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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면을 털어 독립기념관 이사회의 '윤전기 철거' 결정을 비난한 18일자 조선일보
한나라당이 18일 독립기념관의 조선일보 윤전기 철거 결정을 비판하는 논평을 냈다. 철거의 직접적인 배경이 되는 <조선>의 친일전력을 언급하지 않은 한나라당 논평은 연이틀 대대적인 비판기사를 내보내고 있는 <조선>의 주장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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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기념관서 <조선> 윤전기 빼라"

"윤전기 철거, 토론으로 끝장보자"
민언련, <조선>에 제의...성사 불투명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하 민언련, www.ccdm.or.kr)이 18일 발표한 성명에서 조선일보에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민언련은 성명에서 "우리는 1939년부터 45년 사이에 <조선>의 친일행각에 대해 공개적으로 토론하자. 객관적 사실을 바탕으로 역사에 대한 바른 평가를 해보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지난해 <조선>은 안티조선 진영과의 공개토론을 "결론을 다 정해놓고 벌이는 정치 쇼"라고 폄하한 바 있어 토론의 성사 가능성은 0%에 가깝다.

민언련은 "<조선>이 '국민의 힘'과 노무현 대통령을 연결시켜, '역사 바로 세우기' 차원에서 진행된 윤전기 철거를 '권력의 위세를 업은 시민단체'에 의한 부당한 탄압으로 몰려는 의도를 드러냈다"며 "<조선>은 자신들의 '대통령 만들기'가 실패했다고 해서 대선 후 이들이 벌이고 있는 언론개혁운동과 역사 바로 세우기까지 색안경을 끼고 보도해서는 안 된다"고 <조선>의 아픈곳을 찔렀다.

민언련은 "<조선>이 말하는 '역사에 대한 바른 평가'란 무엇인가> 친일행위에 대한 철저한 과거청산이야 말로 역사에 대한 바른 평가가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조선>은 친일을 부정하는데 힘을 쏟을 것이 아니라 시민단체 활동에 대해 객관적으로 보도하는 자세부터 배워라"고 일침을 가했다. / 손병관 기자
박종희 한나라당 대변인은 "독립기념관 이사회가 매우 정치적인 결정을 내렸다"며 그 근거로 "이창동 장관이 취임하자마자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조선> 역시 18일자 신문에서 윤전기 철거운동을 주도한 영화배우 문성근, 명계남 씨가 6년전 이창동 문화부 장관이 감독한 영화 '초록물고기'에 출연했음을 강조했고, 19일자 초판에는 "독립기념관, 盧취임식후 태도 돌변"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조선>은 또한 사설에서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어도 권력의 위세를 업은 시민단체에서 자신들의 구미에 맞는 역사의 일면만을 들먹이면 철거할 수 있다는 논리인데, 이야말로 중국의 문화혁명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조선>의 주장은 "이창동 장관이 취임하자마자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특정언론 길들이기 차원에서 결정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짙다. 모택동시절 중국역사를 후퇴시킨 문화혁명과 홍위병이 연상되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라는 말로 변주됐다.

박 대변인은 "윤전기가 어떤 과정에서 설치됐고 왜 철거돼야 하는지, 그 과정에서 낭비되는 혈세에 대한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지도 소상히 밝혀져야 한다"며 "안건이 이미 국회에도 청원되어 있는 만큼 국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해 재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날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www.cubs.or.kr, 공동대표 송복 연세대 교수 등 11명)도 '윤전기 철거'를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독립기념관 제6전시실에 전시중인 조선일보 윤전기는 1936년 일본 도쿄제작사가 제작한 것으로 조선일보가 폐간된 40년까지 일본 천황과 내선 일체 등을 찬양하는 기사 등을 인쇄하는 데 이용됐다가 전두환 집권 말기인 1986년 6월 독립기념관에 기증됐다. 윤전기의 이 같은 전력 때문에 '조선일보 없는 아름다운 세상' (www.joase.org, 대표 임현구) '생활정치 네트워크 국민의 힘'(www.cybercorea.org) 등 안티조선 단체들은 윤전기 철거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윤전기 철거'를 결정한 17일 서울 여의도관광호텔에서 열린 53차 독립기념관 정기이사회에는 전체 이사 15명 중 이문원 독립기념관장, 윤경빈 이사장, 김우전 광복회장, 서영훈 대한적십자사 총재, 한나라당 강신성일 함석재 의원, 민주당 심재권 의원, 김삼웅 전 대한매일 주필, 유흥수 한국독립동지회장, 박경렬 서울시립대 강사, 김성곤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 원장 이상 11명이 참석했다. 이승규 문화관광부 문화정책국장, 성무용 천안시장, 심규철 한나라당 의원, 최창규 성균관장 이상 4명은 불참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1일자 사외보에 실린 이문원 관장과의 인터뷰에서 "<조선> 윤전기 철거 요구는 부당하다"는 말을 이끌어내기도 했으나 17일 이사회 결정으로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 꼴'이 됐다. 조선일보는 17일자 신문에서 1면 사이드톱과 31면 사설, 6면 전체를 털어 '비분강개한 심정'을 토해냈고, 18일자 초판에도 총 4건의 관련기사를 실어 이번 사태를 좌시하지 않을 뜻을 내비쳤다. 다음은 한나라당과 '국민의 힘'이 각각 발표한 성명서 전문.

[성명] 독립기념관 조선일보 윤전기 철거결정에 대해

독립기념관 이사회가 17일 독립기념관에 17년째 전시중이던 조선일보 윤전기를 철거하기로 한 것은 국민의견수렴과정이나 절차를 볼 때 매우 정치적인 결정이다. 전시물에 대해서는 '독립기념관 전시 자문위원회'에서 다루던 관행을 깨고 갑자기 안건으로 집어넣어서 이사회에서 결정을 내린 것은 절차상으로 잘못된 것이다.

