로서, 인간으로서 그런 점에서 존경스럽다.
내가 연출하는데 얼마나 바보 같은가?. 내가 연출한 것보고 웃고, 울고 이거 있을 수 있는 일인가? 그런데 첫날과 어제 연습 할 때도 가끔 찡찡했었는데 공연하는 것을 보고 눈물을 막 흘렸다. 박정자라는 배우가 저만큼 해주었기 때문에 저 작품이 살아 움직였다고 생각한다.
선배님이 나보고 나는 이거 80살까지 매년 하고 싶어 라고 말씀하시는데 하실 수 있으면 해야 한다. 만약 그렇게 하실 수 있다면 그것은 세계적 기록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 공연되고 있는 작품이 '쥐덫'이라는 작품이다. 한 40년이 넘었다. 한 작품이 그렇게 오래가고 있는데 박 선생님이 돌아가시기 전까지 이 작품을 공연 할 수 있다면 또 하나의 세계적인 기록을 남기는 것이다.
나는 뮤지컬을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도 뮤지컬을 하고 그랬지만. 뮤지컬이라든가 아니면 오락 중심으로 되는 우리나라의 연극 풍토에 이렇게 문학성이 짙고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
- 세계적 연출가 그로토프스키(Grotowski, Jerjy), 피터 브룩(Peter Brook)과 같이 작업을 했다. 그런 경험은 흔치 않은 경험인데?
배우인 제 미국인 친구가 있는데, 피터 브룩 극장에 가서 그 앞에 땅바닥에 두러 누워서 선망이 대상이 되는 피터 브룩 그 사람을 한번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왔다고 한다. 그것은 모든 연극인들의 꿈이다. 왜냐하면 이 지구상에서 가장 최고의 연출가이기 때문이다. 그 사람들은 단순한 연출자만이 아니다. 엄청난 철학가이다.
위대한 건축가가 인간의 의식주 가운데 주에 관한 문제를 통달하고 있는 것처럼 연극에서 종합성을 가지려면 배우이건 조명예술가건 연출자건 나름대로의 세계라고 부르는 철학이 있어야 한다. 그로토프스키나 피터 브룩 같은 사람들은 끝까지 간 사람들이다.
하나 재미있는 것은 이 두 사람이 세미나를 했는데 8시간을 했다. 이 두 사람이 연극인들, 언론인들 한 700여명이 가득 모인 자리에서 8시간을 마라톤으로 계속 세미나를 했다. 이 세상에 8시간을 연극에 대해 얘기 할 수 있는 사람도 없거니와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은 역시 무궁무진한 연극에 대한 지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연극이라는 것은 인류가 이 지구상에 탄생하면서부터 가지고 온 예술의 한 원초적 형태이다. 음악, 무용, 건축 다 마찬가지이지만 이 사람들은 그런 연극에 대한 많은 지혜를 가지고 있다.
또 하나 내가 그 두 분들이랑 작업하면서 무릎을 쳤던 것은 동양인인 나보다 더 동양연극에 대한 이해를 많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거기서 자빠졌다. 할 얘기가 없다. 내가 나의 정체성을 모르는데, 그 사람은 자기의 정체성 플러스 지구 반대편에 있는 다른 세계인 동양에 대한 예술을 가지고 있다. 그런 사람들이다.
나에게는 하늘이 준 기회였다. 그 사람들과 작업을 할 때 일지를 썼는데 지금도 집에 있지만 그 일지를 요즘도 가끔 보면 그것은 혈서다. 나의 각성 플러스 내가 한국에서 공부하고 작업했던 우리 연극이 저 사람들과 얼마만한 차이가 있느냐의 생각까지.
그 사람들이 세계 연극의 새로운 물고를 트는데 그 만큼 기여한 바가 혁혁하다. 지금 그 사람들의 책은 연극인들에게 필독서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책마저 원어나 아니면 번역된 책조차 없다. 이제 누구에게 더 이상 기다릴 수도 없는 것이고 저 스스로라도 우리 연극인들을 위해서 번역 작업을 하고 있다. 저한테는 두 분의 스승은 뼈를 깎는 많은 것을 심어준 분이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감상주의자들이 아니다. 그 사람들의 예술은 면도날 같은 것이다. 너무 면도날을 갈아서 이 사람들이 하는 말, 지적, 이 사람들이 하는 연극을 보면 우리나라에서 “저 사람은 완벽주의자다”라고 감히 말 할 수 없다.
