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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비하면 떠오르는 것이 지나친 부모의 교육열이라고 생각한다.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공교육만으로는 경쟁에서 뒤떨어질 것 같은 불안감이나 특정 학교가 주는 사회적 이득 때문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고액과외도 주저하지 않는다.

초등학교 5학년인 현오는 정신지체 아동이다. 일반학교의 특수학급을 다니고 있지만 현오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방과후 각종 치료 프로그램을 받고 있다. 월·목 - 언어치료, 화·금 - 방과후 교육, 수 - 모래놀이, 토 - 장애아 수영교실. 이렇듯 현오는 매일 다양한 치료 프로그램을 받고 있다.

복지관 치료 프로그램 2-3년 기다려야

ⓒ 이철용
정신지체 아동들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정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월 200만원 이상이 소요된다. 현재 정신지체 아동을 위한 치료 프로그램은 언어교육, 심리치료, 음악치료, 미술치료, 놀이치료, 사회성치료, 장애아 스포츠 등 다양하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한 주에 2회 정도 하는데 보통 2-30만원이다. 유명 병원이나 인가 사설 교육기관은 상상 이상의 비용이다.

물론 복지관 등에서 50% 정도의 저렴한 가격에 치료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복지관에서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보통 2-3년 정도 대기를 해야 한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너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설령 복지관에서 치료를 받더라도 규정 때문에 1년 이상을 넘기지 못한다.

현오는 현재 사설 기관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물론 복지관에 대기자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초등학교 5학년인 현오에게 2-3년을 기다리라니. 정신지체 아동들은 지속적으로 교육을 시키지 않고 중단하면 그간 시키던 교육이 물거품이 된다. 때문에 비싼 사설기관을 찾는다.

그러나 현오네는 형편상 그럴 수가 없다. 회사원 아버지의 월급으로 중학교 3학년인 형 관오를 가르치는 것도 빠듯한데 그렇다고 현오를 포기할 순 없고. 생활이 말이 아니다. 때문에 종종 치료를 중단하기도 했다.

저축, 꿈도 꾸지 못합니다. 정부가 보험적용 해야...

▲ 현오의 어머니 김환희 씨
ⓒ 이철용
현오 엄마 김환희(43)씨는 현오가 치료를 받을 때와 받지 못할 때의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치료를 중단했을 때의 심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한다. 남들처럼 직장을 갖고 싶어도 할 수 없고 그야말로 현오와 엄마는 일심동체가 되어 하루 24시간을 보내고 있다. 학교에 가고 방과 후 치료도 항상 동행한다. 엄마의 개인 생활은 포기한지 이미 오래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멈출 수 없는 일이다.

이러한 사정은 정신지체 아동을 둔 대부분의 가정이 마찬가지다. 때문에 현오네는 저축은 꿈도 꾸지 못한다. 오히려 늘어나는 것은 빚뿐이다. 반지하 전세방을 벗어난다는 것은 꿈에서나 가능할 것이다. 장애아동의 부모들은 이것도 하나의 질병인데 왜 의료보험 적용을 해주지 않는가 하소연이다.

서울시그룹홈지원센터의 유병주 소장은 "외국의 경우 의사의 소견만 있으면 보험 적용을 받는데 한국은 전혀 보험적용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사교육비로 지출이 되어야 하는 형편"이라고 말한다. 때문에 장애아동의 가정은 이중 삼중의 고통을 받고 있다.

이상적이라고 말하는 통합교육도 그 속을 들여다 보면 걱정스러운 점이 많다. 대부분 초등학교 중심이고 중고등학교에서는 특수학급이 설치된 학교는 극소수다. 그러나 통합교육의 문제는 학교의 숫자의 문제만이 아니다.

장애아동은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교육의 대상입니다.

ⓒ 이철용
특수학급의 교사들이 많은 학교에서 특수교육 전공자가 아니다보니 장애아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장애아동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부족한 교사들은 장애아동들을 교육의 대상이라기보다 보호의 대상으로 조용히 잘 지내다 가는 것을 다행스럽게 여기기도 한다.

때문에 적정한 교육을 받게 되면 나아질 수도 있는데 교사에 따라 차이가 크다. 그렇다고 장애 아동 부모가 특별히 요구를 하기는 불가능하다. 혹시 장애아동이 어떤 불이익을 당할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관인 시설이 아닌 일부 사설기관들은 특수교육을 전공하지 않은 교사들이 지도하기도 한다. 그렇다보니 교육의 질에 대한 불신이 높아만 간다. 때문에 장애아동의 부모들은 24시간 걱정이 떠나질 않는다. 정신지체 장애아동의 경우 하루 학교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집에 와서 말할 능력이 없다. 때문에 학교에서 무엇을 가르쳤는지에 대한 자세한 안내가 필요한데 많은 곳에서 이러한 배려가 아쉽다.

가정의 달, 가정의 소중함과 기쁨이 넘치는 지금도 장애아동의 가정은 슬픔과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어디를 가든지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한다"는 현오 엄마의 말은 장애 가정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를 단적으로 말해 준다. 부디 정부와 교육당국의 장애아동에 발상의 전환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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