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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어린이를 위한 '흙놀이' 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별관에서(4월 6일 - 5월 18일) 열리고 있습니다. 노영심의 서정적 음악이 시나브로 공기에 스며들며 까맣게 잊고 있던 흙 냄새가 풍겨옵니다.
"살아라 금붕어! 주문을 외우고 금붕어에게 입김을 '후' 하고 불어 주면 금붕어가 태어나요."
"아빠, 내가 날개 달린 금붕어를 만들어 줄께요!"
쑥스러운지 멀찌감치 떨어져 딴전을 피우는 한 아버지가 아이의 재롱에 헛기침을 하네요. 아이보다도 함께 하는 어른들이 더 행복한 흙놀이가 될 것 같습니다. 아이들의 뽀얀 살결만큼이나 고운 흙이 발바닥을 간지럽혀 괜스레 웃음이 나오려 합니다.
"마음대로 던져봐. 우와! 우리 용인이 정말 잘하네. 누굴 닮아 이렇게 잘할까?"
나뭇잎 모양이 그려진 판넬에 진흙을 던져 가운데 지점을 맞추는 놀이입니다. 어디 마음 놓고 시원스레 공 한번 던져 볼 수 없는 서울의 아이들. 가운데가 아니면 어떤가요? 기다렸다는 듯 물컹거리는 찰흙을 힘껏 내던져 봅니다.
"여기는 소원을 비는 소원의 동산이에요! 우리 친구들 마음속으로 소원을 빌며 동전을 하나씩 마법의 우물 속으로 던져 보세요!"
"근데 소원이 뭐예요?"
어머니가 손에 꼭 쥐어준 동전을 두 손으로 움켜쥔채 우물을 향해 다가가는 아이들. 조심스레 동전을 던지고 정말 소원이 이뤄졌나 뚫어져라 우물 안을 바라봅니다. '퐁당'하는 소리와 함께 떨어진 동전 수만큼 우물 안에는 수많은 아이들의 소원이 쌓여갑니다.
무서운 고래 뱃속을 통과하려면 나뭇잎을 입은 천사님과 가위바위보를 해야합니다. 똑같은 '가위' 군요. 끈질긴 승부가 될 것 같습니다. 과연 누가 이겼을 까요?
"부모님 말씀 안 들으면 우리 친구들 마법에 걸려 물고기로 변해 버릴 지도 몰라요!"
고래가 마법에 걸린 물고기를 잡아먹었습니다. 깜깜한 고래 뱃속으로 들어가자 반짝이는 아이들의 눈망울이 별똥별마냥 떨어질 것만 같습니다.
"뿌지직"
발가락 틈 사이로 내쉬는 찰흙의 거친 숨 소리가 들리나요? 여기는 찰흙으로 만든 피자 방입니다. 흙 위에서 마음껏 뛰며 뒹굴었던 때가 언제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자꾸만 흙 속의 요정이 발을 잡아 댕기며 같이 놀자고 합니다.
'전시 공연장'에서나 아이들에게 '흙' 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서글퍼지려 합니다. '어른들보다도 더 바쁜 요즘 아이들' 이 행복해 지는 방법을 혹시 잊어버리지는 않을까 염려됩니다. "뿌지직" 하는 찰흙의 호흡을 항상 들려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