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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수원-의왕시 1번국도에서 진행중인 52일째 새만금 살리기 삼보일배에 스님과 신도 300여 명이 참석했다. 스님 100여 명이 단체로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18일 수원-의왕시 1번국도에서 진행중인 52일째 새만금 살리기 삼보일배에 스님과 신도 300여 명이 참석했다. 스님 100여 명이 단체로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왼쪽) 일반 신도들이 무릎에 수건을 묶고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오른쪽) 3살배기 꼬마가 절하는 것을 따라하자 비구니 스님들이 웃으며 쳐다보고 있다.
(왼쪽) 일반 신도들이 무릎에 수건을 묶고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오른쪽) 3살배기 꼬마가 절하는 것을 따라하자 비구니 스님들이 웃으며 쳐다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온세상의 생명 평화와 새만금 갯벌을 살리기 위한 삼보일배를 진행하겠습니다"

박인영 녹색연합 간사의 외침과 함께 52일째 삼보일배가 시작됐다. 16일 삼보일배는 여느 때보다 줄이 길었다. 문규현 신부와 수경스님, 김경일 교무 등 '고정 멤버' 말고도 스님 100여 명과 일반 참가자 200여 명이 삼보일배에 참가했기 때문이다.

스님들은 대부분 이날 내내 삼보일배 수행을 함께 했다. 스님들은 고무신을 신거나 양말 차림이었고 흰 수건을 머리에 둘러 햇볕을 가렸다. 일반 참가자는 도보와 삼보일배를 병행하며 스님들의 뒤를 따랐다.

일반 참가자는 사찰 모임에서 나온 불교신자가 많았지만 일반 시민, 대학생 등도 고행의 길을 함께 했다. 150m 가까이 행렬이 길어지면서 수행자들의 삼보일배는 파도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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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팔트 더운 열기에 머리에 맺힌 땀
시민들, 자녀 데리고 나와 환경교육


잠시 쉬는 시간에 스님들이 무릎보호대를 손보거나 물을 들이켜며 갈증을 해소하고 있다.
잠시 쉬는 시간에 스님들이 무릎보호대를 손보거나 물을 들이켜며 갈증을 해소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날의 삼보일배 행렬은 북수원 인터체인지를 넘어 1번 국도를 따라 경기도 의왕시로 넘어왔다. 다행히 바람이 불어 선선한 날씨였지만, 이미 때는 초여름이다. 머리를 조아릴 때마다 아스팔트에서는 더운 열이 올라왔다. 파르라니 깎은 머리에는 어느새 땀이 맺혔다. 시작한 지 10분도 지나지 않아 스님들은 숨을 가다듬었다.

휴식은 15∼20분에 한 번씩. "잠시 쉬었다 가겠습니다"라는 공지가 떨어질 때마다 스님들은 "벌써 쉬네"라고 말했지만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라있다. 스님들은 물을 마시며 무릎 보호대와 장갑, 머릿수건을 점검하고 "양말만 신는 게 낫다" "아직은 할 만하다"며 다음 행진을 준비했다.

삼보일배 선두에는 문규현 신부, 수경 스님, 김경일 교무, 김숙원 교무가 섰다. 이희운 목사는 안식일을 지키기 위해 십자가를 든 채 행렬 뒤편으로 빠졌고, 주말마다 삼보일배 행렬에 함께 해온 김숙원 교무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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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문규현 신부와 수경스님에게는 휴식시간마다 손님이 찾아들었다. 일반 참가자나 시민들이 인사를 하러 오는 것이다. 묵언 중인 두 사람은 말없이 웃으며 악수와 포옹으로 상대방을 맞았다. 특히 두 사람이 반긴 것은 아이들 손님. 부모의 손을 잡고 찾아온 아이들을 꼭 끌어안고 뺨에 뽀뽀를 하기도 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삼보일배를 지켜보기 위해 찾아오는 지인들도 있었다. 안양시 미리내 실버타운의 방상복 신부가 실버타운 회원들과 함께 도로에 서서 박수를 보냈고,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전종훈 신부, 수원성당 이상헌 신부도 행렬과 함께 걸었다. 이들은 이미 여러 차례 삼보일배 현장을 찾았다.

