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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접기' 조병수 목사는 3년째 제천병원에서 환자들과 함께 호흡하며 종이접기 자원봉사를 통해 작은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 정홍철
충북 제천시 장락동의 한 목사가 3년째 정신병원 환자들과 종이접기를 통해 사랑을 나누고 있어 잔잔한 감동을 전해준다. 주인공은 바로 조병수 목사(41·작은자교회).

조 목사는 3년째 매주 금요일 오후 2시 제천정신병원에서 희망자들을 대상으로 종이접기를 하는데 수강생이 무려 60명 남짓하여 그 인기를 체감할 수 있었다.

오후 1시 40분 조 목사와 만나 차를 타고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정신병원으로 향했다. 내리는 빗방울이 더욱 굵어져 와이퍼를 작동해야할 정도였다.

▲ 종이접기에 여념이 없는 조 목사. 수강을 희망한 환자들은 무려 60여명이 넘는다.
ⓒ 정홍철
교육장에 도착해 보니 벌써 60여 명의 환자들이 반가운 목소리로 조 목사를 반겼다. 조 목사와 수강생들은 서로 안부를 물으며 종이접기에 들어갔다. 4개의 탁자에 둘러앉은 수강생들은 재료를 나눠주는 순간부터 긴장하고 있었다.

3년째 조 목사와 함께 종이접기를 해 온 일부 수강생들은 실력이 수준급이라고 한다. 사무실 벽면에 걸려 있는 액자 속의 대나무는 종이로 만들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멋진 작품이었다.

재료를 나누어주고 조 목사와 수강생들의 종이접기는 시작됐다. 사각, 삼각 접기 등을 거쳐 작은 꽃잎 5개를 접는 다음 이것들을 갈색의 주름종이에 풀칠하는 것이 오늘의 주제이다.

숙달된 솜씨로 상당히 빠른 속도를 보이는 수강생들도 많았으며, 주위의 동료들이 막히는 부분에서 도와주는 모습도 많이 보였다. 또한 막히는 부분에서 어쩔 줄 몰라하며 조 목사를 찾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었다. 그때면 그는 달려가 차근차근 다시 설명해 준다.

작은 꽃잎을 접기 위해 가늘게 떨리는 손끝으로 종이 모서리를 가지런히 맞추는 모습에서 집중하는 수강생들이 너무도 진지해 보였다.

몇몇 수강생들은 종이접기가 끝나고 병실에 돌아가서도 취미생활로 접은 작품들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실제로 그들은 종이접기 시간 내내 주위의 동료들을 도와주는 것을 더욱더 보람있고 즐거워하는 모습이었다.

▲ 종이접기에 열중인 수강생
ⓒ 정홍철
탁자 위에는 어느덧 하나둘 완성품들이 올려지지 시작했으며 수강생들의 얼굴에는 밝은 미소들로 가득 찼다. 저 마다 흐믓해 하며 동료의 작품과 하나로 합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1시간 30분 동안의 종이접기 시간이 어느새 지나버렸다.

조 목사와 인사를 나눈 수강생들은 돌아서는 조 목사의 뒤편에 서서 못내 아쉬운 표정으로 다음주를 기약했다.

사탕 세 개의 선물

어느 날 조 목사가 종이접기를 하고 있는데, 옆 고급반에서 종이접기를 하는 아주머니 한 분이 건너오더니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가 빼고 가는 느낌이 있었다고. 종이접기에 열중했던 조 목사는 주머니를 확인해 볼 겨를도 없었다.

다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주머니에 손을 넣어 보았더니 사탕 세 개가 들어 있었다. 어느 날엔 간식으로 주어진 우유를 먹지 않고 고스란히 건네준 환자가 있었는데 “대부분 남자 환자들보다 증세가 심하지만 마음이 약하고 착한 여자일 것 같다”고 조 목사는 말한다.

▲ 1시간 30분 동안 정성스레 접고 풀로 붙여 하나의 꽃 줄기가 완성되었다.
ⓒ 정홍철
작은 바람들

실제 밖에서 만났던 사람들,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들도 많다는데 별 것 아닌 일로도 짜증내고 한편으로는 별 것 아닌 일로 감사해 하고 환한 웃음 짓는 사람들, 조 목사는 그런 그들이 남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종이접기를 끝내고 올 때면 왠지 모를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가득 남는다”고 한다.

조 목사는 “어떠한 연유로 인해 그네들이 그와 같은 처지에 이르게 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내 작은 나눔으로 그들의 마음속 상처에 위로가 되고 그들이 정상인으로 회복되어 가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음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고 한다.

춘삼월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어느 날 조 목사는 정신병원에서 종이접기를 끝내고 나오는데 여자 환자로부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를 받았다.

상태가 중한 환자가 아니라 정상인과 다름없는 환자인지라 장난인줄은 알면서도 "네! 갑자기 왠 새해 복은요?"라고 하니 "정신병원이니까요"라는 대답을 하기에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인사했더니 모두를 까르르 하고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기도.

나그네 인생길 같이 걷는 기쁨

홀로 가기엔 지치고 힘든 길이기에 함께 동행하며 때로는 등 기대거나 손 붙잡아 일으켜 줄 수 있는 따뜻한 이웃을 만나고 싶다는 조 목사. 혼자라는 절망감보다는 같이 걷는 기쁨만으로도 보다 아름답고 행복한 세상을 맛보며 살고 싶다고.

맞춰 가는 인생

“내게 꼭 들어맞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겁니다. 요즘 문제시되는 복제인간이라도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네요. 서로 맞지 않아 삐그덕 거리기도 하고 완전히 부서질 것 같은 소리도 나지만 서로 조금씩 물리고 당기고 하면서 맞추어 가야 하는 우리네 인생입니다.”

작은 나눔의 아름다운 사람들

언제나 좋은 이웃

기쁜 일이 있는 집엔
더욱 큰 기쁨으로
슬픈 일이 있는 집엔
위로와 용기로

언제 어디를 방문하든
모든 사람이
감사함으로 반길 수 있는
언제나 좋은 이웃이 되십시오.

언제든 마음 넉넉하고
아름다운 마음씨가 있는
오늘 당신의 삶이
모두 함께 살맛나는 세상을
살게 합니다. / 조병수
조 목사는 "작은 것이라도 나누며 이웃과 함께 발맞추어 가기를 원하는 사람들 그들은 분명 아름다운 사람들입니다. 거짓이 없고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도 우리의 이웃이지요”라 말하며 매주 함께 할 자원 봉사자를 모집하고 있다.

종이접기나 십자수를 조금만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가능하며 고급반을 지도해 줄 자원봉사자가 있다면 더욱 좋겠다고.

조 목사는 "증세가 심해져 종이접기에 나오지 못하는 환자들을 볼 때면 마음이 아프다”고 하며 “모두들 무거운 짐 다 덜어내고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참 웃음을 볼 수 있는 날이 속히 오면 좋을텐데…”라는 작은 바람을 가슴에 안은 채 그의 ‘사랑접기’는 다음주에도 그 다음주에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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