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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일행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동부여를 빠져나와 고구려로 들어갈 수 있었다. 고구려의 수도인 골령에 이르러 유리의 눈에 들어온 고구려의 풍경은 사람들이 활기 차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의 걸음걸이도 상당히 빨랐고 심지어는 뛰어다니는 사람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대체 어디로 가야 된단 말이오?"

옥지가 머리를 긁적이며 묻자 유리는 대뜸 그의 머리를 퍽 하고 쳤다.

"국왕이 궁궐에 있지 어디 있겠냐? 저 언덕 위에 보이는 게 분명 왕성일 테니까 가서 내 이름만 대면 될 것이야."

왕성 아래 이른 유리일행은 문지기의 제지를 받았다.

"여봐라. 내가 누군 지나 알고 이러는 거냐? 난 고구려왕의 아들이자 장차 이 나라의 태자가 될지도 모르는 유리라고 한다. 당장 비키지 않으면 큰 화를 당하리라!"

문지기는 코웃음을 치며 유리의 말을 무시했다.

"난 그런 얘기는 들은 적도 없거나와 내가 아는 것은 아무나 함부로 이 문을 드나들게 놔두면 안 된다는 것이오. 그것만큼은 확실하니 어서 썩 물러가시오."

유리 일행과 문지기들이 옥신각신 하는 동안 소조가 이 모습을 지켜보고 깜짝 놀라 유리 일행에게로 다가갔다.

"혹시 동부여에서 국왕폐하를 찾아오신 분들이 아니십니까?"

"그렇소만."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절 따라오십시오."

소조는 유리일행을 데려다가 술과 고기를 내놓으며 융숭한 대접을 해주었다. 유리는 만족해하며 거드름을 피웠다.

"역시 고구려에서도 날 알아보는 이가 있었군! 그런데 언제쯤 궁궐에 들어가 폐하를 만날 수 있는 거요?"

"그야 언제든 원하시는 때 만나게 해드릴 겁니다. 그런데 무엇으로 폐하의 아드님이시라는 걸 증명하시겠습니까?"

"허 이런! 날 못 믿겠다는 것이오?"

"그게 아니라. 일이란 확실할수록 좋은 것이 아닙니까?"

이미 술에 취한 유리는 자신이 품속에 고이 품고 있었던 부러진 칼을 턱 하니 보여주며 큰 소리를 쳤다.

"이 칼의 반쪽을 폐하께서 가지고 있을 테니 맞춰보면 그만 이라 이거요! 어떻소? 이보다 더 확실할 수가 있는 거요?"

"과연 그렇군요."

소조는 껄껄 웃으며 유리에게 술잔을 건네었다. 마침내 유리일행은 완전히 술에 곯아 떨어져 그 자리에서 잠이 들고 말았다. 소조는 차가운 표정을 짓더니 유리의 품을 뒤져 부러진 칼을 가지고 옆방으로 갔다. 그 방에는 해위가 와 있었다.

"과연 폐하의 아드님이 여기 오셨다는 게 정말이오?"

소조가 부러진 칼을 보여주며 조용히 말했다.

"증표로서 이 물건을 가지고 왔더이다. 나머지 반쪽은 폐하께서 가지고 있다고 호언장담하는 것으로 보아 사실인 듯 하오."

"그렇다면 이제 어찌 할 참이오?"

소조가 뭘 그리 당연한 것을 묻느냐는 듯이 해위를 쳐다보았다.

"지금 폐하의 전 부인이 여기 와있으니 일단 왕궁에 들어서면 증표가 없더라도 어떻게든 확인은 될지 모르지요. 하지만 이 증표를 숨겨 버리고 가짜임을 따진다면 자기가 무슨 수로 궁궐에 발을 들여놓겠습니까? 그런 뒤 왕비마마와 상의해 본 다음 적당한 시기를 보아 해치워 버릴 참입니다."

해위는 이맛살을 찌푸리며 조용히 고개만 끄덕였다. 소조가 자기 딴에는 머리를 쓴다고 저지른 일이었지만 결정적인 일을 왕비와 상의해 본 다음 처리하겠다는 것은 큰 실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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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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