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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철 민주당 대표의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이, 그동안 '파병반대'를 주장하면서 "한국군의 이라크전 파병은 미국의 전쟁범죄행위에 함께 하는 전범국가가 되는 것"이라며 반전평화운동을 강력히 지지해온 국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 정대철 민주당 대표. 사진은 1일 오전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이라크 파병문제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갖는 장면.
ⓒ 오마이뉴스 이종호
정대철 민주당 대표는 4월 4일 국회에서 진행된 교섭단체대표 연설을 통해 "파병반대와 동의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다름의 문제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그동안 국회의 파병동의안 처리를 둘러싸고 전개되어 온 대립과 갈등의 의미를 심각하게 왜곡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비판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대철 대표의 이러한 발언은 "국민 여러분께서는 아직도 파병에 대해 찬반의 의견을 갖고 계실 것"이라며, "그러나 이제는 찬성이냐, 반대냐의 편을 가르기 보다는 앞으로의 문제를 함께 걱정하고 지혜를 모아주실 것을 호소한다"고 연설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정대철 대표의 연설을 그대로 수용할 경우 그동안 반전평화운동을 전개해 온 각계각층의 국민들이 전 세계인들과 더불어 왜 그토록 강력하게 '전쟁중단'과 '파병반대'를 외쳤는지를 설명할 수 없게 된다.

다만 어리석은 우리 국민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다름의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과도하게 받아들여 쓸데 없이 정력을 낭비한 것으로 치부할 수밖에 없게 될 뿐이다.

이미 미국의 일방적인 이라크침공에 대해 국민의 80% 정도가'석유와 패권을 위한 더러운 전쟁, 학살전쟁'이라는 진단에 동조하고 있으며, 전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도 비슷한 분포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을 전범국가로, 미국의 부시행정부를 처벌 대상으로 명확히 해야한다면서 유례없이 전세계적인 반전평화운동이 일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인식에 기반해 있다.

따라서 한국군의 이라크전파병동의의 문제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미국의 전쟁범죄행위에 한국이 공범국가로 동참할 것인가, 아니면 이를 거부할 것인가'하는 '옳고 그름'에 대한 선택의 문제이다.

한국군의 이라크전파병의 문제는 '무엇이 국익인가'라는 차원에서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지고 대립한 성격의 것이 전혀 아니다. 그러한 문제였다면 이렇게 격렬하게, 이렇게 광범위하게 '전쟁중단'과 '파병반대'를 외치면서 국회가 파병동의안을 거부해줄 것을 요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국 정대철 민주당 대표의 연설은 전세계인과 우리 후손들에게 결코 치욕스러운 전범국가로 낙인찍히지 않겠다는 우리 국민의 결연한 의지를 우롱한 것이다. 여당의 대표로서 과연 자격이 있는 것인지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이제 정대철 대표는 파렴치한 살인범을 도운 공범으로 하여금 자신의 범죄행위를 '무엇이 이익인가를 둘러싼 다름의 문제로 내면적 갈등을 하다가 행한 고뇌에 찬 선택'이었기 때문에 그것을 '옳고 그름의 문제로 봐서는 안 된다'고 항변할 수 있는 빌미를 결정적으로 준 셈이다. 정대철 대표는 이제 이러한 파렴치한 살인범의 항변에 대해 뭐라고 할 것인지 대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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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역사문화연구소에서 서울의 지역사를 연구하면서 동작구 지역운동에 참여하고 있으며, (사)인권도시연구소 이사장과 (사)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 이사를 맡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동작구 근현대 역사산책>(2022) <현충원 역사산책>(2022), <낭만과 전설의 동작구>(2015)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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