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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렁이는 자가용 행렬
술렁이는 자가용 행렬 ⓒ 김강임
"그곳에 가면 나도 드라마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바다 끝 마을에 정말 수녀원이 있을까" 라는 환상은 아마 제주바다를 동경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꿈 꿔 볼만한 여행이기도 하다.

사실 드라마가 소개되기 전까지만 해도 섭지코지는 세상 사람들에게 묻혀진 한적한 해안마을에 불과 했다. 탁 트인 바다, 파란 하늘. 쪽빛바다. 한눈에 보이는 성산 일출봉과 한라산. 섭지코지에서 보이는 세상은 바다 뿐이었다.

협자연대 모습
협자연대 모습 ⓒ 김강임
4년 전 내가 섭지코지에 있는 '협자연대' 유적지를 답사를 했을 때만 해도 섭지코지는 전설 속의 '선돌'과 '하얀 등대'가 신화처럼 코지를 지키고 있었다.

바다 코끝이라서 그런지 유난히 바람이 많은 섭지코지 언덕에 올라서면 상큼한 바다냄새가 코끝을 스미고 언덕의 파란 잔디 위에 앉아 잠시 일상을 탈피하여 여유를 즐기곤 했다.

특히 벼랑끝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피어있는 이름 모를 들꽃은 거친 바닷바람을 맞으면서도 가장 먼저 계절을 알렸다. 그리고 그 이름 모를 들꽃은 멀리서 구경온 사람들을 수줍은듯 반겨 주었다.

그때만 해도 섭지코지에서 가장 관심을 끌었던 곳은 돌로 쌓은 높이 4m. 가로 세로 9m 정방형의 협자연대로 불을 지펴 외적의 침입을 감시하고 알리는데 역할을 했으며, 방어 유적지로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학생들의 견학장소로 알려졌다.

외로이 떠있는 하얀 등대
외로이 떠있는 하얀 등대 ⓒ 김강임
연대에서 동북 방향에서 보이는 붉은 색 화산재 오름. 높은 계단을 밟고 올라서면 오름 끝에는 하얀 등대가 서 있고 등대 난간에 올라서면 기막힌 해안절경에 환호성을 올렸다.

그러나 이제 섭지코지는 협자연대와 들꽃. 전설의 선돌과 등대 등의 절경은 사람들에게 아무런 관심도 없다. 그저 셋트장 앞에서 사진찍기가 전부일 뿐.

특히 날마다 쏟아지는 자가용 행렬과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어디 그뿐이랴? 섭지코지는 드라마의 배경을 담아가려는 인파들의 발길에 이름 모를 들꽃들의 발자취는 찾아보기가 힘들어 졌다.

몰려드는  관광객
몰려드는 관광객 ⓒ 김강임
주말이나 연휴는 자가용을 비롯해 전세버스 등 차량 2천여 대가 한꺼번에 몰려드는 바람에 해안마을이 아수라장이 됨은 물론 주차 공간이 없어 마을길에서 오도가도 못하고 갇혀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이번 5월 연휴에는 하루 방문객 1만 여명 이상 신기록을 세우면서 섭지코지는 흙먼지가 날리고 잔디는 이미 훼손되어 원래의 모습을 찾기가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한편 예전에는 신양리 마을 주민들이 관리해 오던 주차장도 주차료를 받아왔으나 제주도가 이 지역에 드라마 셋트장을 만들어 올인 촬영에 성공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모으게 되자 무료주차가 허용되었다. 이에 제주도는 이 지역을 영상지역으로 재개발하겠다고 나섰다. 따라서 현재는 지방자치 단체에서 관리하고 있는 형편이다.

흙먼지만 날리고
흙먼지만 날리고 ⓒ 김강임
더구나 한꺼번에 몰려드는 차량들에 대해서도 주차료를 받지 않고 있으며 남제주군 공무원들이 매일 나와 주차관리를 해 오고 있을 뿐이지만 몰려드는 인파를 감당하기에는 주차요원과 주차장이 턱없이 부족하다.

