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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남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신기남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오마이뉴스>에 도발적인 인터뷰를 한 것이 꼭 열흘 전이었습니다. 그동안 많은 비판과 비난을 받았고 여러 차례의 논쟁도 있었습니다.

미국에 가기 전 준비하던 내용과 다짐, 미국과 UN에서 여러 부류의 사람들과 접하며 벌인 수 많은 논쟁, 돌아오는 길에서의 감회와 결심…. 그리고 이어진 네티즌과의 토론…. 그 과정을 일일이 설명드릴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동안의 고민의 내용들을 압축해 제 홈페이지(www.skn.or.kr)와 <서프라이즈>에서 세 차례에 걸친 글로서 설명을 드렸습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반론과 재반론이 이어지며 유익한 토론이 전개되었는데 한 번 방문해 주시길 바랍니다.

저는 우리 사회가 지금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가 '개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중 가장 시급한 과제가 정치개혁이지요. 이 정치개혁을 하기 위해서는, 또한 사회개혁에 있어서도 무엇보다 비타협적인 태도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 곳에는 개혁의 주체가 있고 개혁의 대상이 있습니다. 개혁의 대상이 아무리 거대할 지라도 결코 물러서지 않는 태도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야만 개혁이 가능하다고 확신합니다. 과거에도 그리고 지금도 그렇게 정치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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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문제 풀려면 경제제재 불가피"

그러나 우리에게 닥친 최대의 현안, '북핵 문제'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외교상의 문제이고 무엇보다 민족의 문제입니다. 민족의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민족 구성원 모두가 주체입니다.

수구적 사고를 갖고 있던, 급진적 사고를 갖고 있던, 누가 누구를 배제하고 배척함이 없이 함께 이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을 때려잡아야 한다'는 사람에서부터 '대미항전을 펼쳐야 한다'는 사람까지도 이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기와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이 문제로부터 배제시킬 권한을 아무도 갖고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결론은 토론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철학과 관점에 따라 문제를 푸는 방식도 다르게 나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함께 할 수 있습니까? 저의 유일한 답은 '토론'이었습니다. 좌파이건 우파이건, 진보이건 보수이건, 민족 구성원 모두가 토론해야 합니다. 열린 토론을 통해 민족 구성원 모두의 힘을 이끌어 내야 합니다. 토론을 통해 우리 사회의 공론을 형성하고, 이를 통해 민족의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모아진 지혜를 바탕으로 민족의 힘을 모아 이 어려운 난관을 뚫고 나가야 합니다. 저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지금이 바로 이 과업을 시작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생각해 봅시다. 이번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는 경기북부와 강원북부, 이른바 대북 접경지역에서 승리했습니다. 역대 선거 중 민주당 세력이 거둔 최초의 성과였습니다. 저는 이것이 햇볕정책(대북 포용정책)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네티즌 여러분, 이 결과가 접경 지역에 사는 분들이 북한에 대한 시각을 바꾸었기 때문에 나타났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그 분들의 세계관이나 역사관이 바뀌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그 분들은 '전쟁' 대신 '평화'를 선택하셨습니다. 남북의 대결보다는 화해를 선택하셨습니다.

저는 한국 사회에서 보수적인 분들도 포용정책을 선택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그것이 올바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민족의 문제, 우리 민족 모두가 죽을 수도 아니면 잘 살 수도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북한에 대한 적대적인 사고를 하고 계신 분들께도 끊임없이 다가서서 설득하고 또 함께 해야 한다고 확신합니다.

이를 위해 그 분들에게 변화된 한반도의 상황을 이해하실 때까지 설명드려야 하지만, 또한 우리 스스로도 우리가 가진 사고의 폭을 넓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보수적인 분들로 하여금 '우리가 맞으니 따라오라!'는 식으로는 안됩니다. 그 분들의 전제와 사고 방식을 이해하고, 합리적인 측면이 있다면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핵 문제의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한 공론의 폭을 넓혀서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고민하고 힘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포용정책이 수용할 수 있는 보수적 해결 방안의 한계는?

저는 북핵 문제의 해법에 있어서, 북한과 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방안이면서 동시에 미국의 지원을 이끌어 낼 수 방안으로 '북의 핵 보유를 막고, 전쟁을 막아야 한다. 먼저 (에너지) 지원을 하여 북미 간 대결구도를 대화 국면으로 바꾸고, 대화로 해결하되, 대화가 잘 되면 북한이 상상할 수 있는 이상의 엄청난 (체제보장을 포함한) 지원을 해야 하고, 그래도 안되면 최후의 순간에 경제제재를 검토할 수 있다. 그 경우에도 무력사용은 결코 안된다'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저 역시 많은 고민 끝에 내린 결론입니다. '경제제재'가 거론되었기에 북한이 거세게 반발할 수 있으며, '문제 해결이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원을 하자'는 것이기에 미국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그러나 미국과 북한이 서로 양보하지 않고서는 사태해결이 불가능하고, 반드시 서로 양보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이런 결론을 내리게 된 것입니다.

