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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강릉시청 대강당(2층)에서는 노동문화의 꽃을 피우게 될 작은 콘서트가 열렸다.

노동운동은 말할 것도 없고, 노동문화의 저변 확대는 생각지도 못할 이 지역에서는 이날 열린 '평행선'의 창립공연을 계기로 공직사회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노래패, 풍물패 등 건전한 노동문화를 일굴 동호회 건설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강릉시 공무원 노동조합 김중남 사무국장(42, 시청자치행정과)은 "동호회 지원비 1000만원을 사업비에 책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평행선' 등 앞으로 생겨날 동호회에 큰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 28일 '평행선' 창립공연이 열렸다.
ⓒ 김경목
세상을 바꾸는데 남녀가 따로 없다
주부 공무원도 마찬가지


500여명의 노조원과 시민, 가족 등이 함께 한 이날 창립공연은 17시 40분에 풍물을 시작으로 노동문화를 뿌리내릴 대장정의 첫 발을 내딛었다.

이어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합창한 뒤 1부 삶의 노래, 희망의 노래를 주제로 <대결(새벽 글·곡>,<투사의 한길(조민하 글·곡)>등 5곡을 선보였다.

지난해 6월 10일 여성 4명, 남성 6명으로 출발해 투쟁의 현장에서 화음을 맞춰 왔던 이들이지만 오늘만은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상기된 표정과 긴장된 몸을 숨길 수 없었다.

게다가 굳어 있는 목조차 풀리지 않아 애를 먹던 '평행선'은 <누가 나에게 이 길을 가라 하지 않았네(조호상 시·김성민 곡)>를 열창한 뒤 관객들로부터 아낌없는 박수 갈채가 쏟아지고 미모의 아가씨들로부터 꽃다발 세례를 받은 뒤 한결 아름다운 화음으로 관객들과 점차 하나가 돼 갔다.

이어 동해시지부 노래패 '동해와 바다'의 찬조공연이 이어지고 2부 못다한 노래, 못다한 이야기를 주제로 <세상을 바꾸자(김문영 글·안정현 곡)>,<바로 그 한사람이(조민하 글·이원경 곡)>등 6곡을 통해 자본과 권력에 굴종하던 역사를 버리고 세상을 바꾸는데 노동자가 나선다는 메시지를 대강당에 자리한 동지들에게 전했다.

공연 전 "덤덤하다. 단합이 잘 돼 별 무리가 없을 것이다. 다만 이틀 밖에 연습해 율동이 걱정된다"고 심경을 밝힌 최승희 팀장(37, 왕산면사무소)의 우려를 불식시킨 '평행선'의 창립공연은 모두가 하나됨을 인식하는 자리로 끝을 맺었다.

한편, 고수정 도의원(여, 강원도의회)은 "춘천, 원주 등에서도 노래패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단순한 취미 활동을 넘어서 노동자로서의 자긍심을 다져갈 수 있을 것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녀는 또 "공무원 노조는 쉽게 무너지진 않을 것"이라며"노동기본권을 얻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또 김기순 부위원장(전국공무원노조여성위원회, 원주지부)은 "공연이 너무나 멋있어 부러웠다"며"원주는 아직 노래패가 없어서 샘까지 날 정도였다"고 부러움을 금치 못했다.


여전히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 어색하고 겸언적은 모습이지만 세상을 바꾸는데 남녀가 따로 없고 주부 공무원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그래야 우리 아이들이 어른이 됐을 때 지금보다 더 나은 사회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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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에 두 걸음씩 갈 순 없습니다. 한번에 한 걸음 그것이 걸음의 법칙입니다. 꾸준히 걸어간다면 더디 간다 해도 목적지에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날 사회를 맡은 심준숙 문화예술부장의 멘트 중 일부이다. 마침 28일은 신임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이 취임하는 날이였다. 그 동안 정부와 공무원 노동자간의 대립은 지난해 '11·4 연가파업'등으로 지금껏 후유증이 이곳 저곳에 남아 있다. 앞으로 이 문제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예측하긴 어렵다. 하지만 이젠 사회적 약자의 기본권이 존중받는 사회가 올 때가 됐다고 본다.

▲ 공연을 마친 뒤 모두가 하나되어 김~치!
ⓒ 김경목

<인터뷰>평행선 최승희 팀장

▲ 평행선 최승희 팀장
지난달 26일 노래패 '평행선'을 취재하기 위해 강릉시청 노조 사무실을 찾아갔다.

