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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기획: 이인향, 이윤원, 이호찬, 오용석(오마이뉴스 기자만들기 16기)

인터넷 언론이 제도권 언론으로부터 공격받는 가장 큰 약점 중 하나가 바로 '독자의견'이다. 게시판의 일부 욕설, 비방, 인신공격 등의 의견들이 독자의견의 순기능을 저해하면서 본래의 취지까지 무색케 하고 있다. 인터넷 언론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 오마이뉴스의 독자의견란. 욕설, 비방, 인신공격 등으로 도배되어 있다.
ⓒ 이윤원


<오마이뉴스>는 독자들의 의견 수렴을 통해 지난 1월 29일 독자의견란을 개편했다. 익명제를 고수하는 것에 독자들의 중지가 모아졌지만, 한쪽에서는 끊임없이 실명제를 주장하는 의견이 올라오고 있다.

이렇듯 독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독자의견 제도가 가장 활성화되어 있는 인터넷 언론매체, <오마이뉴스>와 <인터넷 한겨레>를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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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언론은 독자가 접수한다

하루에 인터넷 한겨레에 올라오는 독자의견은 쟁점사안의 경우 500∼1000개 가량이다. 인터넷한겨레 김은국 기자는 토론방을 운영하면서 매일의 토론내용을 정리하는 '토론기상도'를 집필하고 있다.

▲ 인터넷 한겨레의 토론마당.
ⓒ 이윤원
독자의견 중 욕설, 비방, 광고, 도배글의 비율은 대선 전 약 30%, 현재는 약 5% 이내로 추정되고 있다. 하루에 삭제되는 글은 1백건 내외다. 김은국 기자는 "삭제 기준은 최소한으로 정해놓고 있다"고 전했다.

토론방에서 독자들의 항의는 일상적이다. 하루에 2∼3건은 꼬박꼬박 악성리플로 인한 항의전화가 들어온다. 항의 내용은 그야말로 가지각색이다. 항의 방문을 하겠다거나 한겨레 구성원들에게 항의메일을 보내겠다는 정도는 예사로운 편이다. '한겨레신문 구독불매운동을 펼치겠다'거나 '회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겠다'는 협박 아닌 협박도 들어온다. 하지만 실제로 이뤄진 적은 없었다고 김 기자는 전했다.

인터넷 한겨레는 토론방에 올라온 의견들을 홈페이지 메인면에 게재하고 있다. 오프라인 및 경쟁 온라인 매체와의 차별화 전략으로 '독자들의 참여'를 전면에 내건 것이다.

메인면에 게재된 독자의견은 일반기사의 조회 수를 훨씬 뛰어넘는 것이 보통이다. 김 기자는 "오늘의 논객, 토론기상도, 오늘의 이메일 등 네티즌 의견에 기반을 둔 기사인 경우, 가장 많이 본 기사 10위 안에 거의 매일 들어간다"고 답했다.

김은국 기자는 가장 기억에 남는 독자의견으로 '검객'의 '한국군 군사력 그 실상은' 시리즈를 꼽았다. 현재 이 시리즈는 '논객 명예의 전당'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독자의견이다. '검객'의 시리즈 중 '한국의 군사력 그 정확한 실상은 무엇인가?..1편'은 조회수가 무려 2만여 건에 육박하고 있다.

▲ 누가 '검객'을 물리칠 수 있을 것인가?
ⓒ 이윤원
김은국 기자는 "메인면에 게재된 독자의견의 경우 일반기사와 동등한 언론으로서의 영향력을 갖는다"면서, "이것이 쌍방향 매체의 영향력이다"라고 덧붙였다.

반면 <오마이뉴스> 김시연 기자는 "독자의견 자체가 기사 못지 않은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어디까지나 기사의 보완적 성격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악성리플, 실명제가 답이 아니다

<오마이뉴스>가 지난 1월 29일 "익명제를 원칙으로 한다"는 입장을 밝힌 뒤에도 실명제를 지지하는 의견은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아이디 '이승원'은 "수많은 댓글 중 거의 반이 건설적인 토론이라기보다는 한 사람의 욕설을 시작으로 다른 사람의 더 거친 욕설과 그 욕설에 대한 반대 욕설이 대부분"이라며 실명제 전환을 주장했다. 왕승호 기자는 ''독자의견' 실명화 운동으로 네티즌 문화 성숙의 계기를'이란 기사에서 "욕설글은 인터넷 의사소통의 가장 큰 장점 중의 하나인 '민주적인 여론 형성'에 암적인 존재"라면서 "독자의견 실명화를 지지한다"고 썼다.

조대기 한국인터넷기자협회 회장은 "익명제를 기본 원칙으로 해야겠지만, 욕설글 등 익명성의 폐해를 막기 위해 부분 실명제를 채택해야 한다"고 전했다.

