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충남대 대동제 기간(27~29일) 동안 대전민가협 양심수후원회는 '국가보안법 철폐'를 위한 먹거리 장터를 연다.
충남대 대동제 기간(27~29일) 동안 대전민가협 양심수후원회는 '국가보안법 철폐'를 위한 먹거리 장터를 연다. ⓒ 오마이뉴스 정세연
충남대 대동제기간(27~29일)에 열리는 대전민가협 양심수후원회의 주점에서 만난 임태열씨 어머니 한평수(67)씨는 이석기씨와 그의 어머니를 생각하며 가슴을 쳤다. 아들 임태열씨를 비롯해 민혁당 사건으로 구속된 다른 이들은 지난달 29일 모두 사면이 됐지만 여전히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이석기씨와 그의 병든 노모를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부터 든다.

양심수, 폭력을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자신의 정치적이고 종교적인 신념이나 민족,언어,피부,국가,사회 등의 차이로 인해 투옥,구금된 모든 사람.

양심수의 범위를 어떻게 규정하는가에 대해서는 나라마다 다르지만 국내 인권단체에서는 실정법을 위반했다 하더라도 권위주의 독재정권에 항거했던 반대자들, 1987년 6월 민주항쟁과 같이 국민저항권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폭력을 사용했던 투옥 인사들, 비전향 장기수 등을 모두 양심수로 보고 있다.

매년 충남대 대동제 기간에 양심수 후원금 마련을 위한 먹거리 장터를 열어온 대전민가협 어머니들이 27일 뜨거운 여름볕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었다. 축제 첫 날이라 손님은 그리 많지 않지만 반가운 얼굴들이 속속 찾아들자 손님 맞으랴 음식 내놓으랴 분주해졌다.

예순을 훌쩍 넘긴 연세, 오랜 시간 심적 고통과 육신의 고됨으로 몸도 마음도 성한 데가 없지만 아직도 '양심수'라는 이름으로 옥에서 고통받고 있을 자식들을 생각하며 민가협 어머니들은 어금니를 꽉 깨문다.

대전양심수후원회란

민가협양심수후원회는 자주, 민주, 통일운동을 하다가 부당하게 구속된 양심수의 석방운동과 체계적인 후원을 목적으로 창립된 대중적 후원 단체이다.

1989년 3월 창립된 이 단체는 국가보안법 철폐와 양심수석방, 정치수배해제를 위한 활동과 옥중양심수 지원사업, 출소장기수 지원사업 등을 벌여오고 있다.

대전양심수후원회는 27일부터 29일까지 충남대에서 국가보안법 철폐를 위한 먹거리장터를 열고 있으며, 대전교도소에 복역 중인 허정길(42)씨의 석방을 위한 탄원 활동을 벌이고 있다.

허정길씨는 87년 6월 항쟁 당시 전투경찰 대열을 뚫기 위해 시내버스를 몰고 갔다가 전경 1명을 치어 사망하게 하는 불의의 사고를 내고, 살인 혐의로 15년을 선고받았다.

11년을 복역하다 98년 11월 형집행정지로 출소했지만 교통사고를 내는 바람에 2년을 선고받았고, 교통사고로 인한 형은 마쳤지만 ‘재범’을 이유로 87년 6월 항쟁과 관련한 잔여형(4년)을 살고 있다. / 정세연
대전민가협 이중주(65)씨는 20여년의 지난 시간을 회상하며 생각에 잠겼다. 아들이 처음 감옥살이를 시작하고 죽지 못해 겨우 살아냈던 삶. 그러다 민가협을 알게 되고 그 곳에서 만난 젊은 새댁에서부터 나이든 어머니들까지, 감옥에 갇힌 가족을 옥바라지하면서도 꿋꿋하게 올곧은 목소리를 내며 살아가는 그들을 보며 이씨도 희망을 보았다고 한다.

그로부터 20여년의 시간이 흘렀고 이제는 그만 편안해질 때도 되었건만, 아직도 옥에 있는 자식 같은 이들을 생각하면 할 일이 너무나 많다.

"국가보안법이 다 뭐고 민주주의가 뭔 소리여? 아직 멀었어. 20년 가까이 싸웠지만 달라진 게 얼마나 되나. 세상이 바뀔 때까지, 목숨 붙어 있는 한 계속 싸워야지. 우리 엄마들은 끝까지 할거라구."

감옥으로 끌려간 자식을 구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던 어머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결같이 이어져 온 어머니의 고난의 행렬은 21세기인 지금에도 갇힌 이들의 자유를 위해, 소외되고 고통받는 이들의 인권 회복을 위해, 모든 인간이 존중받으며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해 계속되고 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