지나가는 시민들도 삼보일배에 관심을 보였다. 인근 주민들은 일부러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 삼보일배와 환경에 대해 설명했고, 차를 타고 가던 시민이 박수를 치거나 "힘내세요"라고 외치는 일도 종종 있었다.

"새만금 중생 파괴행위는 인간의 횡포
나의 참회가 이어져 새만금 살리기를"


길옆에서 삼보일배를 지켜보던 시민들 중 일부가 스님들을 향해 절을 하고 있다.
길옆에서 삼보일배를 지켜보던 시민들 중 일부가 스님들을 향해 절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한 어린이가 쉬고 있는 수경스님의 어깨를 주물러 주고 있다.
한 어린이가 쉬고 있는 수경스님의 어깨를 주물러 주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시간이 지나면서 삼보일배 수행을 하는 스님들의 모자나 수건, 승복이 땀에 젖어 축축해지기 시작했다. 한 스님은 아스팔트를 걷느라 양말에 구멍이 났다.

그러나 스님들은 "별로 힘들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오히려 "삼보일배 수행은 꼭 해보고 싶었다"는 반응이다.

본공 스님(승가사)은 "행자교육 때 일보일배를 한 적이 있어서 그런지 그다지 어렵지 않다"며 "불교에서는 모든 생명을 '중생'이라고 하는데, 인간의 이익 때문에 새만금에 살고있는 수천만 중생을 파괴하는 것은 횡포"라고 강조했다. 본공 스님은 또한 "모든 것은 하나로 이어져있다"며 "내가 (파괴를) 저지르지 않아도 참회하면 다른 것에게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구니 선욱 스님(봉녕사)은 "삼보일배가 아니었다면 환경에 대한 의식이 없었을 것이다. 매일 하시는 수경스님도 있는데 부끄럽다"고 말했다. 출가하고서도 편안한 생활을 추구하고, 그만큼 자연을 파괴한 것을 참회한 선욱 스님은 "다른 곳에서 화두를 찾지 말고 생명체를 살리면서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삼보일배가 익숙치 않아 스님보다는 불리한 조건인 일반인 참가자 조성혜(52)씨도 관절염에도 불구하고 2시간 넘게 수행의 길을 함께 했다. 조성혜씨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며 "내 모든 업장이 소멸되기를 바라며 삼보일배를 했다. 참회하다보면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보일배에 참여하기 위해 대구에서 올라온 김미혜(24, 영남대 4년)씨는 "1시간을 해도 힘이 든데, 52일째 삼보일배를 하는 스님과 신부님을 뵈니 죄송할 뿐"이라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김씨는 "몸도 아프지만, 마음이 더 아프다"고 덧붙였다.

삼보일배 행렬이 지나는 도로의 표지판은 대부분 서울 방향을 나타내고 있었다. 까마득히 멀어보였던 서울이 이제 멀지 않았다는 뜻이다. 삼보일배가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각종 행사도 많아진다.

이날 불교인 삼보일배의 날을 시작으로 기독인, 천주교인, 원불교인의 삼보일배가 이어진다. 또한 서울에서는 여의도 국회 앞에서 집회를 갖고 새만금 간척사업 중단을 요구하는 농성도 가진다. 최종 목적지인 광화문에 도착하는 31일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새만금사업 중단 결정 촉구대회 및 삼보일배 맞이대회'가 열린다.

문규현 신부, 수경 스님, 김경일 교무, 김숙원 교무가 삼보일배를 하는 가운데 대형차량이 굉음을 내며 이들 옆을 지나치고 있다.
문규현 신부, 수경 스님, 김경일 교무, 김숙원 교무가 삼보일배를 하는 가운데 대형차량이 굉음을 내며 이들 옆을 지나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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