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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경국
"어데가노?" "가게에요."
"머 사먹을라꼬." "아직 몰라예."
"돈은 얼마나 있는데." "오백원 있는데예."
"오백원짜리 머 맛있는거 있나. 사가꼬 나와서 아저씨랑 갈라 묵자."
"친구랑 나눠먹어야 되예"

마을에 단 하나밖에 없는 가게에 친구와 함께 주전부리하러 갑니다. 친구를 뒤에 태우고 땀을 뻘뻘 흘리며 자전거 페달을 밟는 아이의 얼굴엔 즐거움이 넘칩니다. 무엇을 사먹을 것인지 오면서 한참 의논을 했겠지만 역시 가게에 들어가 봐야 결정이 날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사진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두 친구 모두 엉뚱한 곳으로 눈이 가 있군요.

셈을 치르고 봉지를 뜯을 때 보다 무얼 먹을 건지 생각하는 동안이 더 신이 나는 법입니다. 철따라 군것질 거리가 지천으로 널린 시골이지만 아이들은 과자 한 봉지 손에 쥐는 것이 더 즐겁습니다. 그것도 친구와 함께 나눠먹는 과자는 더 고소합니다.

손금에 까만 때가 낄 정도로 꽉 쥐고 있던 소중한 오백 원과 바꾼 과자봉지를 들고 가게문을 나서는 아이들의 모습은 세상을 다 가진 듯 보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도시 아이들처럼 과자를 자주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돈이 있어도 가게까지 오려면 먼길 다리품을 팔아야 합니다. 함께 고생하며(?) 왔으니 과자를 나눠먹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 조경국
군것질 거리가 귀했던 초등학교 시절 가장 인기 있었던 과자는 양이 보통과자보다 거의 두 배였던 '사또밥'과 사이좋게 반으로 나눌 수 있었던 '쌍쌍바'였습니다.

정말 가뭄에 콩 나듯 과자를 사먹을 수 있었기에 무엇이라도 하나를 사면 친구들과 나눠먹어야 했습니다. 한 친구가 가게를 가면 몇 명이 따라 붙기 마련이었는데 조금이라도 나눠먹기 위해선 맛보다는 양이 먼저였던 기억이 납니다. 특히 더운 여름날 친구와 함께 50원씩 돈을 모아 쌍쌍바를 사서 반씩 갈라 입에 물고 집으로 향했던 일도 이젠 아득합니다.

그땐 모두가 부족했기 때문에 무엇이든 나누는 것에 인색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용돈이 넉넉하고 군것질 거리가 많았다면 친구들끼리 나눠먹을 필요도 없었을 테니까요. 요즘 아이들은 풍족한 환경 속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친구들과 나눠 쓰는 마음을 오히려 잃고 있는 건 아닐까요.

어떤 것이나 차고 넘치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에게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면 주위의 불행을 돌아보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자신에게 부족한 것이 있다면 다른 사람들의 모자람도 이해해 줄 수 있는 마음이 생깁니다.

아이들에게 무조건 채워주기 보다는 부족함을 알게 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그럼 자연스럽게 왕따나 학교폭력도 자연스럽게 사라지지 않을까요. 활짝 웃는 얼굴로 사이좋게 어깨동무했던 사진 속 아이들을 보며 모자란 것이 넘치는 것 보다 낫다는 생각이 저도 모르게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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