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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립 동부병원
ⓒ 이철용
노숙자, 행려병자와 의료보호 환자 등 의료 최악 계층을 위한 병원인 서울시립동부병원(동대문구 용두동 소재)이 민간위탁의 기로에 서 있다.

서울시는 경영합리화를 위해 시립동부병원을 민간에 위탁한다는 계획으로 현재 모대학병원과 구체적인 민간위탁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929년 부민병원으로 개원해 오늘에 이르는 동부병원은 얼마전 '사스' 지정병원 문제로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민간위탁 협상 사실에 대해 지난 2일 오후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김정범 공동대표와 건강세상네트워크 조경애 공동대표, 보건의료노조,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가난한이들의 건강권 확보를 위한 연대회의 등 관계자 6인은 서울시 보건과를 방문해 박민수 과장과의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방문단은 서울시의 시립동부병원 민간위탁 방침은 공공의료를 강화하고 확대하겠다는 참여정부의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며 재고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

막대한 비용들여 병원신축 후 민간위탁운영 결정

그간 동부병원은 저소득시민, 행려환자 등을 위한 복지의료기관으로서의 역할을 감당해왔다. 동부병원은 낙후된 시설을 개선하기 위해 1997년 9월 구 경찰병원으로 임시 이전하고 97년 12월부터 2002년 6월까지 5년여간 321억원의 시비를 들여 본격적인 신축공사를 진행했고 2002년 7월 새롭게 개원을 했다.

이렇듯 막대한 비용을 들여 새로 신축한 병원을 서울시는 제대로 운영을 하지도 않은 채 지난해 말부터 동부병원의 민간위탁을 검토했고 2월 18일 서울시 의회에 보고한 상태이다. 현재 동부병원의 민간위탁과 관련한 구체적인 협의가 모대학병원과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울시 의회록에 나타난 동부병원 민간위탁의 현실적 이유는 동부병원이 저소득시민과 행려환자에 대한 비율이 높아 적자 운영이 불가피하다는 것과 동부병원에 현재 수준 이상의 예산(2003년 134억원)을 확대할 의사가 없다는 것이다.

보건의료관련 시민단체 대표자와 서울시 복지과 과장과의 면담에서 서울시는 동부병원의 병상가동률이 현재 50%에도 미치지 않는 현실임을 감안해 대학병원이 위탁운영하면 병상가동률을 높일 수 있고 그로 인해 경제성도 나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동부병원의 위탁운영자는 공공의료기능이 전제된 상태로 운영한다는 조건이 필수라고 밝혔다. 서울시가 모대학병원에 최종적으로 전달한 요구사항은 "전체 200병상 중 50병상을 행려병자 등을 위한 병상으로 운영하는 것과 재활기능을 유지하고 현재 서울시가 지원하는 예산 한도내에서 지원한다"는 것이 서울시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보건의료관련 시민단체, 공청회 등 절차상 문제제기

보건의료관련 시민단체 대표자들은 서울시가 이러한 중요한 정책을 진행하며 관련 공청회 한 번 하지 않은 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고 서울시측은 시립영등포병원을 서울대에 위탁관리하여 운영한 보라매병원의 성공적인 사례가 있기 때문에 굳이 다른 절차를 밟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보건의료 시민단체 대표들은 서울시가 어떤 자료를 가지고 보라매병원이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하는지 모르지만 인의협 등에서 행려병자를 보라매병원에 보내면 병상이 없다는 이유로 받지 않고 오직 유일하게 동부병원만이 그들을 받았는데 만약 대학병원에 위탁운영하면 같은 현상들이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 복지과 박민수 과장은 "현재의 상태에서는 마지막 제시안을 모대학병원에 보낸 상태이고 만약 그 대학병원에서 서울시의 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때는 공청회 등을 다시 할 수 있지만 현재는 재론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와 구체적으로 위탁운영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모대학병원의 관계자는 "동부병원에 대한 실사를 마친 상태이지만 서울시가 제시한 안과 병원측이 실사조사한 자료에 큰 차이가 있어서 서울시가 제시한 조건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사를 밝혔다.

서울시 유일한 노숙자, 행려병자, 의료보호 환자 진료병원

서울시 복지여성국의 올해 2월 시울시의회에 보고한 자료에 의하면 서울시의 시립병원은 현재 서대문병원, 은평병원, 아동병원, 북부노인전문요양병원, 동부병원 5개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립병원은 특화된 진료 영역을 담당하고 있다.

서대문병원 - 결핵, 은평병원 - 정신, 아동병원 - 아동, 북부노인전문요양병원 -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진료를 하고 있어 동부병원만이 유일하게 노숙자, 행려병자, 의료보호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민단체들은 아무리 공공의료기능 수행이 가능한 기관에 위탁운영을 한다고 하더라도 민간기관인 대학병원이 운영에 필요한 수입을 확보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전혀 수익을 보장할 수 없는 행려환자와 의료급여 환자들의 비율은 당연히 낮아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시민단체들은 서울시가 동부병원을 민간위탁으로 떠넘기기보다는 공공의료기관으로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오히려 '예산확대'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차피 위탁운영을 하더라도 서울시가 계속 적자보존을 해줘야 하는 형편인데 굳이 민간위탁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동부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의사는 동부병원이 모대학병원에 위탁운영 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서울에 하나밖에 없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복지병원 시립동부병원을 시민의 것으로 민중의 것으로 지켜주세요"라는 간절한 편지를 쓰기도 했다.

서울시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5년여에 걸쳐 새로운 병원을 신축하고 단순히 경영적자에 대한 문제를 들어 동부병원을 민간위탁하기로 결정했다. 경영합리화 등 경영혁신을 위한 경영정상화보다 민간위탁이라는 손쉬운 방법을 택하고 있다. 그러나 민간위탁이 이루어지더라도 그 적자폭은 서울시가 감당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전문가 통한 경영진단과 경영합리화 우선 돼야

보건의료 관련 시민단체들은 동부병원을 무조건 민간위탁 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를 투입해서 경영을 진단하고 경영합리화를 통해 병상가동률을 높이고 공공의료 기능을 더욱 가능하도록 서울시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했다. 공공의료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면 적자가 더 생기더라도 국민의 건강권을 위해 그것은 서울시가 감당해야 한다고 했다.

결국 서울시에 유일하게 노숙자, 행려병자, 의료보호 환자들이 갈 수 있는 병원을 민간에 위탁하므로 이들의 건강권을 박탈하는 결정을 하게 될 것으로 보여진다.

참여정부는 돈이 없어서 치료를 못받는 사람들이 없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수없이 주장했다. 그러나 정작 지방자치단체인 서울시는 그나마 공공의료의 유일한 기관인 동부병원을 민간위탁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제 노숙자, 행려병자, 의료보호 환자들은 어디로 가야하는가? 다시금 민간위탁이 된 동부병원 앞에서 밀려난다면 이들은 어디로 가야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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