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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장에서 설날을 맞은 전교조 교사들이 합동상을 차려 제례를 지내고 있다.
농성장에서 설날을 맞은 전교조 교사들이 합동상을 차려 제례를 지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조호진
교사들이 설 명절까지 반납한 채 농성을 펼쳤다. 고향과 부모형제를 놔두고 차디찬 바닥에서 농성을 펼치던 교사들은 떡국대신 컵라면으로 저녁을 달랬다. 이들 교사들은 왜 3천 만 명이 대 이동하는 명절까지 농성한 걸까?

김목(53) 전교조 전남지부장을 비롯한 집행간부 20여명은 지난달 27일부터 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김장환 전남도교육감이 기습적으로 고입선발고사를 부활시키고 있다며 이에 대한 철회와 고교평준화 실시를 촉구하며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이들은 설날인 1일, 전남도교육청 소회의실에서 합동으로 상을 차렸다. 농성장에서 두 아들로부터 세배를 받은 김영효(51) 수석지부장은 노부모를 찾아가지 못하는 심정을 이렇게 밝혔다.

"가족과 부모님께 찾아가지 못하고 농성장에서 설을 맞고 보니 4년째 거동을 하지 못하시는 어머님 생각이 난다. 어제는 어머님을 찾아 뵙지 못하는 불효 막심한 마음을 편지로 쓰려고 했지만 끝내 쓰지 못했다. 몇 자의 글로는 불효의 마음을 도저히 달랠 수가 없었다.

어머님께는 근무 중이어서 찾아 뵙지 못한다고 거짓말을 했다. 더구나 군복무 중이던 아들이 휴가를 나왔는데도 아버지로서 따듯하게 맞아주지 못하는 심정이 괴롭다. 속 깊은 마음으로 참교육 투쟁을 이해해주는 아내와 자식들에게 할 말이 없다."


고입전형방법 개선방안인가? 혹은 독재정권시절 학습방법으로 회귀인가?

전남도교육청은 30일 '고입전형방법 개선방안'을 전격 발표했다. 설날을 앞둔 발표에 대해 전교조 전남지부는 기습적인 발표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농성 6일째인 설날, 교사들은 착잡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농성 6일째인 설날, 교사들은 착잡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 오마이뉴스 조호진
도교육청은 보도자료에서 "2000학년도부터 실시해온 내신성적에 의한 고입전형이 학습부진 학생 양산 등 학력저하의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면서 "사교육비 절감 효과나 학습방법 개선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비판에 따라 이를 개선하기 위해 내년도부터 내신과 선발고사를 병행하여 입학전형을 실시하는 내용의 '고입 전형방법 개선방안'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남도내 각 고등학교장들은 오는 10일까지 '내신' 또는 '내신+선발고사' 중 한 가지 전형방법을 선택하게 된다. 전형방법이 확정되면 중학교 3학년들은 올해부터 새로운 전형방법에 따라 고등학교를 진학하게 된다. 도교육청이 고입전형방법 개선방안 계획을 발표함에 따라 각 고등학교들은 '내신+선발고사'에 의한 학생선발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전남도교육청의 '고입전형방법 개선방안'에 대해 전교조 전남지부가 농성과 집회 등을 통해 강력 반대하고 나섰다. 이들은 우선 명절을 앞둔 30일 전격 발표한 것을 문제삼고 있다.

