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영원히 극복할 수 없는 우리의 콤플렉스이고, '반미'란 우리 가슴 안에 남은 마지막 금기인가? 혈맹이자 세계 초강대국인 미국을 반대한다는 것은 과연 용서할 수 없는 일인가?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는 홍성태가 최근 출간한 <생각하는 한국인을 위한 반미교과서>(당대)는 우리를 옥죄는 아픈 물음에 대한 해답으로 읽힌다.
광화문 사거리 혹은, 시청 앞에서 미군철수와 한미행정협정의 개정을 목소리 높여 외치고, 촛불을 밝혀들면서도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은 반미다"하고 말할 수 없는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의 가슴 안에 자리한 뿌리 깊은 콤플렉스.
홍성태는 <반미교과서>를 통해 바로 이 한국인의 미국에 대한 열패감과 터무니없는 콤플렉스의 극복방안을 들려주고 있다. 지금까지의 반미가 수세적 반미정서 혹은, 반미운동이었다면 이제는 거기에서 벗어나 긍정적 반미 담론을 찾아가자는 것이다.
저자의 글을 더욱 돋보이게 해주는 건 웹진 '이미지프레스(www.imagepress.net)'의 편집장 노순택의 사진들이다. 노 편집장은 지난 몇 년간 무거운 카메라를 둘러메고 발로 뛰며 얻어낸 반미의 기록들을 이번 책을 위해 아낌없이 쏟아 부었다. 그의 사진은 글과는 또 다른 맛으로 독자들을 매혹한다. 그러나, 그 매혹은 슬프다.
숨겨진 미국의 이면을 들추다
- 백현락의 <발칙한 것들에게 똥침을 날려라>
"자기 나라 환경보호를 위해서는 EPA(환경보호청)에 독립된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면서, 우리 땅에 와서는 독극물을 무단방류하고, 공무원들이 2만원 이상 접대 받아도 뇌물수수라고 원칙대로 엄격하게 법집행을 하는 그들이 남의 땅에서는 무허가로 건물을 짓고 교통범칙금을 떼먹고 있다. 우리나라를 물로 보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일들이 가능한가?"
80년대 초반 미국으로 건너가 그곳에서 공부하고, 펜실베니아주에서 공인회계사 등으로 생활한 백현락이 번듯한 외형 속에 기이한 정신을 가진 나라 미국을 해부하는 책을 내놓았다.
<발칙한 것들에게 똥침을 날려라>(청아출판사). 그의 책 제목이 지목하고 있는 '발칙한 것'이란 재론의 여지없이 반성과 고민 없는 독선으로 세계 약소국의 지탄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미국일 터.
백현락은 12년의 미국생활 경험을 토대로 지난 94년 <미국분 미국인 미국놈>을 출간한 바 있다. 이번 책은 94년 저서의 개정판. 미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곳곳에 숨겨진 이면을 들추어낸 백현락은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남긴다.
"이번 책이 미국의 참모습과 감추어진 진실을 찾는 응급처치약이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다시는 삼천리 금수강산에 나그네와 머슴은 없고 주인들만 사는 나라가 되기를 진정으로 빌어본다."
미국이 땅을 제공하라면 땅을 제공하고, 군인을 보내라면 군인을 보내는 나라에 사는 사람들 가슴이 뜨끔해진다. 머슴이 아닌 주인으로 행세할 날이 그 나라 사람들에게도 올까?
가난이 아이들을 주눅들게 할 수 있을까?
- 이희재의 만화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가난한 아이들에게는 꿈도 희망도 없는 것일까? 실업자 아버지와 여공(女工)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제제는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쓸쓸하고, 빈한한 삶을 살 수밖에 없을까?
최근 출간된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청년사)는 바스콘셀로스의의 원작을 만화가 이희재가 만화로 재창조한 것이다. 브라질 빈민촌에서 가난하고 외롭게 살고있는 제제는 이희재의 따뜻하고, 온화한 그림 속에서 새로운 인물로 재창조되었다.
몇 푼의 돈과 알량한 동정으로는 결코 무너뜨릴 수 없는 아이들의 꿈. 이희재가 만화로 재창조한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와 책의 주인공 제제는 결핍 속에서도 무럭무럭 자라는 아름다운 꿈, 그 꿈의 아름다움을 과장 없는 담담한 시선으로 보여준다.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그 속에 자신만의 선과 터치를 담아낸 이희재는 한국 만화계에서 손꼽히는 리얼리스트. 그의 그림 속에 살아 숨쉬는 캐릭터들은 빈곤의 한국 70년대를 담아냈고, 이제는 그 폭을 넓혀 가난한 남미 아이들에게까지 "함께 가자"며 손을 내밀고 있다.
원작을 읽은 사람들에게는 다시 한번의 감동을, 읽지 못한 이들에게는 '가난 속에 숨어있는 아름다운 삶의 모습'을 새삼 가르칠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그 맑고 큰 눈 속에 슬픔과 희열을 동시에 담고있는 제제를 만날 수 있다는 것, 그 꼬마를 생생한 실체로 그려낼 수 있는 이희재를 가졌다는 건 동시대를 사는 우리들의 행복임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