▲ 조선일보의 100자평. 완전실명제임에도 불구하고 악성리플의 수위는 여느 게시판과 크게 다르지 않다.
ⓒ 이윤원
현재 실명 등록된 회원에 한해 독자의견을 작성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인터넷 한겨레의 생각은 어떨까?

"최소한의 사실 확인을 위해 실명확인은 필요하지만, 운영해 본 결과 실명제와 익명제의 큰 차이는 발견할 수 없었다. 결코 실명제가 최종 대안은 아닌 셈이다."

이어 김은국 기자는 "네티즌들의 권리를 보호하면서 익명성의 폐해를 해결할 수 있는 '운영의 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독자의견 개선에 정답은 없다

그렇다면 독자의견 쓰기를 가장 먼저 도입하여 현재까지 익명성을 고수해오고 있는 <오마이뉴스>는 어떤가? 과연 <오마이뉴스>는 그 이미지와 명성에 걸맞는 '운영의 묘'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현재 <오마이뉴스>의 독자의견은 별도의 담당자가 없이 편집부 기자들이 분담해 관리를 하고 있다. 독자의견에 대한 정확한 통계나 수치도 나와있지 않은 실정이다. 욕설, 비방글의 비율이나 독자들의 항의 정도를 묻는 질문에 다만 "낮은 편이다"라는 대답만 들을 수 있었다.

편집부의 주 업무인 기사와 시민기자 관리에 치여, 독자의견 관리는 초보적인 수준에 그친 것으로 보였다. 편집부 김시연 기자는 "담당자를 둘 예정은 있으나, 현재 인력이 많지 않아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10일 한영 기자의 '독자의견에 댓글 달기 큰 인기 한 의견에 222개 '굴비' 달리기도'란 기사는 많은 독자들의 질타를 받았다.

아이디 '유도령'은 "댓글 수가 많은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댓글 중 읽을 만한 글은 10% 정도밖에 안 된다는 사실을 간과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아이디 '채팅방'도 "222개 굴비에 (의미 있는) 의견 낸 사람은 10명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오마이뉴스>의 독자의견이 양적으로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뤄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질적인 발전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편집진의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관리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익명성의 폐해를 걸러내면서 순기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 지난 1월 29일 오마이뉴스의 '독자의견 쓰기' 개편 보도 기사. 최다 추천을 받은 글은 "마이너스 추천제를 시행하자"는 의견이었다.
ⓒ 이윤원
그런 점에서 <오마이뉴스>의 독자의견란 개편은 분명 고무적인 일이다. 인터넷 한겨레 김은국 기자도 "아주 잘했다. 특히 동일 아이디 글을 동시에 보여주는 기능은 훌륭하다"고 평했다.

그러나 아직 자만하기는 이르다. 개편된 제도의 허점과 건의사항이 독자의견란에 이미 '굴비' 몇 두릅으로 쌓여 있기 때문이다. 추천 수 상위 의견들이 대부분 칭찬이 아니라 충고의 글임은 주목할 만한 점이다.

독자의견 개선 방안에 정답은 없다. 단지 '익명성'이라는 목표만이 있을 뿐이다. 익명성의 보장과 제도의 울타리는 딜레마의 관계에 있을 수밖에 없다. 지혜롭게 모두를 극복할 수 있는 '운영의 묘'를 위해 편집진과 독자들이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독자의견은 '2인 3각 달리기'

욕설, 비방, 인신공격 등으로 얼룩진 악성리플은 어느 인터넷 언론사를 막론하고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겨져 있다.

<인터넷한겨레> 김은국 기자는 "인터넷언론 편집진들이 공동체적 노력을 통해 악성리플에 대한 대응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오마이뉴스> 김시연 기자는 "인터넷 언론마다 독자의견 관리 정책이 다르다"면서 "독자적으로 해결해나갈 부분이지 공동체적 차원에서 접근할 부분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같은 문제를 두고 양 언론사간에는 시각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모든 인터넷 언론이 공통의 문제를 겪고 있는 만큼 각 언론 편집진들간에 의견 조율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김시연 기자는 "무엇보다도 독자들 스스로의 자율적 정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익명성을 방종이나 무질서와 구별짓게 하는 것은 독자들 스스로의 양심과 도덕이다.

표현의 자유 이전에 나의 글이 일반기사보다 영향력이 더 커질 수도 있음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나와 의견이 다른 독자들을 존중하는 자세 역시 갖춰야 할 점이다.

독자의견은 '2인 3각 달리기'와 같다. 둘 중 어느 하나의 노력만으로는 목표지점에 다다를 수 없다. 편집진과 독자, 그리고 각 인터넷 언론 편집진들간의 상호 협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독자의견은 한낱 '쓰레기장'으로 남게 될 뿐이다.

덧붙이는 글 | 하니리포터에도 송고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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