그 결론에 도달한 후, 저 스스로도 적지 않게 놀랐습니다. 기왕의 포용정책에서 주장하던 내용의 범주를 벗어나 보이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제가 주장을 시작하면, 이에 대한 여러분의 반응이 충분히 예상되고도 남았습니다.

그렇지만 포용정책의 핵심이 다름아닌 '선(先)지원'과 '대화'정책이고, 이번 북핵 사태의 경우 선지원이 있어야만 '대화'가 가능하며, 선지원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미국에 대한 우리나라의 협상이 불가피하다는 대목에 이르러 이러한 결론이 나오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또한 이 결론은 대북 포용정책의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보수적인 분들도 이해할 수 있는 북핵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래서 이 문제로 토론을 시작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 것입니다.

처음 <오마이뉴스>에 인터뷰 할 때에도 그랬거니와, 지금도 마찬가지로 저는 제 의견을, 그리고 제 의견의 장점과 단점을 여러분께 소상히 밝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 주장이 맞다는 것을 강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북핵 문제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한반도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어떤 결론이라도 함께 만들어내자고 촉구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래서 설령 제 주장이 틀려도 좋으니, 얼마든지 토론을 벌이자고 주장해 온 것입니다.

제 주장에 대하여 많은 분들이 반론을 제기하셨습니다. 그 중에는 납득할 수 없는 주장들도 많았고, 그 점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인터넷에서 벌인 서너 차례의 토론을 통해 제 의견을 충실히 전달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반대로 여러분의 글 중에 수긍이 가는 분석도 적지 않았습니다. 제가 애매하게 알고 있었던 것을 확실하게 지적해 주신 분도 있었습니다. 특히 제 글에 대한 재반론을 보내신 이정호씨의 글 중 한국 외교의 다변화를 위해 실증적 분석까지 곁들이며 주장한 부분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여러분의 지적처럼 제 주장은 북한 보다는 '미국의 입장'을 더 고려한 측면이 강합니다. 왜냐하면 저는 사태의 해결은 '중유제공'과 '경수로건설' 등 미국의 에너지 지원 재개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미국을 배제한 그 어떤 대북지원도 북미관계의 개선을 가져오지 못하기에 사태 해결의 근본적인 처방으로 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 보다 '북한의 처지'를 더 고려한 주장들은 미국의 패권주의적 외교정책의 위험성을 날카롭게 분석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한국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데 더 효과적인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고 한국의 대미종속적 외교의 관행을 바꾸는 방안이기도 합니다.

저는 두 가지 모두에 장단점이 있다고 봅니다. 토론이 계속될수록 그 장단점이 명확해지고, 토론이 계속될수록 우리가 제대로 선택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보수와 진보 사이의 토론은 불가능한가?

지금 우리 사회의 보수적인 분들은 북한의 잘못을 강조하며, 한국이 미국과의 강력한 동맹관계를 지속해 나감으로써 문제를 해결해 가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진보적인 분들은 북한의 처지를 이해하면서, 한국이 미국의 패권주의적 태도에 종속되지 말고 외교노선의 다변화로 문제를 풀어가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이 두 가지의 인식과 해법의 차이는 아직도 간극이 크지만, 예전의 차이에 비해서는 아주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전쟁에 반대합니다.
둘째, 북한의 급격한 붕괴를 원하지 않습니다.
셋째, 미국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리라는 기대는 없어졌습니다.
넷째,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일본의 역할에도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공통점이 더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공통점의 확대가 바로 우리 민족이 가진 가장 큰 희망입니다. 이런 기반 위에서 서로 간의 이해를 넓히고 힘을 모을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나가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수의 네티즌은 지금은 이견을 표출할 때가 아니라고 하시지만, 저는 이런 공통점 속에서 민족의 지혜를 모으게 하는 토론이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일 중 가장 가치있는 일이라고 확신합니다.

우리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큰 힘은 정치인의 주장이나 대통령의 의지보다도, '우리 민족의 힘과 지혜가 모이면 못해낼 일이 없다는 자신감'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것이 우리가 가진 '단 한 장의 필승카드'라고 확신합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가진 선입견을 버리고, 대화의 지평을 열어서 민족 구성원 모두가 토론에 나서야 합니다. 우리는 한민족이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지금부터가 바로 북핵 사태 해결을 위한 대한민국 '참여정부'의 역할이 시작되는 때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문제의식을 던진 것으로 만족합니다. 그 해결 방안은 여러분의 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여러분이야말로 새로운 대한민국, 토론공화국의 주역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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