사무실은 미처 이삿짐을 다 정리해 놓지 못한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평행선' 일군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MR반주(반주곡만 녹음돼 있는 CD)에 맞춰 <동지가>를 합창하고 있었다.

이들은 연습실이 따로 없어 노조 사무실에서 연습을 한다. 인터뷰는 최승희 팀장(왕산면사무소)과 신성기(초당동사무소)팀원, 김중남 노조 사무국장(시청자치행정과)이 함께 했다.

-'평행선'은 언제 만들어졌나.
"(최) 2002년 6월10일 남자 6명, 여자4명으로 시작했다. 공연은 6월 28일 처음 가졌다. 강릉시지부 출범과 함께 우리도 태어났다."

-어떤 계기로 만들어졌나.
"(최) 뚜렷한 목적의식은 없었다. 단지 노래가 좋아서 시작했다. 그리고 노조에서 합법화하는데 노래패가 힘을 실어줄 것으로 생각한다. 또 직원들 사이에 노동문화를 접촉하는 계기를 만들 것이다. 직원들에게 자연스럽게 노동문화를 접촉하게 할 것이다."

-'평행선'은 무슨 뜻인가.
"(최) 위아래도 없고 평등하게 함께 간다는 뜻이다. 조합원 공모를 통해서 이름을 지었다."

-팀 구성은 어떻게 돼 있나.
"(최) 현재는 남자 6명, 여자 6명이다. 공연은 11명만 하게된다."

-그 동안 어떤 활동을 했나.
"(최) 2002년 10월 19일 공연했고, 12월 6일 서울에서 그리고 11월 4일 대회 후 시청 앞 공연. 강원본부 공연은 총 3번째이다. 이번은 정식 창립공연이다."

-활동하면서 어려운 점은.
"(김) 강릉은 노동문화의 이해가 전혀 없는 토양이 전무한 불모지다. 모두 업무중복과 처음 접하는 노동가요로 인해 힘들었다. 그리고 연습기간 너무 길어 업무적으로도 지치고 서로 병행하기가 힘들었다."

"(최) 왕산이나 주문진은 40분씩 시간이 소요 돼 어려웠다. 특히 태풍 '루사'로 인해 작년10월말 하던 계획을 12월로 미뤘고 '연가파업'으로 인해 또 다시 이번으로 미뤄져 5달 이상을 평일 저녁과 주말을 노래패 연습을 해 시간적인 어려움이 컸다. 그리고 겨울이라 추워서 연습하기 힘들다. 건물이 저녁엔 난방이 안되기 때문에 감기, 몸살을 지닌 채 계속 연습해 왔다."

-인상깊은 점은?
"(김) 대중가요와 달라 노래로 사람들에게 다가가기가 힘들다. 노래패 식구들이 이젠 정말 가족 같이 느껴진다. 기쁨이다. 여자6명중 5명만이 연습하는데 공연 한 번 할 때마다 끈끈한 동료애가 생긴다. 그리고 공연 뒤에는 노동가요에 국한하지 않고 대중가요도 부를 예정이다. 노래패의 활성화를 위해서다. 물론 '평행선'식구들과 의논 후 결정을 내릴 것이다. 기타 등 악기를 배울 수 있는 기회도 마련 할 것이다. 조합원들이 더 쉽게 다가올 수 있도록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노동문화 강의도 가질 예정이다. 아직 부족한 것이 많아 다른 노래패 공연도 많이 보러 다닐 계획을 가지고 있다."

-새 정부 출범했다. 기대할 것이 많을 것 같은데.
"(최) 전교조와 동등하게 대해 준다는 공약 기대해본다. 대규모 집회 참가 위험 부담을 안고 지금까지 왔다. 대통령이 공무원 노조 합법화해 노래패 활동 쉽게 했으면 좋겠다. 작년 서울 집회 징계 무릅쓰고 흐트러짐 없이 잘 해왔다. 월급 많이 올려달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월급은 국민의 세금이다. 지금 공무원들은 많이 달라져 있다. 17년 이상 된 공무원들은 관료적 문화인 '상명하복'식 시스템에 길들여져 무슨무슨 장만 달면 일을 하지 않는다."

-노래패 일원이 되기 전 노동가요나 문화를 접해 본 적이 있는가.
"(최) 학생 때 노래한 사람은 없다. 그래서 우리가 찾아서 해야돼 상당히 어려웠다."

