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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국장이 경기고 선배인 이석희 전 차장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은 언론비평전문지 <미디어오늘>의 지난 99년 7월 8일자에서 처음 제기됐다.

이 기사는 "이도성 정치부장은 제15대 대통령 선거 직전인 97년 12월 10일 이석희 전 국세청장으로부터 1천5백만원을 받아 H은행 모 지점에 개설한 자신의 계좌에 이를 입금했다"며 이 부장이 받은 돈은 이 전 차장이 차명으로 개설, 관리했던 계좌에서 인출된 것으로 각 기업으로부터 받은 '세풍자금'의 일부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기사는 또 "이 같은 사실은 세풍사건을 수사하던 사정당국이 이 전 차장의 계좌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밝혀졌고, 이 부장 외에도 3∼4명의 언론인에게 돈이 건네진 사실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지난해(98년)에는 이 부장이 미국으로 건너가 도피중인 이 전 차장을 만났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한겨레신문도 이 기사를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나, 이같은 보도에 대해 당시 이도성 부국장(당시 정치부장)은 물론, 검찰도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검찰은 99년 6월의 '세풍사건' 중간수사결과 발표에서는 이런 내용을 아예 포함시키지 않았다.

그로부터 약 4년이 흐른 뒤인 지난 지난 3월 24일. 이른바 '세풍사건건'(국세청 대선자금 불법모금)을 수사 중인 서울지검의 한 관계자는 "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 등이 모금했던 돈을 건네 받은 정치인과 언론인에 대해서도 범죄혐의가 성립되는지 검토하고 있다"며 "이 언론인에 대해서는 이미 보도된 바 있다"고 밝혔다.

당시 편집국 고위간부 "검찰로부터 통보받아 사장에게도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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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검찰은 '공식'적인 확인에 앞서 이미 세풍수사를 한참 벌이던 지난 98년 말 경, 동아일보측에 이 부국장의 금품수수 사실을 통보한 바 있다.

당시 동아일보 편집국 고위간부로 근무했던 한 인사는 "세풍수사때 검찰이 (동아일보)검찰 출입기자를 통해 사회부장에게 알려줘, 사장에게도 보고됐다"며 "우리로서는 검찰의 수사결과를 기다려보는 수밖에 없었으나 그 뒤 검찰로부터 어떤 통보도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당시 동아일보 내에서도 크게 논란이 됐었는데 어떻게 혐의 당사자를 승진시킬 수 있었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 뒤에는 검찰에서 어떤 말도 없었기 때문에 사내 인사위원회에서 달리 논의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당시 검찰의 통보는 수뇌부의 지시아래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에 알려지지 않도록 검찰에 부탁…본인도 혐의사실 시인"

역시 당시 <동아> 편집국에 근무했던 또다른 한 간부는 "검찰에서 비공식적인 통보가 있었다"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내부에서는 작지 않은 일이라고 판단해 검찰측에 '잡음(언론에 알려지는 것)은 나지 않게 막아달라'고 협조를 부탁했었다"고 밝혔다.

이 간부는 "그때 이도성 차장에게 검찰의 수사내용을 알려줬더니 그는 혐의 사실에 대해 모두 시인했다"고 밝혔다. 결국 <동아일보>는 이도성 차장의 뇌물수수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으며, 나아가 언론사의 힘을 빌어 검찰에 '입막음'까지 한 셈이다.

당시 검찰은 <동아일보>의 이같은 요청 때문이었는지 <미디어오늘>과 <한겨레>의 보도 이후에도 "사실무근"이라는 태도를 계속 견지했다. 유력언론과 검찰의 전형적인 유착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검찰이 이도성 차장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를 벌이지 않은 것도 의혹이 쏠리는 부분이다. 대통령 선거 보도를 일선에서 지휘하는 정치부 정당팀장이, 국세청을 동원해 모급한 불법정치자금의 일부인 1천5백만원을 전달받은 사실을 확인하고도 이에 대해 어떤 조사도 벌이지 않았다.

15대 대통령선거운동이 최고조에 달했던 97년 12월에 정치자금의 일부가 선거담당 팀장에게 전달됐다면 그 대가성에 대해 조사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적인 부분이다.

이도성 차장은 금품수수 사실이 내부적으로 확인된 뒤인 99년 2월에 정치부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2000년에는 부국장으로 승진했다. 현재 그는 소화기 계통의 지병으로 3주전부터 병가를 내고 회사에 나오지 않고 있는 상태다.

동아일보 "검찰의 공식통보 없어, 조치 취할 필요성 못 느낀다"

한편 검찰의 공식적인 통보가 없기 때문에 별로 문제될 게 없다는 <동아일보>의 태도는 여전하다. 어경택 동아일보 편집국장은 "검찰로부터의 공식적인 통보가 없기 때문에 회사로서는 조치할 어떤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고 거듭 밝혔다.

그러나 지난 25일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이석희씨로부터 돈을 받은 언론인이 이 부국장 외에도 몇 명이 더 있다는 것은 이미 98년 수사에서 확인된 것"이라며, "범죄가 성립되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이들에 대한 수사가 재개될 가능성을 내비쳤다.

중앙일간지의 한 부장급 기자는 "정치부 기자와 정치권력 집단간에 맺어진 전형적인 권언유착의 사례"라며 "신문사가 해당자를 징계하기는커녕 이를 묵인하고 비호한 것은 도덕불감증이 극에 달한 탓"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