전교조 전남지부는 교육현장의 분란과 파행을 불러오는 고입선발고사를 일방적으로 기습 발표한 것은 폭거에 해당된다며 이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고입선발고사를 실시할 경우 "중학교 교육의 파행과 고교 서열화에 따라 입시 경쟁력이 약한 농어촌 소규모 고등학교의 붕괴 등 후유증이 우려된다"며 순천, 목포, 여수의 고교평준화 실시와 고입선발고사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김목 전교조 전남지부장.
김목 전교조 전남지부장. ⓒ 오마이뉴스 조호진
김목 전남지부장은 설날 도교육청 소회의실 농성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고입선발고사 부활은 군사독재정권 시절의 학습방법으로 회귀라고 못 박으면서 이에 대한 철회를 촉구했다. 다음은 김 지부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 설 명절에도 불구하고 농성을 펼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교육감의 독선적인 교육행정을 더 이상 두고볼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교육감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고입전형방법 개선방안'은 점수 위주의 고입선발고사를 부활시키겠다는 것으로, 과거 독재정권시절의 교육방법으로 회귀하겠다는 불행한 선언이다. 공교육의 위기가 거론되는 마당에 고입선발고사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창의성과 다양성 등이 요구되는 21세기 교육환경을 거부하고 학생들을 한 줄로 세우겠다는 뜻이다. 고향과 부모형제를 찾지 못하고 농성에 돌입한 것은 그만큼 절박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 고입선발고사 도입을 명절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발표했다. 어떤 의도가 있다고 보는가.
"명절을 앞둔 30일 오전에 고입선발고사 실시계획을 기습적으로 발표한 것은 전교조 등의 반대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의도다. 전남 교육의 수장인 교육감이 교육주체들의 여론을 수렴하기는커녕 마치 날치기하듯이 기습 처리한 것은 과거 독재시절로 회귀하겠다는 뜻과 다르지 않다. 교육감은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

고입선발고사 실시계획을 기습적으로 처리한 교육감의 태도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근본적인 교육개혁을 위해서는 교육계를 장악한 마피아로 불리는 교육수구세력의 청산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 갖게 됐다. 20세기의 낡은 사고를 가진 교육관료들이 21세기 교육을 좌지우지하는 한 전남교육은 희망이 없다는 생각이다."

- 왜 고입선발고사를 적극 반대하고 나섰는가.
"고입선발고사는 말 그대로 점수에 의해 학생들을 선발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과거에 문제가 많아 폐기 처분된 고교입시제도다. 이 제도는 학생들의 다양성, 창의성 등을 깡그리 무시하고 오직 시험점수로 등수를 매기면서 학생들을 시험지옥으로 몰아넣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중학교 교육정상화를 위한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고 교육현장은 극심한 혼란에 빠질 것이다. 특히 학생들은 보충수업과 월말, 주말, 매일시험 등의 시험에 시달릴 것이다. 여기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특성을 무시한 채 점수 높이기에 매달리면서 공교육 황폐화의 공범이 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 도 교육청은 내신과 선발고사를 병행하는 입학전형을 실시하겠다는 입장인데, 과거 고입선발고사와 어떤 점이 다르며 또 문제점은 무엇인가.
"내신과 선발고사를 병행하는 입학전형은 그 동안 문제가 된 내신에 의한 모순은 약간 보완할 수 있다. 그러나 내신과 선발고사라는 두 가지 부담을 동시에 안겨주게 돼 학생과 학부모들은 사교육비와 학습부담에 시달리면서 또 다시 중학교 교육과정이 파행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교육개혁 차원에서 추진된 특기적성교육이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으로 변질돼 운영되기 쉽다. 결국 창의적 재량활동이나 특별활동 등은 유명무실화되고 오직 점수위주의 학습이 학교 현장을 장악할 것이다. 더구나 예체능 과목 등 시험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낮은 과목들은 소외될 것이고 특히, 교육부가 추진해왔던 교사학습 방법개선 노력이 물거품이 될 것이다.

농성장에서 자녀들로부터 세배를 받고 있는 김목 지부장, 김영효 수석지부장.
농성장에서 자녀들로부터 세배를 받고 있는 김목 지부장, 김영효 수석지부장. ⓒ 오마이뉴스 조호진
교육부는 창의적이고 다양한 학습방법을 개발하고 적용할 것을 요구해 왔다. 토론식 수업방법과 탐구식 수업방법 등을 권장해 왔는데 고입선발고사에 의해 무용지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그 동안 진행해 온 특성화와 다양성 교육이 결과와 점수에 밀리는 등 교육의 질이 저하될 것이 예상된다."

