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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18일 밤 KBS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에게 듣는다> 프로그램에서 각계 패널들과 토론을 벌이고 있다.
ⓒ 주간사진공동취재단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18일 당선 이후 첫 TV 생방송 토론회에 출연해 다음주 장관급 회담을 위해 남쪽을 방문하는 북한 특사가 자신을 만나기를 원한다면 얼마든지 만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노 당선자는 KBS 1TV가 마련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에게 듣는다>는 프로그램에서 '북의 장관급 회담 특사가 당선자를 만나기를 원한다면 만날 것인가'라는 박찬숙 앵커의 질문에 분명한 어조로 "예"라고 답하며 "나는 어느 만남이라도 격식 따지지 않고 체면 따지지 말고 만나서, 솔직하게 진지하게 대화해야 한다. 그래야 무슨 문제든 풀린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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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 문제, 미국 뒷걸음질 치지 않을 것"

노 당선자는 "북한 핵 문제 이야기가 나오면 지금 내 심정은 '휴∼' 하고 약간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심경이고, '아, 역시 하늘이 우리 한국민을 버리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면서 "다행히 미국의 여론이 돌아가서 이제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고 하고 점점 구체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노 당선자는 "이것이 세계의 대세이기 때문에 미국이 더 뒷걸음질 쳐서 되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이제 구체적인 대화의 테이블을 어떻게 만드느냐 하는 문제인데, 주변 국가들도 열심히 나서주고 있고, 우리 정부도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 당선자는 북한의 핵 포기 여부에 대해 "북한은 핵을 포기하는 대신 안전과 지원을 선택할 것"이라며 그 근거로 북한이 안전에 대한 절박한 요구를 가지고 있다는 점과 개혁·개방에 적극적이라는 점을 들었다. 노 당선자는 "북한 내부에 여러 가지 갈등이 있어서 금방 속마음을 확 털어놓지 못하지만, 개혁·개방을 하고 싶어한다"면서 "개혁과 개방에는 우리 한국정부와 주변국가들의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노 당선자는 "남은 것은 뻔한데 여기에 서로 자존심도 있고 불신도 있는 것"이라며 "어떻게 자존심도 서로 살려가면서, 서로의 불신을 자꾸 키우지 않고 조금씩 서로 신뢰하는 방향으로 접근해 갈 것인가, 이것이 정치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이 해 나가야 하는 것이고 우리 국민들의 현명한 판단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미의식은 줄고 자주에 대한 자각은 높아졌다"

혼자 라면 먹다 화낸 권양숙 여사
노무현이 말하는 대통령 당선 한달

▲ 권양숙 여사가 방청석에 앉아 18일 밤 KBS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에게 듣는다> 프로그램을 지켜보고 있다.
ⓒ주간사진공동취재단
이날 생방송 프로그램은 노 당선자로서는 대통령 당선 이후 꼭 한달만의 TV 외출이었다.

노 당선자는 "지금 내 차, 당선자 전용 특수차인데, 그 차를 딱 탈 때 '아, 내가 대통령이 될 사람이구나' 하는 것을 느낄 뿐 다른 때는 아직 실감이 덜 나는 편"이라며 '당선 한달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하루는 집에 갔더니 제 아내가 '당신이 대통령 됐는데 내가 달라진 것이 뭐가 있냐'고 조금 화가 난 얼굴이었습니다. 그래서 참 이상하다, 역시, 공개적으로 말하면 안되지만… 마누라는 영원한 마누라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모두 웃음) 사연을 들어보니까 혼자서 라면을 끓여가지고 먹다가 생각해보니 남편이 대통령이 되었는데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는….(웃음) 아직은 그렇습니다. 잘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노 당선자는 이날 생방송 자리에서 북핵 문제뿐 아니라 총리 인사, 정치개혁, 행정수도이전, 정부 운영 방식 등 다양한 구상과 입장을 밝혔다.

오광윤 KBS 해설위원의 사회로 약 100분 넘게 진행된 이 프로그램은 김수진 교수(이화여대 정외과), 박찬숙 앵커, 윤창현 교수(명지대 무역학과), 이주향 교수(수원대 철학과)가 패널로 참석했다. 참석한 방청 시민들도 몇가지 질문을 던졌으며, 인터넷을 통한 질문도 약 2000여건이 몰렸다. / 이병한 기자
노 당선자는 '우리 사회에 반미의식이 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우리 젊은이들 사이에서 반미의식은 많이 줄어들었다"고 반박하면서 "그런데 반미의식이 더 많아져 보이는 것은 자주에 대한 자각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노 당선자는 "과거의 한미관계가 좀 평등하지 않았고 지나치게 의존적이었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 이제는 평등한 관계를 요구하고 좀더 자주적인 국가의 위신을 세워주고 국민들의 자존심을 살려나갈 것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아져버린 것"이라며 "그래서 반미의식은 줄었고 자주의식은 늘었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 당선자는 "나는 반미주의자가 아니다"라며 "세계경제 12∼13위 권의 당당한 대한민국의 당당한 지도자가 되려고 할뿐"이라고 말했다.

