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서울YMCA가 18개월동안 조성한 비자금 총액은 2억8000여만원에 달했다.
서울YMCA가 18개월동안 조성한 비자금 총액은 2억8000여만원에 달했다. ⓒ 오마이뉴스 공희정
표용은 이사장 퇴진, 김윤식 회장 직무정지 등을 기점으로 수습 국면을 맞이했던 '서울 YMCA 사태'가 다시 한번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이번 사태의 쟁점이 됐던 '서울YMCA 비자금'의 존재가 특별감사 결과 사실로 확인됐지만, 이에 따른 후속 조치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오히려 이를 외부로 알린 내부 고발자들에 대한 징계가 논의되고 있는 것.

관련
기사
"YMCA가 CBS 쓰레기장이냐" 다시 재개된 서울Y 개혁 파문

지난 4월 3일 서울 YMCA(이하 서울Y)에 대한 특별 감사를 실시한 권오형, 한인수 감사는 기자회견을 갖고 '부외자금에 대한 감사결과'라는 제목의 3쪽짜리 자료를 공개했다.

이들은 감사 자료를 통해 "서울Y의 비자금은 존재했다"고 적시하면서 "2001년 3월1일부터 2002년 9월 30일까지 18개월 동안 조성된 비자금 총액은 2억 8600여 만원이며, 이중 김수규 전 회장과 김윤식 전 국장이 1억 8700여 만원, 권태근 전 국장은 8700여 만원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ADTOP3@
서울YMCA가 지난 3일 공개한 '비자금 감사 결과' 개요
서울YMCA가 지난 3일 공개한 '비자금 감사 결과' 개요 ⓒ 오마이뉴스 공희정
특히 이 비자금은 김수규 회장의 지시를 받은 권태근 전 국장이 김윤식 전 국장의 협조를 받아 각 관(부)장들에게 지시하여 부외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감사들은 밝혔다.

조성된 자금 중 1억 8700여 만원은 권태근 전 국장이 현금으로 김윤식 전 국장에게 월 1∼2회 정기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권태근 전 국장은 잔액 9800여 만원을 서울Y의 여러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김수규 전 회장의 명을 받아 집행하였다고 소명했지만 관련자료의 불비로 사용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서울Y 비자금 의혹은 지난해 10월 서울YMCA개혁과 재건을 위한 회원비상회의(이하 Y개혁·재건회의)측이 처음 제기한 지 6개월만에 감사를 통해 사실로 확인됐다.

내부 고발자 엄중 징계조치해야 한다고?

그러나 두 감사는 서울Y의 비자금 조성과 운용사실은 확인했지만 이번 감사의 가장 중요한 핵심사항이라고 할 수 있는 비자금 조성 경위나 목적, 사용처에 대해서는 밝혀내지 못했다.

특히 이들 감사들은 이사회 건의사항을 통해 이번 사태의 쟁점이 됐던 '서울Y 비자금 조성'을 외부로 알린 내부 고발자들에 대한 징계 조치도 요구했다.

@ADTOP5@
감사들은  건의사항을 통해 비자금 외부공개자 등에 대한 징계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감사들은 건의사항을 통해 비자금 외부공개자 등에 대한 징계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 오마이뉴스 공희정
"부외 자금을 조성하고 이를 사용한 행위는 YMCA의 설립정신과 100년 전통에 비추어볼 때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사실이며, 또한 이런 사실은 충분히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외부에 공개하여 YMCA의 100년 역사에 먹칠을 한 사실 또한 묵과할 수 없는 사항입니다. 따라서 관련자들에 대하여는 본회의 제반 규정에 따라 철저히 조사하여 엄중한 징계조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에 대해 Y개혁운동에 참여한 한 회원은 "YMCA개혁운동의 본질은 수십년간 훼손된 YMCA의 정체성과 의사결정구도를 회원에게 환원하는 것에 초점이 있었는데 표 이사장과 김윤식 회장이 물러난 것 이외에는 변한 것이 하나도 없다"면서 "아직도 모든 것의 배후에 여전히 표 이사장이 존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YMCA개혁운동에 앞장선 Y개혁·재건회의측 관련자들에 대한 탄압이 자행되고 있다"면서 "이번 감사들이 요구한 내부 고발자에 대한 징계건의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비난했다.

이와 관련 Y개혁·재건회의도 감사결과 발표 후 반박성명서를 통해 이번 감사가 비자금 조성과 관련된 본질적인 문제점을 규명하지 못한 채 형식적으로 흘렀으며, 내부 고발자 징계를 거론해 스스로 개혁대상임을 드러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특별감사는 비자금의 사용 용도에 대한 실체적인 규명을 외면하고 비자금이 흘러가는 비리의 사슬 전체를 규명하기보다는 비자금 조성과정에 연루된 특정인들의 행위에만 초점을 맞춤으로써, 비정상적으로 조성된 자금의 사용처 및 그러한 자금의 사용에 연루된 사람, 자금 사용목적의 정당성 등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월 20일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은 "비자금과 관련이 없다"고 부인했던 김윤식 전 국장
지난 1월 20일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은 "비자금과 관련이 없다"고 부인했던 김윤식 전 국장 ⓒ Ytimes
Y개혁·재건회의는 또 "서울YMCA의 비자금 문제에 대한 조사와 규명은 단순히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차원을 넘어서서 서울YMCA를 개혁하고 운동체로 재건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면서 "금번 감사는 비자금의 근본적인 조성 목적 및 사용처에 대한 규명에는 소홀하여 결과적으로 특정인의 비호에 주력하였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밝혔다.

Y개혁·재건회의 임건묵 사무국장은 "서울YMCA 이사회는 그 동안의 비리구조 전모를 드러내고 이를 개혁·청산하겠다는 의지를 결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서울Y를 개혁하겠다는 회원들의 소중한 뜻을 무시함으로써, 스스로가 개혁대상임을 분명히 하였다"고 지적했다.

임 국장은 이어 "현 이사회는 총회 결의사항인 헌장개정특위, 개혁특위, 여성특위의 구성도 계속 미루고 지연시키고 있다"면서 "적극적으로 개혁에 임하지 않을 경우 법적대응 등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해 서울YMCA 신임 박우승 이사장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내부고발자들에 대한 징계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YMCA가 새롭게 거듭나기 위해서는 과거에 연연해서는 안 되며, 신임 이사장이 된 만큼 비전을 제시하고 앞장서서 나간다면 분열된 YMCA도 새롭게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독교에서는 '개혁'이 아니라 새로 거듭난다는 '갱신'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며 "이제 YMCA는 초기 청교도 신앙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이사장은 또 Y개혁·재건회의 측이 제기하고 있는 3대 개혁과제 지연 논란에 대해 "3대 개혁과제는 지연된 것이 아니라 각 계의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느라 시간이 걸리는 것뿐"이라며 "3대 개혁과제는 물론 YMCA가 거듭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지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4월 3일 열린 서울YMCA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김수규 회장의 지시에 의해 비자금 조성됐음이 확인됐다.
지난 4월 3일 열린 서울YMCA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김수규 회장의 지시에 의해 비자금 조성됐음이 확인됐다. ⓒ Ytimes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불꽃같은 남자. 산소같은 미소가 아름답다. 공희정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기자단 단장을 맡고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