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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참 새롭다. 남자들이 결혼을 하고 아빠가 되면서 겪게 되는 온갖 에피소드들을 에세이 형식으로 써서 모아 놓았다. 여자들이 아니라 남자들이, 부모가 되면서 느끼는 생각들을 표현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육아 혹은 여성 관련 도서들과는 다른 재미를 지니고 있다.

특히 다양한 직업과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이 쓴 글들을 모아 놓았기 때문에, 각기 다른 삶의 방식들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들은 참 비슷하다. 우선은 모두들 특별한 마음의 준비 없이 결혼 적령기가 되어 결혼으로 접어들고, 아이가 생기자 또 얼떨결에 아빠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한 가정은 완전히 다른 구조로 접어든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원래 자신이 경험해 본 일은 잘 할 수 있지만, 경험해 보지 않은 일들에 대해서는 서투르기 짝이 없다. 결혼 생활을 유지해 본 적도, 아이를 키워본 적도 없는 초보 부부들은 그래서 온갖 혼란의 도가니 속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이 책에는 아이가 태어나면서 그로 인해 일어나게 되는 온갖 현실적인 문제들, 육아, 아내의 직장 문제, 남자 자신의 마음가짐 등이 솔직하게 얘기되어 있다. 특히 육아 문제로 인해 아내의 직장 문제에 대해 민감하게 되고, 그로 인해 다툼이 많아졌다는 아버지들의 이야기가 가장 많다.

이런 저런 육아 이야기를 읽다 보면, 우리나라가 참 육아하기 힘든 나라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이곳저곳에 아이를 맡기기 위해 돌아다녀야 하는 어려움, 육아 때문에 휴직을 하려고 해도 쉽지 않은 현실 등이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없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로 인해 한 가정에 많은 다툼과 불화가 일어나기도 한다.

이 책을 펴내면서 편집자는 "온 몸으로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된 여성과 달리, 남성들은 어떻게 아빠가 되어 가는 것일까?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 육아에 참여하는 것일까?"하는 의문으로, 아빠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책이 부성에 대해 고민하는 많은 아빠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전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 글을 쓴 아버지들은 대체로 아이들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수줍게 표현한다. 그리고,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미안한 마음들을 진솔하게 전달한다.

"총각일 때에는 아이들이 귀찮았던 내가, 아이가 생기면서 이상하게 다른 아이들이 예뻐 보였다"는 이야기는 아버지들 또한 아이에 대해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남자들은 아이들에게 무관심하고 자기들의 일만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편견을 깨는 것이다.

그는 또 "아이를 키우면서 많은 것을 새로 배운다. 아이만 크는 것이 아니라 나도 크는 것 같다"고 말한다. 한 인간을 세상에 나오게 하고, 그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얼마나 의미 있고 커다란 일인가를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대목이다. 그리고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많은 배움과 성장의 과정이라는 사실도 알 수 있다.

한 아빠는 아이들과 놀아 주는 일이 "하나의 일거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피곤한 것이라고 충고한다. 그는 "아이와 즐겁게 놀아라. 놀아준다고 생각하니 힘든 거다" 라고 단언한다. 아이랑 놀아준다는 것은 하나의 일거리를 만드는 것이지만, 같이 논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나에게도 도움이 되는 즐거운 일에 불과한 것이다.

그래도 아이를 키우는 일은 많은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게다가 복잡한 현대 도시 문명 속에서는 더더욱 할 일이 많다. 온갖 잡다한 뒤치닥꺼리부터 시작하여 교육, 건강, 인성 문제까지 부모의 손길이 너무나 많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런 일들을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많은 아빠들의 주장이다.

복잡한 일들에 대해 짜증을 내고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하면 갈등만 커질 뿐이고, 그런 가정 내에서 아이들은 절대로 행복할 수 없다. 그러므로 현실의 문제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풀어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책에 나온 어떤 가정은 부부가 서로 다른 지방에 직장을 가지고 있어서 거의 20년 간을 여러 집 살림을 하면서 산다. 하지만 아이들은 큰 문제없이 잘 자라 주었다고 한다. 부모가 여러 가지 불편함을 감내하고 이겨 가는 모습을 보기 때문에, 아이들 또한 부모의 손길이 많이 가지 않더라도 어려움을 잘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갈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 아빠는 어느 날인가 딸이 던진 "아빠, 아빠 집으로 가버려!"라는 말 한 마디에 많은 상처를 받았다고 한다. 물론 그런 말을 이끌어내는 데에는 아빠의 권위적인 태도도 한 몫을 한다.

아이들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없는 현실 속에 살고 있는 아버지라면 한 번쯤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닌가 싶다. 무조건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밀어 부치는 태도가 아니라 한 가정의 일원으로서 가족의 일에 관심을 갖고 동참한다면 아버지의 자리가 그다지 힘들지 만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어느 아빠는 "누구의 아들이며 누구의 남편이며 누구의 아버지라는 굴레를 스스로 강조하지 않고, 남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그 안에서 가족들이 친구처럼 자유롭게 나를 대하길 바란다"고 말한다.

무책임하고 미성숙한 태도를 버리고 아내와 아이들의 일에 동참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때, 당신의 아빠 자리는 멋지고 아름다울 것이다. 모든 일에는 노력이 필요하다. 누군가는 말했다. "사랑을 시작하는 것은 쉽지만, 그것을 유지하기에는 많은 참을성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한 가정 속에서 이러한 노력이 많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아빠 뭐해?

권복기 외 지음, 이프(if)(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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