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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전. 단수에 대비하세요"
"단전. 단수에 대비하세요" ⓒ 김용한
대구시가 중앙지하상가의 현대화(일명 '프리몰'/ 1. 2지구 완공)와 공익을 목적으로 추진 중인 프리몰 사업이 지하상가 상인(제3지구)들의 거센 반발과 집단시위, 감사원 고발 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현재 문제가 불거진 '중앙지하상가 되찾기 비상대책위원회(신영섭 회장/ 이하 비대위)는 "대구시가 상인들과 맺은 재계약 기간 만료일(2002. 12. 10)을 기점으로 시설관리공단이 관리해오던 것을 시가 아무런 대책이나 협의 없이 현 시공업자인 D실업(주)에 무책임하게 관리권을 넘겨줌으로서 상가 운영에 직·간접 관련이 있는 상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대구로부터 제3지구의 관리권을 넘겨받은 D실업(주)은 지하상가 원만한 관리와 자구책의 하나로 곧바로 제3지구 비상대책위원회가 사용하던 임시 사무실을 강제 폐기하기에 이르렀고, 지난 4일에는 대구시와 협의하여 전격 단전·단수·단열 조치를 취해 상인들의 거센 비난과 불만의 목소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상가에서 20여년 동안 장사를 해온 상인들은 한결같이 "대한민국 천지에 이런 곳이 어디에 있느냐, 대구시가 상인들의 입장은 하나도 들으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서울업체만 비호하고 특혜를 봐주니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단전. 단열대비 예행연습 현장(1. 29)
단전. 단열대비 예행연습 현장(1. 29) ⓒ 김용한
D실업에 의해 단전. 단열 공고문이 나붙은 후, 상인들은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지난 28일부터 촛불만을 켜놓은 채 장사를 하면서 단전. 단열에 대비했다. 상인들은 비대위에서 지시하는 요령에 따라 일제히 소등을 한 채 촛불만 켜 놓은 채 장사를 하였고, 마치 지하 방공호에서 등화관제 훈련을 하듯 불안한 마음으로 2월 4일이 다가옴에 대한 불안감과 침통함으로 설을 보냈다.

지난 4일 단전. 단열. 단수 조치가 취해진 후, 직접적인 피해를 호소하는 한 상인은 "우리는 상점의 경우는 개인 수도인데도 불구하고, D실업이 자신들의 부속물에 포함되었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물까지 끊어버리니 이거 환장할 노릇이며, 이것이 토착비리가 아니고 무엇인가?"라며 허탈해 하였다.

또한 "대구시가 이런 저런 행정적인 조치로서 압박을 해오는데 우리는 절대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싸워나갈 것이다"고 하였다.

또 다른 상인도 "대구시가 상인과는 전혀 사전논의도 하지 않은 채 이런 식으로 공사를 강행하려는 처사는 지탄받아 마땅하다"며 개탄해 하였다.

시민들의 발길이 잦은 지하상가(제3지구)에선 상점마다 "내 위치가 최전선이다. 여기서 사수하자"는 글귀의 표지판들이 곳곳에 붙어져 있었다. 김밥 음식점에서는 촛불만이 밝혀진 채, 이미 익숙해 진 듯이 유연하고 자연스럽게 앉아 음식을 들고 잇는 사람들의 표정도 이색적인 표정이었다.

단전대비에 특별세일까지...
단전대비에 특별세일까지... ⓒ 김용한
상가 비상대책위는 단전. 단수에 대비에 곳곳에 입구마다 종이컵에 촛불을 켜 놓은 채 어두운 지하를 밝히고 있었고, 상가 입구에는 단수조치에 대비하는 물통을 준비하여 대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현재 대구시와 중앙지하상가 재개발 문제와 관련해 무려 4년간이나 갈등을 겪어오는 문제로 양측간의 합의점 혹은 해결점을 찾지 못해 난항을 겪고있는 실정이다. 대구시와 중앙지하상가가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는 것은 지하상가 개발이 민간투자개발법(이하 민투법) 적용대상인가, 아닌가에 대한 논란에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대구시는 현재 개발예정지인 제3지구는 상인들이 이미 20여년 전에 무상 임대 받아 사용해 오던 것을 사용기간 만료와 더불어 현대시설에 걸맞게 상가를 재개발(프리몰로 명칭)한다는 취지에서 상인들이 기부채납한 지하상가는 엄연하게 공공용 재산이므로 사회간접자본시설에 해당한다는 논리를 앞세우고 있고, 중앙지하상가 제3지구 상인들은 대구시가 말하는 재개발은 상가의 개보수의 성격이 강한 것인데, 어떻게 민투법을 적용하려는지 알 수가 없다고 항변하면서 중앙지하상가는 대규모 점포(406개 1,132평)이므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상점가진흥조합을 구성하여 재개발을 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듯 법 해석상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또, 상인들은 지하상가는 도로의 개념보다는 분양 당시부터 상가 개념이 더 분명하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단전 전(좌측 1. 29), 단전 후(2. 4 우측)
단전 전(좌측 1. 29), 단전 후(2. 4 우측) ⓒ 김용한
서로의 입장이 팽팽한 가운데 대구시는 지하 상가의 운영과 관리 공백을 들어 현 시행 업체인 D실업에 관리권을 넘긴 상태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상인들의 입장과 편의를 위해서 관리 기한도 1달 가량 연기를 해 준 것은 어찌 보면 오히려 대구시가 상인들의 불편한 입장을 봐준 셈이다"고 하면서 "시장님이 상인들의 임대료까지 인하하려는 특단의 조치는 어쩌면 상인들의 입장(특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을 십분 이해해 준 것이 아니냐"는 식으로 답답함을 호소했다.

