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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월드컵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1999년 10월부터 38일간 1500㎞ 국토 종단"
"미국 대륙 5200㎞를 112일동안 횡단 성공"
"로키산맥의 에반스 봉(14264feet) 정상 정복"


▲ 일본 종단중인 최창현씨 <사진제공 밝은내일>
ⓒ 이철용
입으로 전동휠체어를 조정하는 것으로 세계적인 기록을 가지고 있는 최창현(39·뇌성마비장애 1급)씨가 지난 4월 10일 일본열도 종단을 시작한 지 64일만인 13일 오후 6시 30분경 일본 홋카이도(北海道)의 최북단인 와카나이(稚內)에 도착함으로 3,400km의 기나긴 여정을 마쳤다.

최씨는 이번 일본열도 횡단을 통해 "'2003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를 홍보하고 세계 최초로 입으로 전동휠체어를 움직여 미대륙 횡단을 성공한 것에 이어 일본열도 종단을 통해서 비장애인들의 장애인에 대한 무시, 동정, 차별과 같은 부정적인 인식이 잘못되었음을 알게 해주고 심한 중증장애를 가지고 있어도 국가와 지역사회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고 했다.

더 나아가 "장애인 당사자들에게는 장애로 인해 위축되고 무기력한 정신에 불굴의 의지력을 심어주고 지금의 생활에 안주하려는 장애인들에게는 도전정신을 심어줌으로써 그들에게 잠재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촉매 역할을 해 주고자 한다"고 했다.

장애인 불가능, 무능력 아닌 신이 준 축복

ⓒ 밝은내일
최 씨는 "장애는 불가능, 무능력이 아니라 신이 준 큰 축복이며 선물"이라고 말한다. 이번 일본열도 종단에는 최 씨와 자원활동가이며 '밝은 내일회' 사무장인 이경자씨가 함께 했다. 최 씨는 전동휠체어를 입으로 조정해서 시속 13km로 움직이고 이 씨는 자동차를 이용해 최 씨를 보호하며 뒤따르는 형태로 진행됐다.

최 씨는 종단의 과정들을 계속적으로 자신의 홈페이지(http://www.where.co.kr/hyun)를 통해 일기 형식으로 연재했다.

최 씨는 일본열도를 생사를 넘나들며 종단하면서도 국내 장애인 문제에 대해 관심을 놓지 않았다. 최씨는 게시판에 5월 2일 "일본열도에 국위를 떨치고 귀국하면 청와대를 응징하겠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차가운 비바람이 몰아치는데도 일본열도에 태극기를 휘날리면서 국위를 떨치는데 한국의 소식을 인터넷으로 접하고 힘든 몸이 더 힘이 쑥 빠집니다. 정녕, 국민의 참여, 국민의 안전, 소외되지 않고 동등하게 살 수 있도록 차별금지를 하겠다고 한 새 정부가 이렇게 부정부패를 감싸주고 다같은 사람을 차별하고 인권을 짓밟아도 되는 것입니까?

에바다 문제 뿐만 아니라 꽃동네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했는데도 이리저리 떠넘길뿐 청와대에서는 아무런 답이 없었습니다. 이러고서도 말 그대로 노무현 정부가 국민의 정부라고 말할수 있습니까? 만약에 비서관님이 보고를 안했다면 청와대도 볼짱 다 본 것입니다.

나라를 위해서 큰 일을 하는 제가 외국에서 이런 글을 써야 되겠습니까? <오마이뉴스>에 에바다문제에 대해서 새롭게 기사가 올라와있습니다. 듣지도 못하고 말못하는 농아인이 그렇게 호소하는 편지를 했는데 어찌 국민의 대통령이 외면한단 말입니까"

"일본 종단 후 청와대 응징하겠다"

ⓒ 밝은내일
최 씨는 일본의 종단 지역에서 받았던 느낌들도 진솔하게 기록하고 있다.

"6월 6일 금요일 날씨 맑음. 횡단거리 79킬로미터 온도 14도

산길로 갈수록 길은 높아지고 높은 언덕만 나왔다.
밧데리는 오르막길을 오른다고 평소 때보다도 더 빨리 소모가 되었다. 그렇게 높은 산길인데도 길은 너무나 잘 닦여 있어 고장난 말썽을 부리는 휠체어지만 별 무리없이 잘 굴러갔다.

기분이 왜 안좋았는가 하면 전동휠체어를 차에 올리고 내릴 때 사용하는 경사로를 이 선생이 어제밤에 잃어버렸기 때문에 어떻게 수습도 못하고 전동휠체어를 당장 차에 올리고 내리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어 화가 난 것이다. 임시방편으로 아침에 일어나 휠체어를 타고 다니면서 구석구석을 뒤져 나무판자를 구해 임시로 사용하기로 했다."

