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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되었건 동부여에서 주몽에 대해 왕에서부터 평민에게까지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주몽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어머니인 유화부인 정도랄까.
"춤추러 가지 않나요?"
주몽은 여인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뒤돌아보았다. 주몽 또래의 나이의 여인은 영고 때를 맞이해 비단옷을 입은 옷매무시와 뽀얀 살결이 한눈에 귀족집안 처자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
영고는 선남선녀 만남의 장이기도 했고 모두들 들뜬 분위기였기에 여자가 먼저 접근하여 적극적으로 말을 붙이는 게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 어머니가 왕의 후처인 주몽에게 접근하는 여인은 전에도 있어왔지만 주몽은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마치 눈앞에 화살이 날아오듯 주몽의 동공은 커졌고 몸은 긴장되었다.
"자, 가요!"
주몽의 대답을 들을 것도 없다는 듯 여인은 주몽의 손을 잡고 모닥불을 피워놓은 곳으로 향했다. 주몽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가는 것을 싫어했지만 몸은 이미 여인을 따르고 있었다. 불을 가운데 두고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술을 마시며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개중에는 으슥한 곳을 찾아 사라지는 남녀도 종종 있었다. 젊은이들의 얼굴은 이성 앞에서 붉어지고, 이글거리는 불꽃 앞에서 붉어지고, 한잔 술에 붉어졌다.
"이름이 어떻게 되나요?"
"주몽."
주몽은 부여말로 곧 활을 잘 쏘는 사람을 뜻한다. 여인은 싱긋 웃음을 지으며 주몽의 활을 쳐다보았다.
"활을 그렇게 잘 쏘나요?"
주몽이 천천히 일어섰다. 여인은 자신이 무슨 실수라도 했는가 싶어 깜짝 놀라고 말았다. 주몽은 잔 나뭇가지 한 다발을 주운 뒤 불붙은 나무토막을 멀리 허공에 올렸다. 그리고선 잔 나뭇가지 하나를 활에 재어 쏘았다. 탁! 소리와 함께 나뭇가지는 나무토막에 명중했다.
"멋지군요!"
하지만 여인의 찬탄은 너무 이른 것이었다. 나무토막이 떨어지기도 전에 주몽은 연거푸 나뭇가지를 활에 재어 나무토막을 맞췄다. 불붙은 나무토막이 공중에서 덩실덩실 춤을 추는 듯이 보였다. 제대로 된 화살이 아닌 나뭇가지로 신기에 가까운 활솜씨를 보여주자 주변사람들의 눈이 주몽에게로 집중되었다. 어릴 때 사람들 앞에서 활솜씨를 보인 이후로는 주몽이 공개적으로 활솜씨를 보여주는 일은 처음이었다.
"잘한다! 이름 값을 하는구나!"
금와왕의 맏아들인 대소가 언제부터인가 이를 지켜보고 있다가 술냄새를 풍기며 큰 소리로 외쳤다. 동시에 나무토막도 바닥에 툭 떨어지고 말았다.
"네가 이 처자의 환심을 사느라 잔재주를 보이는 모양인데 진짜 활질도 그렇게 능숙한지 시험해 봐야겠다."
대소는 종자에게 자신의 활과 화살을 가져오라고 시켰다. 하지만 주몽은 대소를 못본 척 한채 그 자리를 떠나기 시작했다. 여인도 주몽을 따라 나섰다.
"무슨 짓이냐! 네 활솜씨를 보자고 한 것인데 무엄하게 이럴 수가 있느냐!"
대소의 종자가 헐레벌떡 달려와 활과 화살을 대소에게 쥐어주었다. 급한대로 인근 활 장인에게서 빌린 것이었다. 대소는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가는 주몽을 향해 화살을 잰 후 겨냥하며 소리쳤다.
"네 이 싹퉁머리 없는 놈! 장차 이 나라의 태자가 될 내 말을 듣지 않을 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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