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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평화를 사랑합니다."
"우리는 전쟁을 반대합니다."

미·영 연합군의 잔인한 이라크 폭격이 계속된 가운데, 강릉시민들은 주말을 맞아 '반전평화'의 목소리를 거세게 드높였다.

강릉 YMCA, 강원도 일반노동조합 등 22개 시민사회·학생단체로 구성된 '영동지역 반전평화연대'(상임대표 김상도 목사, 이하 반전평화연대, www.peace4all.wo.to)는 29일 오후 6시 강릉시 임당동 '대학로 사거리'에서 200여명의 평화시민들과 함께 '전쟁중단','파병반대'를 강력히 촉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노래패 '중기골목'(대표 이유정)의 합창으로 시작된 이날 집회에선 엄마 손을 부여잡고 온 다섯 살 어린이부터 중·고등학생, 노동자 그리고 군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에서 반전여론의 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반전평화연대 상임대표 김상도 목사(48, 강릉민들레교회)는 인사말에서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명분 없는 학살행위로 간주한다"며"노무현 대통령과 각 정당은 군대파병 및 지원결정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목사는 또 "진정으로 세계평화를 위한 길은 군대파병이 아니라 난민구호를 위한 의료 및 민간 지원단을 그쪽(이라크)에 보내야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어 핏빛으로 'NO WAR(전쟁반대)','STOP THE WAR(전쟁중단)' 아로새긴 티셔츠를 입은 최종문 반전평화 집행위원장(32, 실업지원센터 사무국장)은 "지난 17일 영동지역 시민사회노동단체 상근자들은 제국주의 침략 전쟁 임박에 따라 반전활동 필요성을 느껴 모임이 시작돼 오늘 '반전평화 시민행동의 날'까지 이어졌다"고 경과보고를 했다.

최 집행위원장은 또 "전쟁반대와 국군파병 저지를 위한 반전운동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겠다"며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동일한 시각 … 엇갈린 반응

▲ 29일 집회 참가한 두 소녀가 평화의 불꽃을 상징하는 촛불과 '전쟁반대','파병반대'풍선을 들고 시위에 나서고 있다.
ⓒ 김경목
얼마 전 국회 앞 반전시위에 나섰다는 엄성욱(28, 강릉대 국문과4)씨는 "우리는 명백히 침략자의 손을 들어줬다"며"이라크 국민들의 목숨을 담보로 벌어지는 전쟁지원에 맞서야 한다"고 발언했다.

그는 또 "민주주의는 다수 사람의 의견이 존중돼야 한다"며"한국군 파병에 반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주광혁(22, 강릉대 국문과3)씨는 "그 까짓 것이(중동지역 패권장악, 석유이권취득) 사람 죽이는 데 명분을 줄 수 있습니까?"라고 반문하며"이런 시민의 힘이 전쟁 증단의 결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주말로 인해 외박 나온 상당수 군인들도 집회를 줄곧 진지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전쟁을 별로 실감하지 못한다는 김중진 병장(24, 가명)은 "이라크 전쟁으로 인해 지금 군 비상사태에 들어갔다"며"다음 타깃은 우리가 될 수 있어, 우리도 준비해야 한다"고 밝힌 김 병장은 미사일의 방향이 한반도로 향할 수 있다는 반전연대의 주장과 의견을 같이했다. 하지만 그 대응에 있어선 전쟁 중단을 이끌어 내 평화적 해결을 원하는 사람들과 달리 "전열을 정비하고 만일의 사태시 즉각 전쟁 수행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함께 자리한 곽정구(21, 가명)상병은 "전쟁 원인을 강대국들의 이해관계 대립으로 바라본다"며"부시 한 사람으로 인해 전쟁이 일어나는 사실에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고 성토했다.

이날 집회는 김용배(44, 노동자)시민의 '영동지역 1000인 선언문'을 낭독 후 200개 촛불로 어둔 밤하늘을 평화로운 세상까지 인도하듯 시내 중심가를 돌며 시민들에게 '반전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행진을 가졌다.