그는 64일간의 종단여정을 통해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고 한다. 그를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반갑게 격려를 했고 즉석에서 주머니를 털어 용기를 북돋어 주었다. 어떤 이는 재배하던 딸기를 듬뿍 주기까지 했다고 한다.

쉼없는 종단은 비가오는 날에도 비옷을 입고 계속되었다. 그러나 계속적으로 휠체어에 앉아서 종단을 하다보니 몸에 무리가 왔고 허리를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가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람에 나부낄 때 보이는 태극기는 이국땅에서 그에게 새로운 힘과 용기가 되었다.

"세계평화를 위한 삿포르평화선언" 제안

ⓒ 밝은내일
어쩔 수 없이 날씨와 통증으로 인해 종단을 멈출 수 밖에 없었던 6월 1일의 일기에는 "종단의 골인지점까지 얼마 남겨두지 않고 또 미국에 있었을 때처럼 종단을 멈추고 고통스럽게 고생을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밖에 들지 않았다"며 혹시 종단이 불발로 끝날까 하는 걱정을 엿볼 수 있었다.

쉼을 위해 숙소를 찾으려고 했으나 방도 없고 너무 비싼 가격으로 엄두를 못내기도 하고 때론 자동차 기름값이 떨어져 난감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그의 일기에는 그려져 있다.

이런 역경가운데 64일만에 3,400여 km의 여정을 마칠 수가 있었다. 종단 이틀째인 15일 저녁 7시에 최창현 씨는 종단성공 환영행사에서 "세계평화를 위한 삿포르평화선언"을 낭독했다. 이 선언을 통해 최씨는 "세계평화와 행복을 위해서 전쟁의 종식과 핵과 같은 위협이 사라져야 함"을 역설했다.

세계평화를 위한 삿포르평화선언

최초로 입으로 전동휠체어를 조정하여 일본열도 종단을 성공시킴으로서 인류의 영원한 염원인 평화가 온누리에 실현되길 기원하며 삿포르평화선언」을 전세계에 띄워 보낸다.

특히, 홋카이도는 일본의 가장 북단에 위치한 일본에서 가장 큰 섬으로서 때묻지 않은 아름 다운 강과 숲, 산과 같은 자연이 있고 사람들도 다른 어느 곳에서도 느끼지 못한 뜨거운 마 음과 정이 넘쳤다.

홋카이도 뿐만 아니라 지구상의 모든 아름다운 자연과 인류는 평화가 존재해야만 유지되고 보존되어질 수 있다.

20세기에는 세계 1차대전과 2차대전을 비롯한 수많은 전쟁이 있었고 그 중에서 일본은 2차 대전에서 깊고 큰 상처를 낳았으며 우리 한국도 625전쟁으로 인해 수많은 생명이 희생되었고 남북한이 분단되어 부모 형제가 이별을 하는 등 지금도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아 있다.

새천년 21세기가 시작되자마자 이라크전쟁으로 수없이 많은 생명들이 희생된 것은 21세기 인류역사에 전쟁의 첫 비극인 것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21세기에 더 이상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 인류가 가진 첫 번째의 과제이며 임무인 것이다.

이제 역사의 뼈아픈 교훈과 전 인류의 존재론적 위기에 당면하여 평화의 또 다른 이름인 홋카이도에서 21세기를 평화의 세기로 열어가고자 평화와 사랑의 고장 이곳 삿포르에서 우리는 온 세계와 우주를 향하여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하나. 지금 이 순간에도 전쟁을 치르고 있는 지구상의 모든 나라와 적대적 대치상태에 있는 민족분쟁 당사자들은 온 인류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서 즉각 전쟁 또는 적대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하나. 냉전 종식 이후 21세기의 세계는 무한경쟁이라는 비정한 적자생존의 원리에 지배되어 또 다른 적대 행위에 돌입하고 있다. 자국의 이익만을 위해서 전쟁을 도발하고 나라들간의 분열을 조장하고 무기와 군비를 증강하여 새로운 세계3차대전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지도자들은 더 이상 인류를 파멸시키는 적대행위와 전쟁은 중단하고 세계 평화를 지키는데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하나, 이제 평화는 온 인류의 생명의 문제가 되고 있다. 전쟁이 없다는 소극적 의미를 넘어 천지의 모든 생명이 위와 아래가 없고, 모든 공동체와 개인사이의 벽이 소멸되는 생명의 무궁한 화합으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하나, 핵은 인류의 파멸을 가져오는 것이기에 핵을 오래 전부터 보존하고 가지고 있는 나라는 핵을 먼저 전면 폐기해야하며 또한 인류에 해를 입히는 핵개발은 완전 중지되어야 한다. 핵을 폐기하지 않고서는 새롭게 핵 개발하는 것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하나. 전쟁의 상처를 가지고 있는 한 일 우리 두 나라는 동북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 평화를 위해서 동반자적 관계로 같이 협력하여 21세기를 평화의 세기로 만드는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2003년 6월 15일

/ 일본종단자 최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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