또 "시가 상인들을 불편하게 만들거나 불리하게 하기 위해 지하상가를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화에 맞게 재개발하여 결국 시민과 상인들에게 이익이 돌아가게 하기 위함이다"고 하였다.

단전. 단열에 대한 시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대해선 "단전. 단열에 대한 부분은 D실업이나 대구시가 공동으로 자구적인 차원에서 취해진 노력으로 하루빨리 공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하여 추석 전까지 맞춰 경기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고 해명했다.

시민단체. 비대위가 문제 제기한 '총사업비'가 수년이 넘도록 확정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도 대구시는 "제3지구가 순순히 자리를 비워줬으면 공사진척이 빨라 진행이 잘되었는데… 기본설계, 공원설계에 있어 국비지원, 총지원금 등의 문제, 공사비를 기준으로 들어가는 부대 비용, 사업 시행자측의 이윤산정에 대한 기타 등등의 문제 등으로 늦어지는 것 뿐이다"고 설명했다.

반면, D실업의 한 관계자는 "대구시가 제3지구를 넘겨줄 때 모든 문제를 해결한 뒤에 관리권을 넘겨주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으로 우리가 문제를 떠 앉게 되었다"고 항변했다.

"누가 속터지는 상인 맘을 알겠노?"
"누가 속터지는 상인 맘을 알겠노?" ⓒ 김용한
대구시청직장협의회 관계자는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대구시가 이 문제를 전면 재검토하여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아쉽고, 시와 시민단체. 상인들이 서로의 입장을 잘 조율하여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대구시 의회도 지역에 큰 사안이 발생하였는데 특별위원회도 구성하지 않은 채 바라보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처사가 아니다"고 지적하였다.

그는 "대구시가 이 문제를 늦장 대처함으로서 해결이 되든, 안되건 간에 궁극적으로 현행 시장에게 적지 않은 치명타를 입힐 것이 불을 보보듯해 안타깝다"고 하였다.

상인들이 지하상가의 의혹을 밝혀달라며 지역의 시민단체까지 합세하여 집단시위, 삭발식(1. 27) 등으로 대구시와의 전면전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는 상황에서 대구시는 오는 3월로 예정된 지하상가 문제에 대한 감사원 감사에 대비하면서 나름대로 해결점을 찾느라 고심하는 눈치였다.

단전. 단수가 취해진 것에 대해 신영섭 회장은 "대구시와 특혜 계약을 체결한 D실업이 합작을 하여 만들어 낸 작품으로서 이젠 대구의 명물 거리로 남을 것이다"는 비유로 불만을 털어놓았다. 또, "이 겨울날 상인들을 암흑 속에 몰아넣은 채 춥게 만들어 점포를 명도 하도록 유린하는 행위는 상인의 입장을 떠나 대구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하였다.

신 회장은 "종국에 가서는 대구 시장이 공개사과와 사퇴까지 될 수 있을 때까지 끝까지 싸워나갈 것이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감사원의 감사를 비롯한 법적 문제의 비리를 철저하게 수사당국이 수사하여 현재 사회가 정의로 향해갈 수 있는 시금석이 되도록 할 것이다"는 강한 의지도 보였다.

단전. 단열에 맞서 촛불로 시위(2. 4)
단전. 단열에 맞서 촛불로 시위(2. 4) ⓒ 김용한
기자가 "일부에서는 상인들의 잇속 챙기기라는 지적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는 지적에 대해 신 회장은 "우리가 대구시가 추진 중인 재개발(엄격히 말해선 개. 보수)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고 일축하면서 "단지 우리는 일부 특정 업체에 특혜를 주면서까지 재개발을 하려는 처사, 법과 상식을 무시한 채 밀고 나가는 대구시를 비난하는 것이다"고 하였다.

또, 부연해서 설명하기를 "우리는 20년 전부터 무상으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 상점 사용에 대한 임대료와 사용료를 내고서 사용을 한 것이고, 대구시가 시민들의 편의나 문화시설 공간을 위해 지하공간을 개발하려는 의도가 아닌 이상 우리는 대구시와 D실업의 횡포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고 하였다.

지하상가 비대위는 재개발 문제와 관련해 이미 감사원과 인수위에 "비리와 특혜의혹의 실체를 밝혀 달라"며 고충 심사를 한 상태에 있다.

과연, 누가 자신들의 입장만을 무리하게 주장하고 있는 것이며, 누가 시민의 몫을 잘 대변해 주는 것인지는 시간이 흘러가면 소상하게 밝혀질 일이겠지만, 현재의 팽팽한 긴장과 대립으로 제3지구 상가 재개발의 문제가 지역의 가장 큰 현안 문제로 떠오른 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편, 지하상가 비상대책위는 오는 5일 시민단체 대표들과 성명서를 발표한 후 대구시를 항의 방문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어, 이를 둘러싼 크고 작은 마찰이 예상되며 양측간의 이렇다할 합의점을 찾지 못한다면 상당 기간 지하상가재개발을 둘러싼 잡음과 진통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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