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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난 4월 12일, <오마이뉴스>에 에바다 학교 박미애 학생의 편지를 소개했습니다("대통령 아저씨, 에바다 해결해 주세요" 기사 참조). 그가 노무현 대통령께 보냈던 편지를 소개한 기사를 많은 분들이 보고, 좋은 의견들을 주셨습니다. 여러분들의 그런 관심과 뜨거운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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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아저씨, 에바다 해결해주세요"

그러나, 아직 박미애 학생은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답장을 받지 못했습니다. 아니, 편지 답장은 못 받더라도 에바다 문제 해결을 위해 대통령이 관심 갖고 나섰다는 얘기도, 어떤 지시를 하였다는 소식도 듣지 못하였습니다. 에바다 학교의 박미애 학생이 얼마나 간절하게, 또 힘들게 쓴 편지인데, 그의 호소는 아직은 대답없는 메아리일 뿐입니다.

아직 답장 받지 못한 박미애 학생

'노무현 대통령 아저씨께. 에바다 문제 해결해주세요'라는 편지를 쓴 박미애 학생
'노무현 대통령 아저씨께. 에바다 문제 해결해주세요'라는 편지를 쓴 박미애 학생 ⓒ 박신용철
그런 중에 다시 에바다 학교의 학생들 여섯이 폭행 당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지난 4월 27일 일요일이었지요. 미애와 같이 해아래집에서 생활하는 세 명의 여학생들은 교회를 다녀오다가 오산에 볼일을 보러 갔습니다.

그 곳에서 학교 졸업한 선배인 최아무개에게 폭행을 당했고, 최아무개는 여학생 중 1명의 핸드폰으로 최근에 농아원에서 해아래집으로 옮겨와 생활하는 남자 아이들을 불러냈습니다. 그렇게 불려나온 아이들 셋이 다시 최아무개라는 선배에게 폭행을 당하다 소식을 듣고 달려 온 해아래집 선배들에 의해 풀려날 수 있었습니다. 그중 1명은 전치 3주, 다른 1명은 전치 2주의 부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그 일이 있기 2주 전인 4월 13일, 이날도 일요일이었습니다. 최근에 농아원에서 해아래집으로 옮겨와 생활하며 학교에 다니던 한 남학생을 마찬가지로 농아원에서 생활하는 졸업생 2명이 폭행하고, 농아원으로 강제로 끌고 갔습니다. 끌려갔던 그 학생은 밤중에 농아원을 탈출하였다가 혼자 3시간 넘게 이모집으로 피신하기도 하였습니다. 2주 동안 이렇게 농아원에서 생활하는 학교 선배들에 의해 폭력사태가 저질러졌습니다.

이런 폭력 사태는 다른 학교에서는 아주 큰 문제일 수 있지만, 에바다에서는 일상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언제까지 이런 폭력사태가 일어나야 하는지,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 이런 상황은 언제까지 지속되어야 하는지 답답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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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바다 학생들 또 폭행 당해

지난번 기사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에바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수업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학교 정문이 막혀 있기 때문이고, 학교에 들어가서 수업을 하면 다시 교사들에 대한 폭행 사건이 일어나고, 기물을 파손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법원의 가처분 결정은 이미 휴지 조각이 되어버린 지 오래입니다. 분명 법원에서는 현재 농아원을 근거지로 농아원과 학교 정문을 가로막고 있는 사람들이 불법을 저지르고 있으며, 그들은 시설에 출입할 수 없다고 명시하였음에도, 이사들과 시설장들이 농아원과 학교에 자유로이 들어가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농아원은 불법세력들이 점거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학교를 졸업한 졸업생들은 농아원에 기숙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취업도 막으면서까지 졸업생들을 붙들어 두고 있습니다. 농아원에는 이미 이사회로부터 해고 통지를 받은 직원들이 후배 졸업생과 농아원생들을 통제하면서 불법, 무법지대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아직도 농아원생들은 선배들의 폭력에 신음하고 있습니다.

농아원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은 수업을 받고 싶어도 그들을 가로막는 해고된 직원들과 졸업생 때문에 통학버스를 타러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폭력에는 폭력으로 맞서야 하는 겁니까? 노동자들의 파업 현장에는 불법, 합법 가리지 않고 마구 들어가 노동자들을 연행했던 경찰은 어찌된 일인지 에바다에서는 중립만을 강조합니다.

결과는 어떻습니까? 청각장애아들이 복지서비스를 받아야 할 농아원이 불법과 폭력의 온상이 되었고, 한 울타리에 있는 학교에서는 수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불법세력을 퇴거해달라는 이사회와 학교장, 농아원장의 요구는 묵살당하기 일쑤였고, 농아원생들은 이제는 수업을 받고 싶어도 받지 못하고 깡패처럼 난폭해져만 갑니다.