-노래지도는 누가 해주는가.
"(최) 지역사회 노래패 '중기골목'이 있다. 그러나 그 팀 자체가 힘든 사정이라 개인적으로 도와주고 있다."

-언제부터 연습을 했나 또 연습시간은?
"(최) 2시간 30분에서 3시간 동안 연습한다. 6시나 6시 30분에 시작해 9시에 끝낸다. 일주일 2번 월, 화 공연 2주전부터는 매일 연습했다. 처음부터 공연 잡히면 한 두 달 전부터 연습한다.

노래패 활동 때문에 가정과 개인생활에 지장이 있을 것 같다.
(최) 30대 후반에서 40대로 이뤄진 팀이라 거의가 가정이 있어 시간을 할애하기가 힘들다. 특히 자녀가 아플 때면 상당히 난감하다. 한 동지는 중3 자녀를 두고 있어 뒷바라지를 해야 하는데 고충을 겪고 있다. 어느 정도 개인적 희생이 뒤따라 어렵다."

-주위에서 반응은?
"(최) 가장 힘든 부분이 인식이 없다는 것이다. 많은 조합원들이 너무 관심 없다. 자신이 근무하는 곳에서 와 줘야 하는데 너무 무관심하다. 집행부만 이런 문화를 접한다. '임을위한행진곡'을 예를 들면 100명중 2.3명만이 아는 실정이다."

-노래패 활동을 하면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신) 전문 노래패가 아니다. 서로간에 허물을 덮어주며 결속력이 강해졌다. 인간적 정을 많이 쌓게 됐다."

-연습분위기가 좋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최) 결속력이 있는 이유는 선·후배관계이고 오래동안 근무해 알고 지내는 사이다. 전자결재, 우편을 통해 서로 연락하면서 정을 쌓는다. 서로 챙겨주고 보듬어주는 부분들이 결속력을 다지는 힘이다. 예를 들면 병원에 자녀를 데리고 가면 하루쯤은 빠질 수 있는데 그렇지 않고 아내가 오고 다시 노래 연습하러 온다. 또 서울 출장 뒤에도 빠지지 않고 연습하러 온다. 이런 만큼 열성적이고 책임감이 강하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최) 가정적으로 행복하고 자녀들이 아프지 않았으면 한다."

"(김) 영동지역 천명노조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노동문화를 이끌고 갈 것이다. 공무원 노조 합법화되면 결국 시민들의 삶이 질이 높아진다. 그 사이에 우리의 역할이 클 것이다. 노동운동, 노동문화 불모지에서 중심이 될 것이다. 지역사회 변혁, 개혁세력으로써 노조가 자리잡고 또 노래패도 큰 역할을 할 것이다. 공무원 관료문화를 깨뜨릴 것이다. 동호회 지원비 천만원을 책정해 지원하고 향후 전문적 교육 프로그램도 가질 예정이다. 또 노동조합 거부감 없애는 교육 사업을 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우린 당직제도 개선과 직원복지에 힘썼고 수의계약에 전자입찰을 도입했다. 공무원 사회 개혁말고도 다른 부분에 힘쓸 것이다.

강릉시 특성인 씨족, 유교적 전통이 강하고 공장도 없어 노동문화의 이해 폭이 적어 어렵지만 공무원이 움직이면 될 것이다. 미래가 밝을 것이다. 시민 공청회를 거치고 여론 조성과 시책 대안도 제시할 것이다."

"(최) 강릉, 강원도 안에서 문화적 사업으로 공직사회 개혁에 힘이 됐으면 좋겠다. 노래 지도를 해주시는 김진옥 선생님을 부각시켜 달라. 이분 없었으면70 ∼80% 못했을 것이다. 김 선생님은 노래실력, 열정 최고다. 밥 한끼 대접한 적 없고 그런데도 시간 내서 너무 잘 도와준다. 중요한 미팅까지도 취소하고 참여한다. 김 선생님 그 모습 때문에서라도 많은 사람들이 감동 감화 받아 열심히 한다. 헌신적인 어머님 같은 분이라 바라는 것 없이 잘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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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강원정치 대표기자, 2024년 3월 창간한 강원 최초·유일의 정치전문웹진 www.gangwoninnews.com ▲18년간(2006~2023) 뉴시스 취재·사진기자 ▲2004년 오마이뉴스 총선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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