내가 개인예술이라면 내가 얘기를 안 하겠다. 물론 보는 사람들이나 같이 하는 사람들을 계산하겠지만 내가 작가고, 화가고, 작곡가라면 혼자 하는 작업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사람들은 그것이 아니다. 종합예술을 현장에서 컨트롤하면서 창조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완벽주의자고 배우가 어떻게 해야 하는 것 무대장치가 어떻게 해주어야 하는 것, 여기에 음악인이 어떻게 해주어야 하는 것, 의상이 어떻게 해야 하는 것, 소품이 어떻게 해야 하는 것, 이것을 완전히 꿰고 있다. 그것은 절대자적인 것이 아니면 불가능한 것이다.
그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면 너무 정확하고 맞는 말이니까 연기자입장에서 할 말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서양연극인들에게 별별 소문이 다 있었다. 1986년도에 그로토프스키가 부력을 한다고 가부좌 틀고 앉아서 몇 시간을 떠있다는 소문이 쫙 돌았다. 그만큼 너무나 완벽하니까 신비적으로 보여 진 것이다.
사실 그 사람들은 평범한 인간들이다. 개인적으로 밥 먹고 그럴 때는 진짜 인간적이다. 나는 내가 어떤 연기를 했을 때 그로토프스키가 나한테 말 한마디도 안하고 네가 맘에 든다는 말을 내 손을 가져가면서 자신의 손에 닿고, 웃고 했다. 나는 그것을 받았을 때 진짜 감격했다.
- 배우의 신체훈련을 중요시하는 그로토프스키와의 만남이 배우로서 어떤 의미를 갖는가?
그로토프스키의 신체훈련은 뭐라 얘기할까?
배우가 하는 신체훈련이 이 지구상에 상당히 많다. 예를 들면 인도의 전통연극 가운데 카타칼리 같은 경우도 배우의 신체훈련이 있다. 그네들이 쓰는 제스처나 움직임을 종합해서 만든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탈춤 같은 경우 춤사위라는 것이 있다 그 춤사위 자체가 말하자면 우리적으로 표현되고 약속된 연극언어이다. 일본의 노(能)연극도 마찬가지고 인도네시아의 토팽 연극도 마찬가지이다.
그로토프스키가 하는 흥미로운 작업이 뭐였냐 하면 인간의 모든 문화를 떠나자는 것이다. 모든 문화를 떠나면 객체라는 것이 남는다. 인간의 그 자신(himself), 혹은 그녀 자신(herself)이 남는데 그 사람의 언어를 찾자는 것이다. 말하자면 우주적(cosmic)인 것이다. 이것은 이 사람의 기발한 발상이다. 이전까지 아무도 해 낼 수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람은 전 세계를 다니면서 자기의 이론과 자기의 연극을 알렸고 이것이 먹힐 수 있었다.
내가 내 연극만을 가지고 러시아 가서, 미국 가서 아무리 이야기한들 그것이 통합니까? 우리 연극인들이 말하듯 정서적 차이가 있어서 그렇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일본의 스즈키라는 세계적인 연극인이 있다. 그 사람의 스즈키 메소드를 가지고 서양 세계에 자기 연극을 표현했을 때 사람들이 기립박수하고 좋아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본적인 것이다. 일본적인 전통에서 가지고 온 바탕이었다.
하지만 그로토프스키나 피터 브룩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피터 브룩은 영국에서 태어났지만 영국을 떠나가서 지금 불란서 파리에서 작업하고 있고 그로토프스키는 폴란드를 옛날에 떠났다. 그래서 세계를 유랑하면서 다녔다. 그 사람은 스스로 자기를 뭐라고 하냐하면 “나는 국적이 없는 사람이다.”라고 말한다. 그런데 비참한 것은 뭔지 아십니까? 국적이 없으면 이 나라, 이 지구상에서 존재할 수 있는 것이냐는 것이다. 그 사람이 말하기를 왜 내가 미국에 가는데 미국 비자를 받아야 하고, 중국을 가야하는데 중국 비자를 받아야 하며, 이것이 인간세계의 잘못이라는 것이죠. 그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그 사람의 모든 세계는 인간이 만들어낸 굴래, 시스템 이런 형식을 벗어난 완전한 자유, 그것은 저는 완전한 자유라고 본다. 거기에서 출발해서 연극을 시작한다. 거기에 참여하면 어떻게 되느냐 완전히 선불교랑 똑같다. 이 사람은 그것을 초월한 것이다. 이것이 그 사람의 연극 주의다. 그러니까 끝이 없고 밑이 보이지 않는 깊고 광활하고 그런 연극인이다.