휴지조각이 돼버린 법원의 결정문

지난번 박미애 학생은 대통령께 편지를 쓰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모든 것이 법적으로 해결이 되었다고 하니, 대통령께서 관심만 가져주셔도 저희들이 학교에 들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정의가 이기게 해주세요. 바르게 살면 힘들고 어려울 때도 많지만 끝내 기쁨의 날이 온다는 걸 믿고 살 수 있게 해주세요. 그리고 폭행을 휘두르던 농아원 친구들이나 구재단 사람들도 그렇게 나쁜 짓을 하면 언젠가는 후회하게 된다는 것도 알게 해주세요."

위에서 보았듯이 합법적인 이사회의 불법세력에 대한 퇴거가처분 신청에 대해 법원이 이를 인정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미 법적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말이 틀릴 리 없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에바다와 같은 작은 시설에서의 문제 하나 해결하지 못하고, 어떻게 정의를 말할 수 있습니까?

"정의가 이기게 해 달라"는 한 청각장애 학생의 호소를 우리는, 그리고 정부는 언제까지 외면해야 하는 것입니까?

저는 그래서 에바다복지회 이사들의 동의를 얻어 여러분에게 호소합니다. 7년째 끌어온 에바다 이대로 더 이상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고, 정부가 나서고, 대통령이 나서서 에바다 문제 해결하라고 여러분들이 편지 한 통씩만 써 달라는 것입니다. 그럼, 에바다 문제는 조만간 해결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대통령에게 편지쓰기 운동을 제안드립니다.

대통령에게 편지 한 통씩

앞에서 에바다 이사들의 동의를 얻었다고 했지만,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에바다 이사들이 누구인지 궁금하실 것입니다. 에바다 이사회는 지난 2001년 8월에 이른바 민주적 인사들로 대폭 교체되었습니다.

그래서 민변 소속으로 각종 인권운동에 함께 해왔던 김칠준, 이찬진 변호사와 진보적인 학자로 한신대에서 사회복지학을 강의하고 있는 남구현 교수, 민주노동당 활동과 미군기지 철수 운동을 전개해온 김용한 박사, 장애인이동권연대 대표로 많이 알려진 박경석 교장, 송탄 지역에서 목회활동을 하고 있는 우철영 목사 등이 이사로 있고, 거기에 지역에서 치과병원을 운영하면서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활동을 하는 윤귀성 치과의사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습니다.

제가 말석으로 참여하고 있고요. 물론 이사회에는 옛날 재단 이사들도 4명이 있지만, 이들은 거의 이사회의 회의나 활동에도 참여하지 않고 있어 에바다 이사회는 민주적 이사진이 실질적으로 대표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에바다이사회 이사들의 면면을 보면 아시겠지만, 사회복지법인의 이사 자리가 탐나서 시설의 운영권이 탐나서 이사를 하는 사람들은 민주적 이사들 속에는 없습니다. 도리어 에바다가 정상화되면 빨리 이사 자리 내놓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들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워낙 많은 일들을 하는 이사들인지라 에바다 정상화를 위해 기꺼이 희생을 마다않고 참여는 하고 있지만, 에바다가 정상적인 운영만 된다면 미련 없이 이사 자리를 놓을 사람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우리 이사들은 그 동안 에바다 정상화를 위한 연대활동을 전개해오다 시설비리의 대표적인 온상인 에바다를 대한민국에서 가장 모범적인 시설로 만들겠다는 각오로 이사회에 참여했고, 지금껏 폭행을 당하면서도 버텨오고 있습니다.

이런 이사들의 이름으로, 그들의 지금까지 전개해왔던 인권활동과 그들의 명예를 걸고 여러분께 호소드립니다. 이번에는 폭력사태에 희생되어온 에바다의 학생들이 맘 놓고 학교에 들어가 수업받을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아주십시오.

정의가 이긴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학생들이 학교에서 수업을 받아야 한다는 것, 학교든 농아원이든 폭력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 법이 공정하게 집행되어야 한다는 것, 이런 상식에 속하는 정의조차 에바다 학생들과 교사들은 볼 수 없었습니다. 7년째 정의가 사라지고, 법이 멈춰버린 농아원 정문 앞에서 번번이 좌절해야 했던 에바다 학생들의 염원을 저는 저버릴 수 없습니다.

여러분들을 믿습니다. 우리 사회에 상식과 양심이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 주십시오. 미선이, 효순이의 죽음 앞에서 촛불을 밝혔던 그 양심으로, 이라크 어린이들의 죽음 앞에서 흘렸던 그 눈물의 순수함으로 이제 에바다 해결을 위해 정의로운 운동에 힘을 보태주십시오.

더 이상 사회복지라는 미명 하에 시설장이 시설 재산을 사유화하고, 온갖 비리로 자신의 재산을 늘리는 일은 없어야 하고, 시설장과 유착된 공무원들이 불법에 동조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미애가 바라는 "정의가 이긴다"는 걸 꼭 보여줍시다. 대통령이 관심만 가지면 될 것이라는 미애한테 대통령이 에바다 문제 해결하겠다는 답장이 갈 수 있도록 합시다. 대통령이 집무하는 책상 위에 전국에서 날아온 양심의 편지가 쌓일 수 있도록 합시다.

여러분을 믿습니다. 정의가 이긴다는 상식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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