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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적의 도서관> 환영 플래카드
ⓒ 박희석
최근 한 연예오락 프로그램에서 도서관을 지어주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어 화제다. 일명 '기적의 도서관'이라고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OECD국가 중 도서관의 수와 도서구입비에서 모두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열악한 도서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민간단체와 방송국이 나서서 2003년 한 해 동안 어린이 전용 도서관을 지어주는 프로그램이다.

대구의 경우, 달서구 지역이 순천시, 금산군과 함께 1차 설립지역으로 선정되었지만 그동안 '대구지하철참사'로 침체된 지역민심을 고려, 다른 지역에 비해 촬영이 예정보다 미뤄진 상황이었다. 하지만 오후 2시 30분경 달서구가 제공한 공유지(상인동 806-1번지)에서 진행된 이날 촬영은, 주변 학교의 학생들뿐만 아니라 많은 동네주민들이 참여, 도서관 건립에 대한 많은 관심과 호응을 볼 수 있는 자리였다.

"우리동네에 어린이 도서관이 생겨서 너무 좋아요"

현장에 도착하자 초록색 교복을 입은 자그마한 초등학생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근처효성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이효민(12)양은 "친구들과 함께 특활활동을 하던 중 소문을 듣고 찾아왔다"고 말하며 "TV에서 다른 지역의 모습을 볼 때마다 많이 부러웠는데 우리동네에 기적의 도서관이 생겨서 너무 좋아요"라며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효민양의 친구들에게 '어떤 도서관이 지어졌으면 좋겠어요?'라고 묻자 여기저기서 많은 목소리들이 들렸다.

"재미있는 책이 많았으면 좋겠어요","도서관에 분수대가 있었으면 좋겠어요","만화책도 많이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쉴새없이 말을 꺼내놓는 아이들을 보며 웃음이 나왔다. 그러면서 "학교 도서실은 책도 재미없고 오래된 책밖에 없어요. 아직도 '-읍니다'라고 끝나는 책들도 많아요"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는 한편으로 우리 아이들의 열악한 문화환경도 느낄 수 있는 따끔한 말이었다.

▲ 특활활동 도중 소문을 듣고 찾아온 효성초등학교 아이들
ⓒ 박희석
가족들하고 함께 할 문화공간이 없다

일주일에 한번씩 도서관에서 자원봉사를 하고있다는 이상희(33)씨는 "개인적으로 도서관을 옆에서 지켜본 사람으로 신관장님이 15년간 도서관에 가졌던 열망과 열정이 좋은 결실을 맺는 것 같아 기쁘다"고 말하며 '단순히 달서구 한 지역의 도서관이 아닌 대구시민 모두가 이용하는 도서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기대감을 한껏 나타냈다. 하지만 한편으로 턱없이 부족한 문화시설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솔직히 대구같은 대도시에서 가족들과 함께 갈만한 곳이 대형쇼핑센터하고 패스트푸드점 정도예요. 문화적으로 가족들이 부담 없이 즐길만한 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에서, 이번 도서관 건립으로 많은 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문화시설 확충의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라며 지역의 많은 주부들이 먼저 인식하고 앞장서야 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타냈다.

▲ 전체전경
ⓒ 박희석
이날 대구MBC 아나운서 허경숙씨의 진행으로 촬영된 '기적의 도서관' 행사는 인기 개그맨 유재석씨와 김용만씨가 오지 않아 사인을 받으려고 몰려들었던 학생들이 아쉬워하는 모습이 보이기는 했지만 흥겨운 풍물패를 시작으로 주변학교의 학생들, 마을 주민들, 도서관 건립추진위원들, 달서구 관계자들이 참여하여 뜨거운 열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지자체와 지역민 모두 함께하는 도서관 되어야

이번 기적의 도서관이 대구지역에 선정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해낸 신남희(40)관장은 "대구지역의 기적의 도서관 선정은 다른 지역과는 달리 민간주도의 노력으로 선정된 유일한 경우"라며 "15년간 새벗 도서관이라는 민간도서관을 운영하며 체험했던 많은 어려움들을 알리고 지자체의 뒷받침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사실이 잘 드러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선정소감을 밝혔다. 그리고 앞으로도 도서관의 건립으로 끝이 나는 것이 아니라 사소하게는 기본적인 운영자교육, 도서관문화학교부터 전반적인 도서관의 운영, 유지까지 해나가야 할 많은 일들을 지자체와 지역민들이 함께 해나가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이번 대구에 건립되는 기적의 도서관을 전국에서 가장 멋진 도서관으로 만들겠다"라며 당찬의욕을 보인 신남희 관장은 "이번 도서관건립이 앞으로 대구 전역에 소규모 마을도서관들이 자리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만들겠다"라며 많은 지역민들의 참여와 관심을 부탁했다.

▲ 도서관건립의 주도적역할을 한 신남희 관장(오른쪽)
ⓒ 박희석

<기적의 도서관, 그 모습은?>

'2003년 9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있는 달서구 '기적의 도서관'은 이전의 공공도서관과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일 예정이다. 우선 대상이 미래의 꿈나무들인 어린아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어린이도서관'으로 지어지게 되며 기존의 딱딱한 독서실개념의 도서관이 아닌 시냇물이 흐르고 푹신한 의자가 있는 등 자연스럽게 책을 접할 수 있는 효율적인 공간배치와 구성이 이뤄질 계획이다. 도서관 설계는 '한-베 평화공원'을 설계한 정기용씨가 맡을 예정이다.

달서구청이 제공한 상인동(806-1번지) 공유지에 자리잡게 될 기적의 도서관은 지하철 월촌역과 청소년 수련원사이에 위치하여 앞으로 지하철 2호선 개통시 보다 많은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건물구조] (대지 157평, 건평 332평)
지하1층 - 주차장,시청각실
지상1층 - 유아열람실,이야기방
지상2층 - 어린이 열람실
지상3층 - 사무실

문의 : 새벗도서관(http://www.saebut.org) , 582-4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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