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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에 인접하면서도 그동안 도로사정이 좋지 않아 비교적 생태환경이 잘 보전된 수동지역이 바로 코앞인데 이곳의 산들은 도처에 파헤쳐져 공장들로 개발되고 있다. 인근 마석의 성생공단이 포화상태인데다가, 최근 남양주시와 구리시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며 이곳에 있던 영세한 공장들이 땅값이 싸고 건축규제가 적은 수동으로 몰려 들고 있다. 축령산 휴양림과 국민관광지인 주금산의 비금계곡을 비롯하여 천혜의 생태환경을 지니고 있는 수동 지역은 환경친화적인 개발안을 가지고, 특성화된 지역 발전의 전망을 지녀야 한다.
땅이 유일한 재산인 주민들 입장에서야 공장이든, 골프장이든 땅값이 오르면 좋을 일이겠지만, 장기적으로 보아서는 생태환경이 좋은 곳이 주민들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는 전망을 적극적으로 지자체는 제시하고, 설득할 필요가 있다.
피나물이 군락을 이루고, 지난 해에 남양주시에서 난데없이 유월 달에 플라타나스 나무를 가로수로 심은 도로변은 산에서 깎아낸 흙들로 채워져 평지가 되었다. 도로의 높이보다 한 길 아래로 낮았던 골짜기들은 흙에 묻혀 도로와 연이은 평지가 되었고, 그곳에는 재빨리 '공장 임대'라는 현수막이 붙었다.
맑은 물이 흐르고, 가재가 기어다니던 골짜기는 흙으로 메워지고, 목만 내놓은 나무들은 이제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다. 도로까지 흙으로 메운 골짜기는 무덤 자리만 움푹 남겨 놓았으니, 장마라도 지면 무덤은 그야말로 물웅덩이에 잠기게 될 것이다.
그래도 골짜기를 메꾸어 평지로 만드는 것은 낫다. 비탈진 산자락을 깎아내 길을 만들고, 산등성을 잘라내느라 온통 여기저기 부산하기만 하다. 수지가 안 맞는 논과 밭을 메꾸어 월세로 100만원씩 받는 편이 훨씬 낫다고 생각하는 땅주인들에게 피나물이니, 층층나무가 눈에 들어올 리가 없다.
산 하나 평지로 만드는 건 누워서 떡 먹기다. 3000평 이상의 임야를 훼손할 때는 도지사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제한규정도 땅장사들에게는 코웃음거리다. 몇 만평의 땅을 3000평 이하로 나누어, 여러 사람 명의로 만든다. 그리고 일제히 같이 임야훼손허가를 낸다. 실제로는 한 사람 산이다.
그런데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이런 산지의 훼손을 부추기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장비업자나 부동산업자, 건축업자들이 산주인에게 찾아가 일체의 비용을 자신들이 감당하는 조건으로 산을 깎아낸 뒤, 일부를 공장부지로 팔아 먹은 뒤 공사비용과 이익금을 챙겨 빠져나가는 것이다.
대체로 이런 건축업자나 부동산개발업자들은 지방의 시의원이나 도의원, 심지어는 시장까지 진출하기도 한다. 이런 자들에게 시정을 맡기니, 그이들이 할 일이란 것은 자명하다. 끝없이 산을 깎고, 뭉개고, 멀쩡한 다리를 새로 놓는 게 일이다. 겉으로 보면 지역개발이란 허울 좋은 이름을 내걸고, 뒤로는 자신들의 이권과 관련된 온갖 사업들을 벌인다.
그래서 지방의 의회나 시장은 대개 돈 많은 땅부자가 한다는 말이 있다. 자신의 땅으로 관청을 들여 앉히고, 도로를 내는 게 그들의 목적이다. 거꾸로 지역 개발이나 도로 계획의 정보를 이용하여 예정된 부지를 사들였다가 되파는 매매차익을 보기도 한다.
이런 이들은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나무만 서 있는 산을 보면 가슴이 미어터지나 보다. 깎고, 뭉개어 공장이든 골프장이든 번화하게 만드는 게 훌륭한 치적으로 안다. 공장이 들어서고, 차들이 번질나게 드나들고, 노래방이나 단란주점이 생기고, 무언가 벅적거리는 걸 그들은 지역개발이라고 믿고 있다.