'검찰총장 임기 보장' 발언에 담긴 의미

노 당선자는 한나라당에서 주장하는 '3대 의혹 사건'과 민주당에서 제기하는 세풍·안풍·기양건설 의혹 등을 포함한 '국민적 의혹 사건'에 대해 "내가 한 말은 검찰총장의 임기를 법대로 존중하겠다는 말 이외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면서 "그 말에는 검찰총장이 원칙에 따라 법대로 소신껏 하는 것이 옳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 당선자는 국민적 의혹사건에 대해 "이것은 누구라도 밝히지 않을 수가 없다, 반드시 밝혀야 하고 안 밝힐 재간도 없다"면서 "책임을 묻는 과정에서는 여러 가지 민심도 살피고 정치적 고려가 필요하지만, 진실을 밝혀나가는 과정에서는 정치적 고려가 들어가면 안된다"고 말했다.

노 당선자는 "내가 이 문제에 관해서 말할 수 있는 과정은 취임하고부터 생기지만, 지금 가진 생각은 검찰이 원칙대로 잘 할 것으로 보고, 그에 대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고, 취임할 때까지 그대로 있으면 정치적 고려 없이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밝히도록 법무부 장관에게 지시하겠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 했다.

▲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18일 밤 KBS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에게 듣는다> 프로그램에 출연해 방청객들과 악수하고 있다.
ⓒ 주간사진공동취재단

"공무원 조직의 개혁 동력은 허리"

노 당선자는 공무원 조직에 대해 "그냥 '개혁하라, 개혁하라' 막연하게 후려치지 않을 것"이라며 "내부에서 개혁의 동력이 공무원 조직 어느 부분에 있는지 찾을 것이고 대강 찾았다. 허리부분에 개혁의 동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노 당선자는 "개혁의 목표는 내가 가지고 있지만, 어느 길로 갈 것인가 어떤 교통수단으로 갈 것인가는 그분들과 토론을 통해 공무원들이 선택하게 하는 방법을 통해서 함께 해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노 당선자는 "나는 우리나라의 공직자들, 적어도 7급·6급·5급, 이 공직자들을 신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을 신뢰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며 노 당선자가 개혁의 동력을 발견한 '허리부분'이 5∼7급 정도임을 시사했다.

노 당선자는 "나는 장관을 잠시 하면서 아주 좋은 소득을 얻었는데, 그때까지 의심하고 불신하던 공무원들에 대해 '아, 이 사람들이 마음먹으면 우리 한국을 더 잘되게 할 수 있겠구나, 이 공무원들이 이만큼 해왔기 때문에 그동안 우리 정치가 많이 어지러웠는데도 우리나라가 이만큼 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면서 "앞으로 공무원들에게 한번 해보자고 하는 자신감과 의욕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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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모, 제2·제3의 노무현 만들어야"

ⓒ 주간사진공동취재단
노 당선자는 노사모에 대해 "섭섭하지만, 아쉽지만 자연스럽게 지금 멀어져가고 있다"면서 "그것이 지금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노 당선자는 지난번 당선 이후 노사모 모임에서 한 '생각을 넓히면 할 일이 많다'는 발언에 대해 "지금 '노무현, 노무현' 하고 다니면 무슨 큰 도움이 되겠는가. 이미 대통령 됐는데 이제 내가 잘해야지. 또 그분들이 내 편을 들어준다고 대통령 잘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라며 "그러다보니 그분들은 무언가 또 새로운 참여의 과제를 찾아나서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 당선자는 "정치라는 것은 어차피 어떤 의미에서 부득이 스타를 만들어야 한다"며 "제2·제3·제4의 노무현을 다시 찾아내서 그들을 또한번 '참여 국민들이 만드는 선수'로 만들어보자"고 말했다.

ⓒ 주간사진공동취재단


▲ KBS노조는 18일 밤 KBS 앞에서 노무현 당선자에게 KBS와 언론계의 개혁 등을 촉구하는 피켓팅을 벌였다.
ⓒ 주간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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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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