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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동구청 민원실 직원이 투표에 동참하고 있다
ⓒ 류종수
"'대통령직 못해먹겠다', '공무원들이 말을 안 듣는다'고까지 대통령이 말했는데 동요하지 않을 공무원이 어디 있겠습니까? 전교조와 한총련 문제도 불거지고 언론들도 이번 쟁의 찬반투표를 집단이기주의로 매도하고 있는 가운데서 정부가 강경한 방침을 취한다고 하니 일반 조합원들이 위축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구청 주차장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투표를 독려하던 강동지부 이광열(35) 사무처장은 현재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는 정국 분위기에 대한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광열 사무처장은 "80%가 넘던 작년의 투표율보다는 못 미칠 것 같지만 최소 전체 조합원 중 70%이상은 투표에 참석할 것으로 내다본다"며 낙관적인 견해를 밝혔다.

22일 점심시간을 맞아 찾아간 강동구청에는 투표소가 청사 안이 아닌 후문 주차장 한 귀퉁이에 설치되어 있었다. 투표를 주관하던 강동지부 조합원들은 식사를 마치고 들어오던 조합원들을 상대로 "투표하고 가세요"라는 말을 스스럼없이 던졌고 이에 간혹 투표행렬이 이어지곤 했다.

다만 투표를 마친 조합원들을 상대로 '일반 조합원들 사이의 분위기가 어떤지'를 묻자 대부분 "서로가 말을 안하고 있어서 다른 조합원들이 이번 투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알지 못한다"며 말을 아끼는 모습들이었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 조합원 명부
ⓒ 류종수
이광열 사무처장에 따르면 "총 900명에 가까운 강동구청 조합원 가운데 현재(오호 1시)까지 300명 이상이 투표에 참여해 30%이상이라는 높은 투표율을 보이고 있다"면서 "오늘 새롭게 노조가입 신청서를 작성한 분들도 6명이 넘는다"고 밝혔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울지역본부의 현인덕 쟁의국장은 "현재 서울지역 23개 구청 가운데 강서, 양천, 동작, 도봉, 노원, 종로를 제외한 17개 지부에 투표소가 설치됐다. 관악구청의 경우 구청측에서 오전까지만 투표를 용인하고 오후에는 철수하겠다고 해서 약간의 대립이 있었으나 다시 투표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혀 지금까지의 진행된 투표 현황이 "순조롭다"고 자평했다

그는 "종로를 제외한 위 5개 구청에서는 투표가 사실상 실시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다"며 "조직형태가 취약하고 조합원이 적은 몇몇 지부에서는 현재 투표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이전부터 예상했던 부분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이하 공노련)이 전공노의 투쟁시기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밝힌 것에 대해 "우리는 지도부 몇몇만이 모여서 만든 공노련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면서 "현재 정국의 분위기가 다소 무거울 수도 있지만 전공노는 사회 개혁에 특수한 임무를 해나가야 하기 때문에 지금의 상황은 고려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오히려 현 정권은 우리를 개혁의 동반자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전공노 서울지역본부는 "투표를 방해하기 위한 구청측의 조직적인 움직임이 있으면 서울본부상황실 기동반을 출동시켜서 적극적으로 항의하는 식으로 강경히 대처해 나갈 방침이다"고 밝혀 만약의 사태에 대처하기 위한 대비책도 있음을 확인해줬다.

전공노, 어떤 심정으로 무엇을 바라나

이번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하며 전국공무원노조가 내세운 것은 단결권과 예산, 법령을 제외한 단체교섭권만을 보장하기로 한 정부법안에 대한 논의를 중단하고 완전한 노동3권이 보장되는 법안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전공노는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가결되더라도 16일까지는 정부와 교섭을 해나갈 예정이다.

▲ 전공노의 특별법반대포스터
ⓒ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이광열 강동지부 사무처장은 "공무원의 처우는 예산이나 법령으로 정해진 것이기 때문에 이것을 제외하고서는 공무원노조의 활동은 힘을 발휘하기 힘들다. 만약 정부법안대로 특별법이 통과된 상태에서 노조가 협상에 들어간다고 했을 때 어떤 성과를 얻을 수 있겠냐"면서 "완전한 노동3권을 반드시 쟁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종인 강동지부 문화부장은 자신들의 행동을 '집단이기주의'로 매도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전했다.

"많은 언론들이 '공무원이 웬 파업이냐'는 식의 보도를 내놓으면서 마치 공무원노조가 생기면 행정업무 마비와 같은 극단적인 사태가 일어날 것이라고 호들갑을 떨고 있는데 이는 엄청난 왜곡보도다.

노동3권을 다 가지고도 노동탄압을 받고있는데 1.5권도 보장받지 못하는 정부법안을 받아드려야 한다면 이건 우리보고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공무원의 노동3권 쟁취는 이제 우리 스스로 주인된 자세로 공직사회를 개혁해 나갈 수 있는 구심점을 확보하는 것으로 봐줬으면 한다"

"투표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전공노는 22일 오후 5시까지 "평택에서 경찰력이 동원되기도 했으나 지금은 시장과 협상하면서 투표를 다시 진행할 예정에 있고 일부 지역에서 인사과장이 투표소를 지키고 있는 등 약간의 마찰이 벌어진 곳도 있으나 전체적으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21일 대통령이 직접 '대통령직 못해먹겠다'고 토로하고 언론에서도 여러 이익단체가 자기목소리만 높이고 있다며 부정적인 여론을 환기시키고 있는 지금. 그럼에도 이 국면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전공노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이번 찬반투표는 23일 6시에 마감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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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꿈을 해몽한다" 작가 김훈은 "언어의 순결은 사실에 바탕한 진술과 의견에 바탕한 진술을 구별하고 사실을 묻는 질문과 의견을 질문을 구별하는 데 있다. 언어의 순결은 민주적 의사소통의 전제조건이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젊은 날을 "말은 질펀하게 넘쳐났고 삶의 하중을 통과하지 않은 웃자란 말들이 바람처럼 이리저리 불어갔다"고 부끄럽게 회고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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