생태마을을 조성하라고 내려보내는 지원금도 그런 이들에게 걸리면, 대뜸 하는 게 시멘트 도로 확장이다. 도로공사야말로 한 번에 뭉태기 돈 쉽게 쓰는 방법이다. 반디불이를 길러서 개울에다 풀어 놓는다느니, 다락논을 지켜 몇 줌 안되는 유기농 쌀을 거두는 일은 애들 장난으로 여긴다. 오히려 그런 일들은 지역 개발을 저해하는 일로 안다. 생태 마을이니, 환경이니 해 봐야 땅도 못 팔아 먹게 무언가 규제나 될까 걱정일 뿐이다.
산을 깎아낸 자리에는 허겁지겁 조립식 창고가 지어진다. 말이 창고이지, 그곳에는 버젓한 공장이 들어선다. 다른 곳에서도 다 그렇게 하는 일이고, 무엇보다 주민들 소득을 올리는 일에 지역 공무원이 엄정히 단속하기도 어렵다고 둘러댄다. 이런 편법의 공장들은 공장으로 집계가 되지도 않기에 공장총량제로도 걸러지지 않는다. 땅주인 돈 버는 것만 생각해 주고, 다수의 사람들이 잃어버릴 환경에 대해선 말이 없다. 그래도 식목일이면 관청에서 나서서 나무도 심고, 환경 보호한다고 어깨에 띠도 두르고 돌아다닌다.
불과 몇 개월 전에 관청에서 돈을 들여 도로변에 심었던 플라타나스 가로수는 이제 뽑혀 어디론가 사라졌다. 한쪽에선 나무를 심느라 돈을 쓰고, 한쪽에선 나무를 베느라 돈을 쓴다. 산을 깎아 공장부지로 팔고, 그 공장에서 생산하는 산업제품의 이득이 훼손된 환경을 복구하는 데 드는 돈보다 더 많던 시절도 있었다.
아예 환경 따위는 신경도 안 쓰고, 복구도 하지 않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은 아니다. 지역을 개발하고, 마을 사람들 돈 좀 벌게 한다고 산을 깎아 어쭙잖은 공장 지어, 거기서 생기는 이익보다 훼손된 환경을 되살리는 돈이 더 많이 드는 세상이 되었다.
국가적으로 공장도 있어야 하고, 지역 주민의 소득도 높여야 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식목일마다 적잖은 예산과 인력을 동원하여 산에 나무를 심는 시청이, 또 다른 쪽에선 산을 깎아 내리고, 거기 서 있던 나무들을 베어내는 일을 허가해 주는 이러한 모순은 심각히 생각해 볼 문제이다.
사유지의 개발을 규제할 방법이 없다면, 국가와 지자체가 그 산과 사유지를 사들여 그 곳의 생태환경을 지킨다는 외국의 이야기도 있건만, 그러지는 못할 망정 국가와 지자체가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산을 깎고 도로부터 뚫어 나가는 데 앞장서는 짓을 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공장이 필요하다면 일정 지역에 공단을 조성하고, 그곳에 영세한 공장주도 입주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지금처럼 농지와 목장과 공장과 주택과 모텔과 카페가 뒤섞여 있는 이러한 대책없는 개발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지 걱정스럽다. 함께 있어서 좋은 것이 있고, 따로 있어야 좋은 것이 있다.
지금처럼 개발이라는 것이 산을 깎고 뭉개어 공장을 세우고, 도로를 넓히고, 개울에 옹벽을 쳐서 반듯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주민들이 있고, 또 그들의 손에 의해 뽑히는 개발업자나 건축업자 출신의 시정 책임자가 들어선다면 그것은 불행한 일이다.
우리는 이 나라의 모든 시골을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논밭에 공장을 세우고, 산을 깎아 골프장을 만들고, 거기에 몰리는 사람들이 흘리는 돈을 줍기 위해 마을 집마다 가든이니, 펜션이니 장사판으로 나서고, 모텔과 게임방이 즐비한 도시로 만드는 것이 우리가 바라는 것인지 생각해 볼 때라고 본다. 모든 시골의 도시화. 우리가 바라는 것이 이것일까. 걱정스런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