- 고입선발고사 도입에 대한 학부모들의 반응을 어떻게 예상하는가.
"교육개혁 혹은 교육정상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학부모들이다. 자식교육에 맹목적으로 매달리는 학부모들은 오직 점수만 높게 해주면 후유증이 어떻게 나타나든지 찬성한다. 이는 학벌위주의 사회가 조장한 병폐이다. 결국 시험에 시달려 못 견딘 학생들은 가출이나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면서 사회문제를 낳곤 한다. 잘못된 교육정책인 고입선발고사를 교육감이 일방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배경은 학벌위주의 사회와 학부모의 욕심이 교육관료의 의도와 맞닿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 고입선발 도입계획에 대한 교사들의 반응은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가.
"극히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폭설이 내리는 가운데 도교육청 정문에서 규탄대회를 가졌는데 방학중임에도 불구하고 200여명의 교사들이 모였다. 이는 고입선발에 대한 반대 입장과 도교육감의 독선적 행정에 불만을 갖고 있다는 증거다. 개학하면 교육현장이 혼란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충분한 여론수렴과 논의를 생략한 교육감의 무모한 교육정책 발표는 교사들의 반대와 투쟁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 고입선발에 대한 언론보도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데 어떤 보도태도가 문제라고 생각하는가.
"대부분 지방 언론사들은 별 다른 문제 의식 없이 교육청의 보도자료를 베끼다시피 보도했다. 이것은 취재가 아니다. 전교조 교사들이 명절까지 반납하고 농성을 펴 왔는데 그 동안 농성장을 찾아와 취재한 언론인은 거의 없었다. 이 정도이면 교육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올바른 교육정책이 실시되도록 감시하고 비판하는 언론의 역할을 해야하지 않겠는가. 교사들의 절박한 목소리보다 교육청의 보도자료를 중시한 보도태도를 보면서 한국 교육의 위기를 불러온 책임이 언론에게 있다는 생각이 든다."

- 전교조와의 정책연대에 의해 도교육감이 당선된 것으로 안다. 하지만 정책연대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상태다. 전교조 안팎에서 현 도교육감을 지지한 데 따른 책임이 거론되고 있다.
"김장환 교육감을 지지할 수밖에 없는 선거 상황이었지만 정책연대를 통한 지지는 잘못된 것이었음을 시인한다. 잘못된 후보와의 정책연대에 대해 부끄럽게 생각하며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달게 받겠다. 앞으로 김 교육감의 잘못된 교육정책을 정면으로 거부하고 교육시민단체들과 연대해 교육개혁에 더욱 매진하겠다.

무엇보다 전남교육의 현실이 답답하다. 전임 교육감은 비리로 인해 감옥에 간 상태이고 현 교육감은 반 교육적인 교육행정으로 전남 교육을 혼란으로 몰아넣고 있다. 현 교육감의 교육행정은 독재정권시절 교육감 모습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앞으로 정책연대는 없다. 조합원들이 교육감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교육감이 계속 독선적인 모습을 보일 경우 퇴진요구도 불사할 계획이다."

- 순천, 목포, 여수지역의 고교평준화 여론조사결과 높은 찬성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도교육청과 지역의 기득권 세력들은 고교평준화 실시를 강력 거부하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동교 교사들과 세배를 주고 받는 전교조 교사들.
동교 교사들과 세배를 주고 받는 전교조 교사들. ⓒ 오마이뉴스 조호진
"순천, 목포, 여수지역 주민들은 명문고 중심의 고입선발 제도 대신 고교평준화를 찬성했다. 이 같은 변화요구에도 교육감을 비롯한 교육관료와 명문고 출신의 토호세력들은 고교평준화 저지에 혈안이 된 상태다. 특히 도의원을 비롯해 각계 각층에서 발언권을 가진 명문고 출신 기득권 세력들은 자신들의 근거지인 명문고가 해체되는 것을 우려해 고교평준화를 조직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고교평준화가 단순한 고입제도라면 진즉 해결됐을 것이다. 소도시의 토호세력은 명문고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소위 명문고를 중심으로 정치권력이 탄생되고, 기득권 세력이 유지되는 탓에 학생, 학부모, 교사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반대의 벽에 부딪쳤던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나타났듯이 지역의 개혁바람은 앞으로 더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감과 기득권 세력은 중학교 교육을 정상화시키는 고교평준화를 더 이상 거부해선 안 된다."

