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회 안티미스코리아 페스티벌이 10일 오후 5시부터 서울 남대문 메사 팝콘홀에서 열렸다.
"세상에 평화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그 중 여성들이 만드는 평화는 어떤 것인지 펼쳐 보일 겁니다. 오늘 공연은 출전자와 관객 그리고 준비한 모든 사람들이 함께 놀고, 웃고 뒤집는 장이 될 것입니다."
대회를 주최한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 발행인 박옥희(52)씨는 이와 같이 말하며 페스티벌의 시작을 외쳤다.
이번 행사의 주제는 '여성이 만드는 평화'(Oh! Peace Korea!). 이날 참가자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여성이 만들어 가는 평화를 선보였다.
"이라크가 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오히려 미국은 살상무기를 사용해 이라크를 파괴는데 어떻게 전쟁이 명분있다고 말할 수 있겠니. 너희들의 상처가 어떤 것으로도 치유될 수 없겠지만 새로운 이라크를 위해 노력하자. 머지않아 웃는 얼굴로 만났으면 해."
이라크 여성 모나와 아들 신우는 동포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때론 흐느끼며 때론 단호한 목소리로 낭독을 해 공연장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고은광순(개혁당 서초갑위원장), 오한숙희(여성학자), 이유명호(한의사) 등 여성계 지식인들로 구성된 '여성정치인 경호본부' 팀은 '봉숭아 학당'을 패러디 하여 호주제 폐지의 당위성과 대안을 웃음과 함께 전했다. 또한 신문희씨 등 중앙대 정치외교, 신방과 학생들로 구성된 '성형클론'팀은 성형수술 부작용의 폐해와 외모지상주의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특히 이날의 백미는 비디오 사건 이후 두문불출했던 가수 백지영씨가 무대에 오른 것. 관객들은 당당하게 무대에 선 백씨에게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보냈다. 이밖에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관련 영상, 탈북여성들로 구성된 '통일준비여성회'의 합창, 비쥬얼 퍼포그룹 람(Rham)의 공연 등 '평화'라는 거대 담론에 여성의 목소리를 담아내는데 충분했다.
공연이 끝난 뒤 관람을 했던 서영주(21, 동아방송대 2년)씨는 "평소에는 뉴스를 통해 전쟁과 호주제 등 사회문제를 접했는데, 이렇게 공연을 통해 보니까 편하게 설득되는 느낌"이라고 호평했다.
정지희(20, 가톨릭대 사회복지학 2년)씨 역시 "오늘 공연이 놀라웠다"며 "여성에 대한 고정 이미지가 없어지고 모든 여성들이 개성대로 당당히 살 수 있을 거란 희망이 보였다"고 소감을 나타냈다. 이희재씨는 "백지영씨의 공연이 멋졌다"며 "재기 잘 하시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숙한 진행은 아쉬운 점으로 남았다. 조은경(성신여대 3년)씨는 "뒷자리에 앉아있었는데 취재진의 목소리가 시끄러웠다. 진행이 산만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소준철(20, 가톨릭대 1년)씨는 "동성애자를 비롯한 다른 사회적 약자들과 연대할 수 있는 자리였으면 한다"는 바람을 보였다. 김김진선(24, 회사원)씨는 "좀더 넓은 장소에서 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며 "아쉬움도 있지만 여자끼리 힘을 낼 수 있는 자리여서 흔쾌히 놀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기획을 맡았던 박진창아씨는 올해의 안티미스코리아 페스티벌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는데 큰 아쉬움 없이 끝났다"고 평가했다. 박진씨는 "참가자 공모와 연습이 2주 동안 이루어지는 바람에 '무대에서 어떤 그림이 만들어질까' 걱정했는데 막상 무대에 선 참가자들은 120%의 역량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는 공연 내용을 더 알차게 만들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