집회는 불상사 없이 1시간 동안 진행됐고, 내내 봄 날씨만큼이나 화창했다.

▲ 29일 '영동지역 반전평화연대' 회원 등 시민 200여명이 집회가 끝난 후 거리시위에 나서고 있다.
ⓒ 김경목
▲ 29일 '영동지역 반전평화연대' 회원 등 시민 200여명이 집회가 끝난 후 거리시위에 나서고 있다.
ⓒ 김경목
▲ 지역 노래패 중기골목(대표 이유정)이 <철망앞에서>를 합창하고 있다.
ⓒ 김경목
▲ '평화'의 불꽃이 하나씩 피어 오르고 있다.
ⓒ 김경목
▲ 이라크 어린이들도 엄마품이 그리울 것이다. 사진은 모자가 "우리는 평화를 사랑한다"고 구호를 외치는 모습이다.
ⓒ 김경목


이런 비도덕적인 사회에서... 무엇이 행복일까?
최경주(강릉여중 3)양의 '이라크 친구들에게 보내는 편지'

▲ 최경주양이 편지를 낭독하기 전 원고를 살펴보고 있다.(사진 왼쪽)
이라크에는 1200만 명의 아이들이 살고 있습니다. 바로 저와 같은 아이들이지요.
저는 죽음의 두려움과 가족의 생사를 알 수 없는 긴장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 않습니다.
단지 평화롭고 아름다운 도시 강릉에서 밝은 미래를 꿈꾸는 … 꿈 많은 소녀들 중의 한명일 뿐입니다.
하지만 맑은 눈망울과 순수한 마음을 지닌 연약한 이라크 아이들은 지금 미국의 최첨단 무기 앞에서 처참히 죽어가고 있습니다.
작은 마음에 간직했던 푸른 꿈을 펼쳐 보지도 못한 채… .
어른들은 전쟁을 평화를 위한 것이라 하지만 제 생각으로는 어른들의 이기심 때문에 생긴 전쟁의 댓가인 것 같습니다.
솔직히 저는 이 전쟁에 대해서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이 전쟁은 부도덕하며 우리나라가 그 전쟁에 참여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만은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오늘 벌어지는 이 시위가 옳지 않는 전쟁의 참여를 막는 한 가지 방법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불의의 전쟁에 참여하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것이기 때문에 이 전쟁을 반대합니다.
이 전쟁에서 지금도 죽어가고 있을 아이들을 위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작은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 밖에 할 수 없다는 저 자신이 너무나도 부끄럽습니다.

힘들고 지친 이라크 아이들에게.

친구들아 안녕!
나는 한국에서 살고 있는 너의 또래의 경주라고 해!
고요한 밤 어둠을 뚫고 큰 미사일들이 날아와 너희들이 살고 있는 곳을 무참히도 짓밟아 놓았지.
자기들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전쟁을 시작하여 놓고선 평화를 위한 전쟁이라며 떠들어 대고 있는 어른들이 부끄럽기 그지없어.
지구라는 아름다운 별에서 우리는 이렇게 전쟁을 하고 있는지….
행복해야하는 우리 지구촌 사회에서, 못사는 나라든 잘사는 나라든 서로 협력해야 하는 사회에서.
나는 이런 비도덕적인 사회에서 목숨이라도 건진 것을 행복으로 알아야 하는 걸까?
나는 이기적인 어른들에게 이렇게 외치고 싶어.
다시 태어난다면 지구라는 별에서 태어나기 싫다고!
공기도 없고 물도 없는 다른 행성이 더 좋겠다고.
그런 다른 행성에는 싸움만은 없지 않겠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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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강원정치 대표기자, 2024년 3월 창간한 강원 최초·유일의 정치전문웹진 www.gangwoninnews.com ▲18년간(2006~2023) 뉴시스 취재·사진기자 ▲2004년 오마이뉴스 총선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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