- 그로토프스키나 피터 브룩의 연극 시스템을 국내에 도입할 의사는 없는가?
| | | 그로토프스키 | | | | 폴란드 출신의 연극 연출가로 제쇼프에서 출생하였다. 크라쿠프의 연극학교를 졸업하고 1959년 오폴레에 실험극장을 창설하였다.
그 이념과 실천은 피터 브룩을 비롯한 서양의 많은 연출가들에게 크게 영향을 주었다. 그는 연극에서 필요 이상의 분장, 소도구, 조명장치 등을 없애고, 관객의 수도 40∼100명으로 제한하였다. 지각에 호소하는 연극을 창조하여, 배우는 자세와 삶에 대한 방법을 몸으로 나타내는 존재로서의 자기 가능성을 추구하고 평상시의 가면을 벗어던져 자기를 나타내야 한다고 하였으며, 이로써 관객은 무대와의 대결을 통하여 자신을 분석하고 인식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주요 연출작품으로 《아크로폴리스》《포스터스 박사》《불굴의 왕자》 등이 있고, 주요 저서로는 《실험연극론》(1968) 등이 있다.
/ 두산세계백과사전 | | | | |
참 미묘한 질문이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예수님을 따라다녔던 12명의 제자들은 생각해 보면. 예수를 미친놈, 이단이라고 말하던 그 세상에서 그렇게 취급받던 사람을 따라다녔다는 그 12명은 대단한 사람이다. 보통사람이 아니다. 그로토프스키나 피터 브룩 그 사람들과 끝까지 작업하고 싶어하는 배우들이 많지 않다.
그분들의 연극주의적인 고품격의 연극방법론을 우리나라에서 한다는 것을 전들 왜 못했겠어요. 아주 비참한 얘기할까요? 연극을 왜 해요? 이런 얘기를 많이 듣는다. 또 다른 얘기할까요? 연극 안본 사람 우리나라 국민 가운데 부지기수로 많다. 연극영화과를 입학한 학생보고 연극 본 사람 손들어봐 그러면 한 30명 가운데 한 네 다섯 사람밖에 없다. 이런 속에서 그런 것을 못하라는 법은 없지만 상당히 어려운 점이 있다.
그로토프스키나 피터 브룩의 연극 세계는 일단 다른 어떤 것을 다 거친 다음에 일종의 음악으로 말하면 마스터클래스에 있는 사람들을 데리고 했을 때 먹힐 수 있는 교육의 효과이다.
보따리를 못 풀면 그냥 가는 거다. 우리의 연극 재산, 우리의 연극 자산 이것도 솔직하게 연구하는 기관도 별로 없고, 연구하고자 하는 사람도 별로 없고 그것도 안타깝다. 저나 누구나 이런 쪽으로 해야 될 일이 너무 많은데 엄두를 못 내고 있다. 해야 되겠다는 생각은 항상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궁리만 하고 있다.
- 즉흥연기에 관한 책을 쓰셨는데 즉흥 연기의 효용과 가치는 무엇입니까?
<연기 실습론> 이라는 책에서 즉흥극에 대한 언급을 상당히 중요하게 했다. 외국에서는 소위 말하는 즉흥극 훈련이라는 것은 배우에게 필수적이다. 왜냐하면 어떤 상황을 주고 연기자보고 연기를 하라고 했을 때 연기자가 종합성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할 수 없다.
작가적 마인드도 있어야한다. 예를 들어 “여기가 바다야 바다 한복판에 있어. 연기 시작하세요”하면 작가성이 있어야 거기에 대한 픽션을 만들 수 있다. 그러니까 종합성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상상력이다. 예술가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상상력이다. 상상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면 즉흥극을 할 수 없다.
셋째는 테크닉이다. 바다라고 하면 바다에 놓여있는 배우가 그것을 상상하고 작가성을 띠고 있으면서 그 다음에 어떻게 기술적으로 보여주는가? 그것이 테크닉이다.
그 다음 중요한 것은 지성이다. 배우가 지성과 플러스 지식이 없으면 연기를 하기 어렵다.
그런 것을 위해 즉흥극 훈련은 연기자가 반드시 거쳐야 될 수련과정이다. 그런데 제가 왔을 때만해도 대학에 즉흥극을 가지고 훈련하는 커리큘럼이 없었다. 제가 중대에서 1년을 가르쳐보고 그랬는데, 이것은 서양의 연기를 가르쳐주는 다른 대학이나, 학원에 비해서 엄청나게 뒤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즉흥극에 대한 교본마저 없고. 그래서 그때 이것이 반드시 필요해서 썼다.