독립기념관에 전시물이 잘못 전시되었고 또 철거필요성이 대두된다면 관례에 따라 바로 잡혀져야 한다. 윤전기가 어떤 과정에서 설치됐고 왜 철거돼야 하는지, 그 과정에서 낭비되는 국민의 혈세에 대한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지도 소상히 밝혀져야 한다.

하지만 정치논리나 친여 언론단체의 압력에 굴복해 전광석화처럼 철거결정을 내렸다면 이는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노대통령의 당선에 기여한 '노사모' '조아세' 등이 시위를 하는 가운데 이창동 장관이 취임하자마자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특정언론 길들이기 차원에서 결정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짙다.

모택동시절 중국역사를 후퇴시킨 문화혁명과 홍위병이 연상되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일제 암흑기를 버텨온 윤전기가 '언론개혁'이란 미명하에 수난을 겪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 안건은 이미 국회에도 청원이 되어있는 만큼 국민적인 공론과 공감대를 형성해 재결정해야 한다.

이창동장관의 언론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단적으로 표출된 것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있어 앞으로 균형있는 결정을 기대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특정언론죽이기가 역사해석에 대한 편견이나 왜곡을 불러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돌아봐야 할 것이다.

2003. 3. 18
한 나 라 당 대 변 인 박종희

"조선일보 권력"은‘歷史’도 철거하는가
-[조선일보 사설]‘권력은 ‘歷史’도 철거하는가’에 부쳐


2003년 3월 17일 독립기념관은 1930-40년대 친일신문을 찍어냈던 조선일보 윤전기를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1948년 반민특위 좌절이후 왜곡된 역사의식에 일침을 가하는 쾌거라 아니할 수 없다.

1930년대 조선일보는 내선일체와 황국신민화가 애국의 길이라며 조선의 젊은이들을 대동아 전쟁의 총알받이로 내몰았던 어두운 과거를 언제까지 숨기려 하는가? 친일과 친독재의 더러운 과거가 하나둘씩 벗겨지고 있는 오늘 조선일보는 또다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혹세무민과 곡학아세의 전매특허를 휘둘르려 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3월 18일자 사설에서 다음과 같이 진실을 호도하고 있다.

"일제의 문화말살 탄압 속에서 유일하게 한글로 된 신문을 인쇄하고, 1940년 8월 11일 조선일보 폐간호를 찍었던 윤전기가 독립기념관에서 철거될 운명이라니 역사가 부끄럽다."

과연 그런가? 유일하게 한글로 된 신문을 찍었다고 치자. 조선일보는 1930년대 국어학습코너에 일본어를 교육하고 있다. 조선일보의 나라는 일본이고 언어는 일본어란 말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1940년 1월 1일자 1면 조선일보 제호위에 버젓이 올려놓은 일장기를 보라. 조선일보 기자들이여 눈이 있다면 당신들 자료실에 가서 믿기지 않는 옛날 신문을 들춰보아라. 친일인가 항일인가? 일본 천황 히로히토의 생일인 ‘천장절’날에 실었던 목불인견의 교태를 보아라. 다음은 조선일보 1939년 4월 29일자 사설 〔봉축 천장절〕의 내용중 일부이다.

조선일보는 자신들만이 유일하게 한글로된 신문을 찍어낸 것을 들어 ''민족지''임을 강변한다. 그러나, 일본 총독부 입장에서 당시 한국인들 중 일본어를 모르는 이들에게 "황국신민의 길"을 알기 쉽게 선동하려면 한글 신문 하나쯤 필요했을 것이다.

"봄바람이 불어오고 온갖 꽃이 화창한 이 계절에 다시 한 번 천황 폐하의 생일을 맞아 모든 신하와 백성들이 경축하지 않고는 베기지 못할 것이다. 성상폐하께서 옥체가 건강하시다니 실로 황공하고 경하할 뿐이다. 매년 이 반가운 날을 맞이할 때마다 우리 백성들은 천황폐하의 가없는 은혜와 드넓은 어지심에 새로운 감격이 깊어짐을 깨닫는다. 뿐만 아니라 충과 의를 다하여 일념으로 천황폐하와 일본제국에 보답한다는 결심을 금할 수가 없는 것이다."

조선일보 1938년 6월 16일자 사설을 보라.
일본을 위한 병역의 의무야말로 조선민중의 의무라고 부르짖고 있다.

조선일보여 답하라. 진정 그대들은 이말이 진정 항일 이라고 그래서 조선일보는 민족지라고 계속 주장할 것인가?

조선일보는 3월 18일자 사설을 다음과 같이 맺고 있다.

"역사란 권력이 한순간 주무를수 있어도 언젠가 진실이 바로잡히게 되어있다. 조선일보는 역사에 대한 바른 평가가 내려지는 날까지 이 윤전기를 지킬 것이다."

그렇다. 역사는 한순간에 주무를수 있어도 언젠가 진실이 바로잡히게 되어있다. 월간중앙2001년 8월호 역사평론가 이덕일씨가 밝혀낸 백범 김 구의 지시로 김승학이 작성한 친일파 263명 반민특위 살생부 명단에 "조선일보 방응모"씨가 포함되어 있는 사실을 아는가?

조선일보여! 백범 김 구선생이 과연 역사를 모르고 진실을 왜곡했다고 김 구의 무덤을 파헤칠 것인가? 조선일보여! 언제까지 권좌에 머물며 역사를 왜곡하고 역사를 철거하려 하는가? 이제 당신들의 시대는 끝났다. 제발 그 오욕의 권좌에서 내려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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