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8일 이문구 선생님의 고향 보령 관촌에는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영결식을 마치고 내려간 많은 조문객과 시인 양성우 김준태 박용주, 소설가 한창훈 호영송 황충상 김종광 조동길 선생님 등 많은 문인들이 모였습니다.
마련한 유택으로 선생님을 모시기 위한, 마지막 작별을 위한 자리였습니다.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신 선생님의 모습은 그날 따라 활기차고 힘이 솟았습니다.
70∼80년대 독재권력과 조용히 싸우시던 바로 그런 투사 같은 아름다운 모습이었습니다.
선생님은 보무도 당당한 발걸음으로 바다 같은 넓은 아량과 포용으로 참 삶을 살아오신 우리문단의 거목이셨습니다. 내가 문단에 데뷔했을 때 장문의 격려편지를 보내 주시던 가슴이 따듯하신 선생님!
대전에 내려오실 때면 격려해 주시고 시인 박용래 임강빈 선생님의 안부를 꼭꼭 챙기시던 선생님이셨는데. 타계하기 이틀 전 백병원 중환자실 맨 구석에서 힘들어하시던 선생님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선생님을 위해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대전의 동권이가 왔어요!"
그러자 선생님은 하얀 가운을 걷어올리고 피골이 상접한 손으로 내 손을 잡으며 무슨 말인가를 하시었습니다.
선생님!
태산이 일순에 무너지는 것 같은 허전함이 밀려옵니다. 우리 문단에서 튼튼한 자리를 구축하시고 인품 또한 훌륭하신 선생님은 정말 오래 머무실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청천벽력과도 같은 우레같은 비보가 전국에 메아리 치다니 한편으로 야속하십니다. 이승과의 마지막 작별이라니! 전능하시다는 하느님도 너무 하십니다.
인생은 60부터, 아니 지금부터 시작인데 그리고 우리 문단을 위해 아직 할 일이 많은데…. 인천의 시인 박영근은 "선생님의 죽음이 슬프다는 차원을 떠나 한 시대의 독특한 문장이 막을 내렸다"고 말했습니다. 퍽 의미가 깊은 말입니다.
마지막 작별의 인사를 올립니다. 북망산천에 가셔서 세상의 잡다한 일 모두 잊으시고 편히 쉬십시오. 먼저 가신 고 김동리 황순원 이병주 선생님 그리고 대전에 오실 때마다 꼭꼭 찾아뵙던 박용래 선생님을 만나 건강주를 즐겁게 마시면서 몇 백년 몇 천년 오래오래 삶을 누리시옵소서.
부디 안녕히 가십시오. 삼가 명복을 빕니다.
2003년 2월 28일 작가 불초 김동권 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