이번 2월에 두 번째 책이 나온다. 그것은 장면연기에 관한 것이다. 즉흥극 이것은 반드시 필요하고 이것이 됐을 때 장면연기, 그 외의 것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연기를 초보로 하던 아니면 이미 하고 있는 사람이건 반드시 거쳐야 되는 훈련 과정이기 때문에 일단 책으로 냈다. 그런 훈련을 계속할 수 있는 훈련장도 필요하다. 각 대학 뿐 아니라 학원에서도 이것을 유용하게 사용했으면 한다
- 영화 연출을 계획하고 있다고 들었다. 준비중인 영화에 대해 설명해 달라.
지금 준비하고 있는 영화는 <다섯페이지>라는 작품이다. 가장 좋은 영화는 “야, 그 영화 무슨 영화냐” 그러면 딱 10초만에 설명을 끝내야 한다고 본다. 휴먼드라마이다. 한 여자가 비즈니스 때문에 여행을 갔다가 거기서 기억상실증에 걸린다. 그런데 그 마을의 청년이 이 여자를 치료한다는 얘기이다. 이 영화에서 치유방법이 중요하다. 뭐냐하면 침, 그 다음에 약초로 그 여자를 구한다. 이 청년은 굉장히 재미있는 청년이다. 그런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휴먼드라마이다.
내가 이것저것 다 해봤다. 음악 작곡도 해봤고, 무용도 해봤고, 소설도 써보고 다 해봤다. 물론 영화연기도 해봤다. 영화감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옛날부터 있었다. 그래서 하게 됐다. 결정적으로 이것을 해보겠다고 생각한 것이 우리나라에 진짜 좋은 감독이 없어서이다. 나는 서양영화 보다가 우리나라 영화 보면 못 보겠다.
지금도 연극영화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지만 미국의 영화학교에는 학생이 반드시 봐야할 필독의 영화가 있다. 그 중 오손웰즈의 <시민케인>이라던가 프란시스 코폴라의 <대부>는 대학에서 한 학기동안 세미나와 분석을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우리영화를 가지고 한 학기동안 학생들에게 토론하면서 이것은 가장 한국적인 영화고, 한국의 정서와 한국인이 이야기하면서 세계적인 메시지가 있는 영화가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좋은 감독이 이제는 나와야 한다. 훌륭한 감독이 되려면 연극의 연출자만큼이나 모든 것에 대해 통달해야 한다. 기술, 예술성, 또 하나 중요한 문학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런 전체적인 것을 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이웃나라에는 구로자와라와 같은 감독이 있다. 구로자와 영화를 보라. <맥베스>라는 셰익스피어 작품을 자기네 이야기로 해서 만든 <피의 제관>, <리어왕>을 도치시킨 <란>, 불과 한 세 페이지 되는 손바닥 장자 장편(掌篇)소설을 두 시간짜리 영화로 만든 <라쇼몽>이라는 영화. 그런 위대한 감독이 있는다.
우리 영화도 100년 역사입니다. 우리에게는 과연 누가 있는가? 나는 돌아가신 이민희 감독님의 <만추>같은 영화를 좋게 봤다. 내가 그렇게 훌륭한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은 안한다. 그래도 내가 경험했던 삶이 조금은 나올 수 있는 영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단 이 작품이 걸렸다. 첫 작품은 내가 생각하기에 습작보다는 조금 낫게 만들 것 같다. 아마 세 번째 작품쯤에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내가 내 돈으로 저는 돈이 없는 사람이니까 남한테 펀드를 구하던 어떻게 하던 그런 영화, <남사당> 같은 영화 하나 하고 싶다. 그런 영화를 할 수 있는 초석을 하기 위해서 노크를 했는데 그것이 결실이 되는 것 같다. 그래서 하게 되면 5월 하순부터 촬영에 들어 갈 것 같다.
- 올해 계획은 어떻게 됩니까.
상반기에 영화작업이 있고. 그 다음 9월 달에 뮤지컬 작품 하나 연출할 계획이다. 여자들만 일곱명이 나오는 무지개라는 작품이다. 브로드웨이에서 굉장히 히트한 작품이다. 내가 그 작품을 왜 선택했냐 하면 진정한 페미니즘 연극을 우리나라에서 해 볼 필요가 있어서이다. 그런 측면에서 그 작품을 해보고 싶다.
- 바쁘신데 인터뷰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덧붙이는 글 | <공연정보>
공 연 명 : <19 그리고 80>
공연기간 : 1. 9 ~ 3. 16
공연장소 :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
문의전화 : 02-3672-3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