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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산 금정산 고속철도 관통반대 시민종교 대책위원회 소속 불교계,시민단체, 신도회를 비롯한 각계 회원들이 대거 참여한 '고속철도 노선 백지화 공약 실현을 위한 2배수 예참수행'이 계속 되는 등 정부와 불교계의 갈등의 골이 깊어 가고있다. 이런 가운데 7일 오전 노무현 대통령이 공사 중단과 재검토 협의를 위한 위원회를 쌍방간 구성토록 지시해 새로운 국면을 맞고있다.

이와관련 내원사 지율스님이 생명사랑 실천을 위한 단식농성을 시작한지 31일째로 접어 들고있다.

ⓒ 이수천
지난 7일 금정산·천성산 관통 고속철도 백지화 공약 이행 촉구를 위한 시민종교 대책위(내원사 지율스님)는 "지난 3일 오후부터 부산시청앞 광장에서 지율 스님 등 비구니 스님과 함께 1600년 한국불교사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초유의 수행 행사를 가지고 있다"고 밝히고 "당국의 노선 철회 의사 등 명확한 대안을 밝히기 전까지는 단식농성 등 반대운동을 확산시켜 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사)대한불교 청년회 부산지구 소속 회원 20여명이 지난 3일부터 2배수 수행동참(매일다른사람 1명씩 동참시키기) 행사에 참여한 이후 8일 오후까지 1000여명에 이르렀다.

이와관련 7일 오전 노무현 대통령이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천성산 금정산 고속 철도 관통 노선에 대한 공사 중단과 양측 전문가가 참여하는 재검토를 위한 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하는 내용의 지시를 문재인 민정수석을 통해 밝힘에 따라 노선백지화를 외치는 환경단체나 불교계의 새로운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건교부와 시민·종교대책위는 지난 해 8월 이후 결렬됐던 민관협의체를 다시 만들어 대안노선 등 터널통과 노선에 대한 환경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논의키로 했다.

7일 오후 9시경 문재인 민정수석은 부산에 내려와 시청옆 불교회관 7층 선방에서 불교계 인사들과 의견을 나눈 뒤 이튼날 8일 오전 9시 시청 광장에서 농성중인 지율스님을 만나 농성을 그만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대해 지율 스님과 환경단체 관계자는 대통령의 공사중단지시는 환영하나 공사를 강행하는 쪽의 의문이 풀어지지 않는 한 재검토 위원회 참여 불참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시민종교대책위 허탁 단장과 지율 스님은 "건교부와 철도공단이 기존 노선만을 고집 하는 식의 재검토에는 응할 수 없으며 관통 노선이 아닌 대안 노선이 나오기 전에는 합의점을 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단식 한 달째, 지율스님 눈물의 편지

“말없는 천성산… … 살려주세요”


안녕하시지요? 천성산 내원사 지율입니다. 지금은 부산시청 앞에 와 있습니다. 누구한테 들으니 3월6일이면 밥 굶은 지 한달 째라고 하더군요. 그렇게나 날짜가 흘렀는지 몰랐어요.

어떤 사람은 “기네스북에 오를 거냐”며 놀리기도 하지만 대부분 걱정이랍니다. 하지만 아직 저는 건강합니다. 의사들도 아직은 괜찮대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지금이 정말 행복합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니까 모든 것이 그저 즐거울 따름이에요. 하지만 너무 힘들어, 고통스러워 울 때도 있어요. 정말 많이 울었어요. 배고픈 육체의 고통이 아니라 마음이 아파서 말이죠. 천성산을 생각하면 저절로 눈물이 납니다.

어느 날인가 풀숲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메뚜기 한 마리가 뛰어 올랐어요. 그때 메뚜기는 내게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라고 외치는듯 했어요. 그때부터였죠. 산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된 것이. 천성산은 울고 있었어요. 아니 산 속에 사는 모든 생명들이 울고 있었어요. 그 소리를 듣고 어떻게 그냥 있을 수 있었겠어요. 내가 산이 되고 산이 내가 된 거죠. 그래서 나왔습니다.

처음에는 모두가 땅을 파헤치고 가만히 두지 않으려는 사람들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내가 산을 아픔에 울게 만들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내가 산을 지키지 못하고 방관하는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됐다는 것을…. 그래서 참회하기 위해 길거리로 나섰습니다. 그래서 매일 108배를 합니다. ‘내가 잘못 했구나, 정말 미안하다’ 하면서.

처음에는 혼자였어요. 어떤 사람은 “새정부가 다 해결해 줄 텐데 나서지 말라”고 훈계까지 하더군요. 하지만 저는 약속을 지켜야 했어요. 산을 나오기 전에 우리 절에 버려진 올빼미 새끼를 놔주면서 약속했어요. 네가 커서 어른이 될 때까지 지켜줄게. 이제는 혼자가 아니에요. 옛날 원효스님이 1000명의 제자들을 성인으로 만든 곳이 천성산이라죠. 제 곁에는 1000명의 성인들이 있습니다. 멀리 진도에서 달려온 스님에서부터 빈손으로 온 것을 미안해하며 어쩔 줄 모르는 할머니, 저를 보며 언제나 걱정해주는 많은 사람들. 여러분도 1000명의 성인이 돼주세요. 이 땅에 1000명의 성인들이 나타난다면 우리의 이기심 때문에 죽어가는 많은 생명들을 살리고 자연과 인간은 한 몸이 될 수 있겠죠?

지금쯤 천성산에는 얼레지가 피고 있을 거예요. 그 아름다운 모습을 계속 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3월6일은 또 경칩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다시 걱정이 앞서요. 제 소원이 끝내 이뤄지지 못해 개구리들이, 두더지들이, 뱀들이 영원히 깨어나지 못할까봐. 제발 살려주세요. 산을, 이 땅의 생명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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