- 현 교육감이 '실력전남'을 자신의 주요한 공약으로 제시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실력이 저하된 전남교육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김장환 도교육감이 내세운 '실력전남'이란 말에 학부모들이 현혹되고 있다. 우리 나라 학부모는 '실력'이란 말을 좋아한다. 하지만 현 교육감의 '실력전남'이란 공약 속에는 '줄 세우기'와 '점수'만 중요하게 취급될 뿐 학생들의 다양성, 취미, 능력 등은 무시되고 있다. 진정한 교육과 실력은 학생을 점수 따는 기계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다양한 소질과 특기를 실현할 수 있는 학습방법과 교육풍토에 의해 주어져야 한다.

21세기는 공부 잘 하는 학생뿐 아니라 다양한 특기를 지닌 학생을 필요로 하고 있다. 하지만 20세기의 낡은 사고에 사로잡힌 교육감은 1등부터 100등까지 획일적으로 줄 세우고 싶어한다. 이러한 교육감의 사고에 의한 고입선발고사 부활은 바로 점수로 학생들을 줄 세우고 군기 잡던 군사독재시절의 습관에 의한 것이지 전남교육의 희망을 만들기 위한 고심의 결과는 결코 아니다.

전남이 다른 지역에 비해 실력이 낮은 것은 단순히 교육문제에 의한 것이 아니라 농어촌붕괴 등 사회 구조적인 원인 때문이다. 전남교육을 살리기 위해선 고입선발제도 도입이 아니라 농어촌 교육환경이 개선되어야 한다. 한 마디로 획기적인 교육예산 투자와 여건조성 그리고, 농어촌 경제회복을 위한 특단의 조처가 취해져야 한다. 현재의 열악한 교육여건에서 학생들을 점수 따내는 도구로 전락시키는 것은 마치 채찍으로 말을 때려 달리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채찍이 아파 마구 달린 말은 힘이 다하면 쓰러질 수밖에 없다."

떡국대신 컵라면이 이들의 설날 저녁식사였다.
떡국대신 컵라면이 이들의 설날 저녁식사였다. ⓒ 오마이뉴스 조호진
-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고입선발 고사의 문제점을 적극 알려나갈 것이다. 그리고 고입선발고사 계획 철회와 원상회복에 모든 역량을 다할 것이다. 김장환 교육감이 합리적인 대화와 토론을 무시하고 일방적인 강요와 결정으로 횡포를 일삼는다면 퇴진운동도 불사할 것이다. 전교조 조합원들은 위기에 처한 전남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어떤 대화와 노력도 다할 자세가 돼 있다. 하지만 구시대적인 교육관료들의 수구적인 자세에는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 명절을 가족들과 함께 보내지 못하고 농성 중인데 지금 심정은 어떤가.
"집과 가족을 놔두고 설 명절에까지 농성을 해야하는 현실이 착잡하고 서글프다. 이렇게까지 농성한 것은, 교육을 마음대로 망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기득권 세력들을 묵인해선 안 된다는 교사의 책임감 때문이다. 절박한 상황에 처한 교사들의 심정을 이해해주면 고맙겠다."

"목포·여수·순천 고교평준화 책임지고 실시할 것"
김장환 도교육감 향해 고입선발고사 즉각 철회요구

▲ 3일 도교육감실 복도에서 집회를 갖고 있는 전교조 전남지부 교사들.
ⓒ전교조 전남지부

전교조 전남지부 조합원 50여명은 3일 전남도교육청 교육감실 복도에서 '고입선발고사 철회 및 독선적이고 무능한 교육감 규탄 2차 집회'를 갖고 고입선발고사 철회를 촉구했다.

전남지부는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목포·여수·순천 등 3개시의 2004학년도 고교 평준화 실시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1월 30일 오전에 전격적으로 무모한 행동을 저질렀다."면서 "교육감의 시대착오적인 낡은 교육 철학과 떳떳하지 못한 처신을 강력히 비난하며 고입 선발고사 시행 지침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2004학년도부터 목포·여수·순천시의 고교평준화가 시행되지 못할 경우 교육 사회 분란의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할 것을 요구했다. 또 "학교를 파탄시키고 교육의 질을 떨어뜨릴 전 지역 고입선발고사 허용 방침을 즉각 철회"를 거듭 촉구했다. 다음은 전교조 전남지부가 발표한 성명서 '전문'이다.