죽어가는 잔디
죽어가는 잔디 ⓒ 김강임
따라서 섭지코지는 잔디가 심하게 죽어가고 있으며 바람에 흙먼지만 날리고 있다. 더구나 이곳을 오르는 사람들이 내다버린 쓰레기는 벌써 환경공해를 초래하고 있다.

또한 언덕의 잔디를 보호하기 위해 밧줄을 쳐 놓았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 ' 들어가지 마시오' 란 팻말은 사람들 손에 뽑혀져 버렸고, 셋트장 앞에서 혹은 수녀원 앞에서 사진찍기에 바쁜 사람들 뒤에는 아픔을 참지 못해 죽어 가는 잔디가 있다. 더구나 셋트장 뒤에는 어린이 놀이터까지 만들어 놓아 이제 잔디를 회생시키기에는 어려움이 많아졌다.

셋트장 뒤편에 있는  어린이 놀이터
셋트장 뒤편에 있는 어린이 놀이터 ⓒ 김강임
지난 4월 5일 설레임으로 섭지코지를 찾았다. 그리고 드라마의 환상과 남녁의 풍경에 대한의 아름다움에 도취되어 " 올인 촬영지 그 수녀원에 가고 싶다" 라는 기사를 썼다.

그 결과 지금까지 무려 11578여명이 그 기사를 읽었으며 네티즌들이 반응은 한결같이 섭지코지를 자연의 품으로 돌려주자는 의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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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 네티즌들의 리플을 소개 해 보면 '그 모습 그대로'라는 네티즌은 " 3월에 갔다왔습니다. 물론 드라마로 인해 각광받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 또한 의미있는 일이지만 단순히 그 사실만으로 위안삼기에 주차장등의 자연훼손은 심각한 것이었습니다. 세트장을 철거하고 섭지코지를 말과 하늘과 제주 바다 내음의 품으로 다시 돌려 주세요"라고 지적했다.

사진찍기에만 바쁜 관광객들
사진찍기에만 바쁜 관광객들 ⓒ 김강임
또한 '똥파리'라는 네티즌은 "드라마나 영화 촬영의 세트장이 관광자원화 하는 것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습니다만, 이번 섭지코지의 올인 세트장에 대해서는 짜증이 나는군요. (개인적으로는 분노^^; 하는 수준입니다. 드라마에서 볼 때야, 그런 경관을 가진 곳에 아담하고 예쁜 가짜(!) 수녀원이 있는게 그림처럼 아름다워 보일지는 몰라도, 실제로 섭지코지를 아시는 분들이라면 그 실제 경관이 얼마나 웃기는 코메디인지 아시리라 생각됩니다. 대머리 위에 콧수염 가발 붙여 놓고 멋있다!라고 감탄하는 격입니다. 다만 TV에서는 좋은 그림만 나오도록 일부분만 잡아서 보여줘서 그럴 뿐이죠.

세트장을 지어서, 경관이나 지역주민의 경제에 보탬이 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이번 섭지코지의 경우는 '아니올시다'라고 생각됩니다. (오징어 장사하시는 분이나... 컵라면 파시는 분들을 제외한다면) 아시다시피 섭지코지가 그리 넓은 지역도 아니고, 차타고 신양해수욕장 저근저근 밟고 들어가 그냥 잠깐 우루루루 몰려다닐 관광객들 때문에 주민들이 경제적 덕을 볼 것도 없고요...

섭지코지 때문에 제주도를 오고싶어하는 사람이 있다해도, 세트장에 와보면 실망만 더 할겁니다. 차라리 그냥, 조용히 철거해서 원상복귀 해 놓고 사진 붙어 있는 푯말이나 기념으로 하나 세우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라고 지적했다.

황혼에 젖은 섭지코지
황혼에 젖은 섭지코지 ⓒ 김강임
앞으로 섭지코지가 영상지역으로 탈바꿈하기까지는 제주도의 용역결과가 나와야 알겠지만 개발과 자연그대로를 놓고 어떤 의견이 분분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다만 앞으로 섭지코지가 새 모습으로 잉태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자연이 훼손될런지 남녘 끝 바닷가 마을에 서 있는 섭지코지는 오늘도 피곤하고 지친 모습으로 황혼에 젖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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