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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기발랄하고 꿈에 부풀어 있어야 할 청소년들에게 꿈을 앗아간 경쟁교육은 교실이 사랑과 웃음이 아닌 경쟁과 피로가 쌓인 교실이 된 지 오랩니다. 여학교에 근무하면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시 한편을 읽어 줄 여유도 없이 살아야하는 것이 인문계 학교의 현실입니다.

시가 다 뭡니까? 교과진도는 일찌감치 1,2학년 때 다 떼고 문제집을 들고 들어가, 자는 아이들 깨워가며 문제를 풀어주면서 내가 선생인지 강사인지 헷갈리는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필자는 오늘 아침 <오마이뉴스>를 읽다가 너무 놀라서 제 눈을 다 의심했습니다. 새정부가 들어서고 교육개혁의 절박성에 비추어 고르고 고른 교육부장관의 입에서 나온 말치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전교조의 반전교육과 관련해 대통령께 보고한 개혁장관의 조치로서는 너무나 어이가 없었습니다.

전교조의 반전교육 이후 조치사항 및 향후계획으로 '△계기교육 등을 실시하고자 할 경우 학교장의 승인 후 실시 △한·미 관계 관련 교수·학습자료 및 교사용 참고자료 배포 △전교조에 교육의 중립성을 훼손하는 '공동수업' 자제 강력 촉구 △교육의 중립성을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 엄중 조치' 등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어렵게 임명된 교육부장관이 언제 '교육개혁안을 발표할까' 일각이 여삼추로 기다리고 있는 것이 일선 교사들의 한결같은 바람입니다. 아니 교사들뿐만 아니라 '선생님! 집에 다녀오겠습니다'하는 현실을 사는 수험생들과 1천만 학부모들의 한결같은 기다림일 것입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5, 6공 시대에나 나올 법한 전가의 보도를 꺼내놓으시다니...

필자뿐만 아니라 교육부장관에 기대를 하고 있던 선생님들이 하나같이 자신의 눈을 의심했을 것입니다. 장관님도 어제같이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교육의 수장을 맡으신 게 아닙니까? 설마 그 아이들의 기대를 외면하실 생각은 아니시겠지요?

자는 아이들을 깨워 시험문제를 풀이해주는 선생님들의 자괴감을 모른다고 외면하시지는 않으시겠지요? 아니 선생님들에 대한 배려보다 어떻게 교육부장관으로 교육과정을 부인하는 말씀을 하실 수가 있습니까?

'계기교육 등을 실시하고자 할 경우 학교장의 승인 후 실시'하라고요? '교육의 중립성을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 엄중 조치'를 하겠다고요? 장관님은 일선 학교의 교사들을 5, 6공시대의 독재자처럼 순치의 대상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잘못된 입시제도지만 그래도 학생들이 자기 생각을 갖게 할 수 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논술이나 면접준비조차 하지 말라는 겁니까?

고등학교 사회교과서에 '사회적 쟁점'이나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NIE교육을 하고 있다는 말도 들어보신 일이 없습니까? 그런 장관의 모습을 보고 교육관료들이 장관을 왕따시키고 있는 게 아닙니까? 오죽하면 강금실 법무부 장관이 "참여정부의 정신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까지 했겠습니까?

교사들을 불신하고 통제와 교화의 대상이라고 생각한다면 개혁하실 생각은 마십시오. 아직도 일선학교에는 절대다수의 선생님들이 새벽같이 일어나 꿈이 없는 교실에 희망을 심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습니다. 전에도 그랬지요. 북한에 대해 나쁜 것을 가르치면 애국자가 되고 북한의 좋은 점을 말하면 이적찬양고무죄가 된다고...

미국의 좋은 점을 말하면 애국이고 미국의 나쁜 점을 말하면 '반미'가 됩니까? 그런 막힌 시각으로 '시비를 가릴 줄 아는 사람을 어떻게 키웁니까? '비판을 수용하는 사회가 건전한 사회라는 것'을 어떻게 가르칩니까?

초·중학생들에게 가치교육을 시키는 선생님들은 전문가들입니다. 중·고등학생들에게 교사들의 일방적인 논리로 설득을 시키거나 편향된 생각을 주입시키면 먹혀들 것이라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지금은 국무회의에서 말싸움이나 하고 있을 태평시대가 아닙니다.

꿈이 사라진 교실에 꿈을 찾아주는 일이 급합니다. 교장이 교사들의 수업을 일일이 감독해 교실을 지키겠다는 발상은 교사들의 자율권을 침해하는 교권유린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보기 힘든 얼굴은 실의에 빠져 좌절하고 있는 사람의 모습입니다. 청순하고 발랄한 청소년들에게 꿈을 되찾아주는 일이 장관이 해야할 가장 급한 일입니다. 노력하면 된다는 가능성과 희망을 찾아주는 일이 교육개혁의 시작이라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분명한 사실은 지금처럼 하시면 장관님이 취임사에서 우려했던 '뺑뺑이 돌리기'를 당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장관의 자리에 연연하시면서 교육개혁 하실 생각일랑 마십시오. 분명한 사실은 교육개혁은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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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의 참교육이야기(http://chamstory.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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