"고입선발고사를 기습적으로 부활시킨 김장환 교육감의 만행을 규탄한다"

우리는 그 동안 수 차례에 걸친 엄중한 항의와 간곡한 설득에도 불구하고 교육감이 고입 전형 계획을 기습적으로 처리한 데 대하여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전교조 전남지부 지도부 30여명은 엄동 설한의 차가운 한파 속에도 불구하고 지난 1월 27일부터 1월 30일 까지 전라남도교육감의 고입선발고사 부활 기도에 맞서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교육감실 복도와 소회의실에서 농성을 지속해 왔다.

또한 지난 29일에는 200여명의 조합원들이 폭설을 뚫고 도교육청 정문 앞에 집결하여 무능하고 독선적인 교육감과 정책을 입안한 교육 관료들을 질타하는 전남교사 규탄 대회를 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감은 기만적이고 비타협적인 태도로 일관하다 목포·여수·순천 등 3개시의 2004학년도 고교 평준화 실시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1월 30일 오전에 전격적으로 무모한 행동을 저질렀다. 교육청은 기자회견과 같은 공식적인 절차도 없이 일부 언론에만 보도 자료를 은밀하게 전달하고 일선 고등학교에 관련 공문(중등81110-257, 2003.01.30.)을 하달하여 공공기관으로서의 권위를 상실하고 말았다.

또한, 교육감의 독선적 태도는 이후 엄청난 저항과 반발을 불러 일으켜 결국 교육사회 분란과 파행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 폭거에 해당하는 이러한 기습 발표에 분노한 우리 지도부 10여명은 교육감의 비겁하고 무책임한 태도를 널리 알리기 위해 소중한 명절 휴가를 포기하고 계속해서 농성 현장을 굳게 지켜 왔다.

우리는 민족 최대의 명절 설날 연휴까지 독선과 아집, 갈등과 반목, 투쟁과 저항으로 이어지는 전남 교육계의 참담한 모습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교육감은 결자해지의 차원에서 공개적으로 정중하게 사과할 것을 촉구한다.

교육은 교육감 혼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모든 교육 주체들이 교육감에게 잠시 동안 관리 책임을 맡겨 놓은 것일 뿐이다. 김장환 교육감은 오만하며 무능하다. 이에 우리는 교육감의 시대착오적인 낡은 교육 철학과 떳떳하지 못한 처신을 강력히 비난하며 고입 선발고사 시행 지침을 즉각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더욱이 2004학년도 고교입시부터 목포·여수·순천 지역의 고교평준화가 시행되지 않았을 경우, 고입선발고사의 일방적 강행은 교육시민연대 및 전교조 등의 엄청난 저항에 직면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

우리는 그 동안 교육감을 비롯한 정책 입안 교육관료의 독선적이고 무책임한 행정과 이번 사태에 대해 더욱 더 강고한 대오를 형성하여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다. 전임자였던 정영진 교육감의 불명예 퇴진을 상기하며, 현 김장환 교육감의 전향적 태도 변화가 없을 경우 퇴진 투쟁을 포함한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끝으로 우리는 이후 발생할 중학교 교육의 파행과 고교 서열화에 따라 입시 경쟁력이 약한 농어촌 소규모 고등학교의 붕괴 등의 후유증에 대해 크게 우려하며 이후 발생할 모든 사태의 책임을 교육감이 져야 함을 공개적으로 천명한다.

■ 우리의 요구 ■
―김장환 교육감은 2004학년도부터 목포·여수·순천시의 고교평준화가 시행되지 못할 경우 교육 사회 분란의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하라!

―김장환 교육감은 학교를 파탄시키고 교육의 질을 떨어뜨릴 전 지역 고입선발고사 허용 방침을 즉각 철회하라!


2003년 2월 3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남지부 조합원 일동 / 오마이뉴스 조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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