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20년 간 가정폭력방지법 제정 및 성폭력특별법을 제정하는 등 여성폭력 예방에 집중해왔던 한국여성의전화연합은 여성폭력사업에 집중, 심화한다는 2003년의 사업방향아래 성매매추방운동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 이에 따라 성매매 된 여성들에게 여성수첩을 전달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 한국여성의전화연합 박인혜대표가 여성들에게 수첩을 전해주고 있다.
ⓒ 이민주
2003년 2월 5일 오후 6시 30분, 파주 경찰서에서 출발한지 30분이 지나 도착한 파주시 용주골 성매매 집결지역은 무척이나 외진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곳에는 170개의 업소가 빽빽이 들어서 있고, 410명의 여성들이 있는 산업형 성매매 지역이다. 주변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이곳에 오는 남자들은 서울뿐만 아니라 대전, 부산 등 지방에서 올라오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영업준비를 위해 화장과 머리를 손질하는 언니들은 족히 50cm가 가까워 보이는 굽의 구두를 신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위태롭게만 보였다. 아직 손님들은 보이지 않았다.

파주 경찰서 방범 지도계와 파주 상담센터의 협조를 얻어 본부에서 제작한 여성수첩200부와 질세정제(바이엘코리아에서 후원)를 여성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문을 열고 들어가자 언니들은 놀라며 황급히 도망치듯 들어갔다. 함께 간 언론사에서 갑자기 사진기를 들이댔기 때문이다.

급기야 유리방엔 언니들 대신 삼촌들이 앉아서 우리를 경계했고, 언니들에게 직접 수첩을 나눠주고 싶었으나 여의치 않았다. 언니들이 없다는 뻔한 거짓말을 들으며 포주들의 손에 수첩을 들려주고, 때론 우리를 피해 숨어버린 언니들의 빈 의자 위에 수첩을 놓고 오기도 했다. 유리방 안에는 "20분: 6만원→7만원, 1시간: 12만원→15만원으로 인상" 이라는 알림종이가 아주 잘 보이는 곳에 붙어있었다.

오후 8시가 가까워지자 골목골목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유리방에서는 언니들을 직접 만나서 수첩을 나눠줄 수 있었다. 한 언니는 우리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며 미소를 지었다.

골목골목으로 늘어선 유리방을 모두 돌자 한편에 마련된 대형주차장이 나왔다. 이를 통해 이곳을 찾는 손님들의 규모를 알 수 있었는데, 포주의 것으로 짐작되는 고급외제차들도 간혹 보여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이날 '한국형사 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성매매 실태보고에 따르면 성매매 여성 종사자는 최소 33만 명이며, 매출액은 연간 24조원에 달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및 새움터 등에서는 각종 음성적인 업종까지 포함하게 될 경우, 전국적으로 100만∼120만 명까지 추산하기도 한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들 성매매에 종사하는 여성들이 '짧은 밤’ 7만원,‘긴 밤’은 60만∼80만원을 벌기 때문에, 윤락여성 한 사람이 1년에 많게는 3억 6000만원을 벌 수 있다고 밝히기도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2000년 9월 군산 대명동에서 일어난 화재참사사건으로 5명의 여성들이 목숨을 잃었을 때 밝혀진 사실처럼 많은 여성들이 쇠창살과 포주들의 감시 속에 현대판 인신매매 노예의 생활을 강요당하고 있으며, 손님들에게 받는 돈은 방세 및 약값 등 각종 명목으로 갈취 당할 뿐만 아니라 도리어 수천만 원의 빚만 지게 될 뿐이다.

이렇게 빚이 늘어난 여성들은 소개소를 통해 다른 성매매 업소로 옮겨지면서 결국엔 섬으로 끌려가 영원히 나오지 못하게 되는 등 인권을 유린당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인신매매 3등급이라는 최악의 점수를 받았던 우리 사회의 성매매 문제는 더 이상 방기 할 수 없을 정도이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작년에 성매매방지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하였으나, 아직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노무현 새 대통령은 성매매방지법 제정을 공약으로 약속한 바 있다. 새 정부의 여성공약이 잘 지켜질지 두고 볼 일이다.

덧붙이는 글 | * 여성수첩이란?

한국여성의전화연합이 해마다 발행하고 있으며, 올해는 근현대 여성인물에 대한 소개와 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을 비롯한 여성에 대한 폭력에 대한 대처법 등 각종 유용한 정보가 수록되어 있다. 

특히 이번에 배포된 여성수첩 표지에는 성매매와 관련하여 상담 받을 수 있는 단체들의 연락처가 인쇄되어 언니들이 언제든 도움 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