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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이우일의 영화이야기>
<김영하 이우일의 영화이야기> ⓒ 마음산책
작가는 이 책의 서두에서도 자신은 제대로 된 영화평을 쓸 자신이 없다고 토로한다. 오히려 그는 영화를 보고 글을 쓸 때마다 소설로 돌아가고 싶은 욕구가 치솟아 올랐음을 고백했다. 그런데도 무시할 수 없는 원고료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글을 쓰게 되었다라고 말했지만, 정작 그가 이 책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영화 이야기만은 아닌 것을 우리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후로도 가끔 우리는 누군가와 함께 지냈다. 지금도 분당의 부모님은 위층의 세입자들과 함게 살고 있다. 때로는 평화롭게 때로는 시끄럽게 그들과 공존하고 있다. 지나고 보니 어쩌면 ‘우리 집’이라는 것은 하나의 신화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모두 집이라는 정거장의 승객일 뿐이라는 생각. 중풍 걸린 그 할머니도, 참기름 도둑의 누명을 써야만 했던 그 손녀도, 고모네 식구도, 한때는 모두 우리 집의 주인들이었다. 우리는 단지 그들보다 조금 오래 살았을 뿐이다. - 본문 <우리 집?>중에서

김영하는 <디 아더스>를 본 후 자신의 어린시절을 회상한다. 영화 속 그레이스와 두 남매는 자신들이 귀신인 줄도 모르고 원래 살고 있는 인간들을 ‘침입자’로 생각한다.

그러나 이 영화가 보여주고 있는 ‘반전’이 주는 기습도 김영하에게는 슬플 따름이다. 자기의 집에서 얹혀 살게된 세입자들의 처지가 결국엔 어떤 집도 단지 정거장에 머물다 가는 승객일 뿐이라는 서글픈 비유를 하게 되는 것은 김영하만이 바라다 보는 영화읽기의 태도인 것이다.

또한 이 책은 기존의 영화평을 전복시키기에 충분한 자세를 견지한다. 물론 작가 자신이 밝히고 있듯이 영화라는 것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는 스토리가 말하는 세상살이에 대한 연민에서 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메멘토>를 통해 기록에 대한 집착을 <번지점프를 하다>를 보고는 게이 문화와 동양적 사생관이라는 새로운 장르에 대한 주목을 요하는 그야말로 기상천외한 서술을 해놓고 있다.

이는 단순히 사물을 볼 때 어떠한 찬동의 자세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순수한 영화광으로서의 고답적인 경험담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서투르지만 천박하지 않고, 다분히 기분적인 말들의 나열이지만 단순하지 않다.

또한 이우일의 일러스트는 작가와는 별개로 또 하나의 재미를 던져 주고 있으며 이 책이 김영하만의 창조물이 아님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시도로 보인다.

‘부도덕한’ 소설가와 게으른 ‘만화가’가 만나 새로운 영화읽기를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는 것은 아마도 영화를 분석하고 파헤치는 이들보다 순수하게 영화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 아닐까.

김영하 이우일의 영화이야기

김영하 지음, 이우일 그림, 마음산책(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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