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급 정무직 인사 명단이 발표된 3월 3일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의 공무원들은 대부분 새 정부 첫 인사에 대해 환영하는 기색을 보였다. 일부 예외는 있었지만 '공무원의 꽃'에 해당하는 차관급들이 대부분 내부 승진으로 발탁되었기 때문이다.
공식 언급 없이 두 부처 인사 누락
그러나 국정홍보처와 외교통상부는 크게 술렁거렸다. 지난달 27일 단행된 장관 인사에 이어 이날 차관급 인사 발표에도 국정홍보처장과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빠졌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이날 인사 발표에서 국정홍보처장이 빠진 데 대해 공식 언급을 하지 않았다. 또 통상본부장에 대해서도 아무런 언급 없이 다만 김재섭 주인도네시아 대사를 외교부차관에 임명했을 뿐이다.
지난달 장관급 인사에서 말석(末席)에라도 통상본부장과 국정홍보처장이 포함될지 모른다고 은근히 기대했던 통상교섭본부와 국정홍보처 직원들은 차관 인사 명단에서도 해당 부처장이 제외되자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통상환경을 감안할 때 늦어도 이날까진 후임자를 임명하든지 아니면 황두연 현 본부장을 유임시킨다는 발표를 하든지 둘 중 한 가지 조치는 취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같은 애매한 상황은 국정홍보처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새 정부의 차관급 인사 전원 교체방침에 따라 유임을 통보받지 못한 신중식 현 국정홍보처장은 이미 지난 2월말에 보따리를 싸놓은 상태이다. 이에 따라 통상본부뿐만 아니라 국정홍보처도 처장의 일정을 전혀 잡지 못하는 등 업무에 차질을 빚고 있다.
통상본부장은 장관급의 중책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어떤 부처보다도 국가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치열한 '외교전'을 치르는 부처가 바로 외교통상부의 통상교섭본부이다. 당장 뉴라운드 출범에 따른 쌀 개방 등 각 분야의 현안이 산적해 있고, 각 분야별로 국민적 총의를 모아 대비해도 힘이 부칠 만큼 개방의 파고(波高)는 거세다.
외교통상부는 종래의 외무부 기능과 통상교섭 기능이 혼재된 부처이다. 외교기능은 외교를 담당하는 어느 한 부처의 전유물이 아니고 모든 부처의 업무가 된 지 오래다. 김대중 정부 제1차 조직개편 때 구(舊)외무부 기능에 통상교섭 기능을 부여한 것도 외무부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통상교섭 기능을 강화하여 각 부처를 지원해주자는 배려였다.
또 김대중 정부 제2차 조직개편 경영진단안에서는 대통령직속의 통상대표부(장관급) 신설을 개혁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통상대표부 신설안은 우리나라의 통상외교가 공세적으로 전환한 시점에나 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채택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대통령 직속의 미 무역대표부(USTR)와 막강한 'Super 301조'에서 보듯, 정부 통상교섭 기능의 강화는 세계적 추세이다.
국정홍보처 또한 마찬가지이다. 정부 교체에 따른 일상적인 국가 및 정부 홍보는 물론 시시각각 수위가 높아져가는 북핵(北核) 위기를 감안할 때 그 어느 때보다도 정부 대변인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다.
연봉도 둘 다 장관과 차관의 중간
정부조직법상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국정홍보처장과 통상교섭본부장에 대해서는 장관처럼 국무회의에 참석케 하는 것은 이처럼 두 부처의 업무영역이 사실상 전 부처에 산재해 있고 또 장관급에 준할 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정홍보처장과 통상교섭본부장은 의결권은 없지만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고 연봉도 차관에 비해 400만원 가량 더 많다(<표> 참조). 더 많은 연봉을 주는 데는 그럴 만한 까닭이 있을 것이다.
따라서 국정홍보처장과 통상교섭본부장의 인선이 늦어지는 것을 두고 일부에서는 '신중한 선택'을 위해서라는 관측과 함께 '누락'했을 가능성마저 배제하지 않고 있다. 국정홍보처의 경우 내정자가 고사해 인선이 늦어지고 있다는 얘기가 있지만 공식 해명이 없다보니 정치적 성격이 강한 장·차관 인사에만 신경을 쓰다가 '장관도 아니고 차관도 아닌' 두 부처장이 빠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관급 인사는 물론 이번 차관급 인사명단 발표에서도 빠진 외교통상부와 국정홍보처는 공교롭게도 정부종합청사 밖의 별도 건물에 입주해 있다. 외통부는 세종로 청사 별관에 입주해 있고, 국정홍보처는 수송동의 한 빌딩에 세 들어 있다. 그 때문에 심지어 아마추어 인사들이 눈에 안보여 빼먹은 것 아니냐는 관가괴담(官街怪談)까지 나오고 있다.
<표>정무직 공무원 등의 봉급표 (2003년) | 기관별 구분 | 직명 | 봉급액 | 동급직명 | 대통령 직속기관 | 대통령 (연봉제) | 144,688,000 | | 감사원장 (연봉제) | 84,985,000 | 부총리 | 행정부 | 국무총리 (연봉제) | 112,358,000 | | 장관 (연봉제) | 79,088,000 | 장관급에 준하는 공무원 | 법제처장 (연봉제) | 74,994,000 | 국정홍보처장, 국가보훈처장, 통상교섭본부장 | 차관 (연봉제) | 71,020,000 | 차관급에 준하는 공무원 | | * 자료출처 : 행정통계연보, 총무처 연보, 중앙인사위원회 | |
덧붙이는 글 | * '톺아보기'는 '샅샅이 더듬어 뒤지면서 찾는다'는 뜻을 가진 순우리말인 '톺다' 또는 '톺아보다'에서 나온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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