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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곡온천지구 종괘산에 있는 남근바위.
ⓒ 최연종

전남 화순 도곡 온천지구 인근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흥미로운 3개의 바위가 있다. 이 바위들은 한결같이 성적(性的)인 색깔을 짙게 풍기고 있다. 원화리 종괘산(鍾掛山)에 남근석(男根石)으로 알려진 바위가 있고 바로 건너편에서 여자바위가 남근석을 바라보고 있다. 남자바위와 여자바위가 서로 마주보고 있는 것이다.

▲ 남근바위 건너편 월풍재에 있는 주먹바위(인괘암).
ⓒ 최연종

한국회관 건너편 월풍재에는 주먹바위(인괘암, 목전바위)가 있는데 가까이서 보면 영락없는 남성의 ‘거시기’다. 한 여자를 두고 멀리서, 가까이서 삼각관계를 연출하고 있는 형국이라 할 수 있다.

종괘산에 있는 바위는 보는 사람의 마음과 방향에 따라 모양을 달리 한다. 남근바위, 주전자 바위, 문필봉, 쌍교암, 솥뚜껑 바위, 고동바위 등 이름도 수없이 많다.

천암리 온천쪽에서 보면 불끈 치솟은 모습이 남성의 ‘거시기’를 닮았는가 하면 남평쪽에서는 주전자로 보인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쌍가마를 닮았다. 그래서 쌍교암(雙轎岩) 이라고도 불린다. 능주 읍지에는 소뿔을 닮았다고 해서 각암(角巖)이라 기록돼 있다.

▲ 남근바위를 가까이서 보면 쌍가마를 닮았다.(쌍교암)
ⓒ 최연종

원화리(元花里)는 원동(元洞) 마을과 화남(花南) 마을 등 2개의 자연 마을로 이뤄졌다. 원동의 원(元)자와 화남의 화(花)를 합쳐 원화리(元花里)로 칭한 것이다. 도곡 출신 김실 의원의 남근 바위 인근 지형에 관한 풀이가 그럴싸하다.

“꽃은 여자를 상징하고 주전자는 술을 연상케 하는데, 술과 여자가 주먹바위라 불리는 남자의 ‘거시기’와 어울리는 형국”이라는 풀이다. 때문에 인근에 유흥업이 성업할 수밖에 없다는 우스개 이야기도 나온다는 것.

실제로 “주변에 모텔이 번창하고 음식업이 늘어나는 것도 남근바위와 무관치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평소에 부부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여성도 이 바위만 보면 사랑을 나눈다는 속설이 전해온다.

▲ 목장아래에서 바라본 남근바위.
ⓒ 최연종

남근 바위는 원화리와 신덕리 쪽에서 보면 붓끝처럼 생겼다. 그 쪽 주민들은 점잖게 문필봉(文筆峯)이라고 부른다. 그 바위가 문필봉으로 보이는 원화리와 신덕리 등에서 걸출한 작가들이 많이 나왔다.

문필봉의 정기를 받았기 때문인지 문병란 시인이며 김능자씨, 정려성씨, 김신운씨, 정영기씨 등 이름만 들어도 금방 알 수 있는 작가들이 이 근방 출신들이다. 작은 마을에서 유명한 작가들이 많이 나온 이유도 우연의 일치는 아닐 성 싶다.

▲ 남근바위는 가까이서 보면 주전자 모양으로 바뀐다.
ⓒ 최연종

남평쪽에서 보면 주전자를 닮았다. 원래는 주전자 뚜껑 모양의 바위가 꼭대기에 걸쳐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30여년 전. 이웃 청년들이 바위 꼭대기에 올라가 뚜껑 모양의 바위를 아래로 넘어뜨리는 바람에 주전자 뚜껑이 사라져 버렸다. 이 때문에 바위를 넘어뜨린 청년은 병명도 모른 채 시름시름 앓다가 죽었다고 전한다.

▲ 남평쪽에서 바라본 남근바위. 멀리 주전자 모양이 보인다.
ⓒ 최연종

굿을 해보니 산신령이 노했다는 점괘가 나왔고 무당은 주전자 바위 위치를 알려주며 굿을 해 액운을 쫓으라고 일러준다. 그래서 여러 날 동안 굿판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이진백(화순읍 앵남리)씨는 당시를 이렇게 회고 했다.

“서당에서 글을 읽고 있을 때 주전자 바위에서 굿하는 소리가 들려 알아보니 청년이 바위를 넘어뜨린 뒤 죽었는데 부모가 굿을 한다고 들었다”며 “굿 소리는 여러 날 계속됐다.” 고 말한다. 청년은 비록 목숨을 잃었지만 주전자 뚜껑이 열리면서 펄펄 끓는 물이 넘쳐흘러 오늘의 도곡 온천이 탄생하지 않았을까….

▲ 남근바위에서 바라본 화순읍 앵남리 모습. 바로 앞 바위는 주전자 주둥이 모양..
ⓒ 최연종

남근 바위로 가는 길은 크게 두 갈래다. 한국회관 뒤 등산로를 따라 가는 길과 찜질방 뒷길을 따라 가는 코스가 있다. 찜질방 뒷길을 따라 가면 저수지가 나오고 다시 300여미터를 가면 흑염소 목장을 만난다. 목장까지 차량을 이용할 수 있다. 목장 옆 등산로를 따라 30분을 오르면 남근 바위에 이른다.

남근바위는 적당히 떨어져서 보면 남성의 심벌에 가깝지만 가까이 갈수록 남근은 주전자 모양으로 바뀐다. 다시 바위 앞에 바짝 다가서면 두개의 바위로 나뉘면서 쌍가마 모양으로 변하는 것이다. 바위 지름은 족히 30여m나 되는 데다 높이는 50여m가 넘어 천길 낭떠러지. 바닥에서 꼭대기까지는 다시 10여m가 솟아 있어 오르는데 여간 힘들지 않다.

▲ 남근바위 정상. 도곡온천지구 모습이 한반도 지도를 거꾸로 펼쳐놓은 것 같다.
ⓒ 최연종

손에 땀을 쥐며 꼭대기에 오르니 반반한 터에 염소 배설물이 가득하다. 방목하고 있는 염소가 정상까지 오르고 있는 것이다. 도곡 온천 쪽을 바라보면 주변 논밭들이 마치 한반도 지도를 거꾸로 세워놓은 듯 펼쳐져 있다. 신의주에 해당하는 곳이 발치 아래에 있는 저수지다.

▲ 남근바위와 마주보고 있는 여자바위. 얕은 계곡 주변에 무성한 숲이 우거져 있다.
ⓒ 최연종

바로 건너편 산에는 여자바위가 남근석을 마주보며 손짓한다. 얕은 계곡 주변에 무성한 숲이 우거진 채 여자바위가 수줍은 듯 숨어 있다. 부부끼리 남근석에 올랐다가 여자바위를 바라보며 서로 얼굴을 붉힌 이유를 알 듯 하다. 여자바위에는 아무리 가물어도 가느다란 물줄기가 바위를 타고 일년 내내 흘러내린다.

음석(陰石)에는 물이 있다는 말이 있듯 자연의 오묘한 이치에 고개가 끄덕여 진다. 여자바위를 알고 있는 사람은 손을 꼽을 정도.

고길태(64, 원화리)씨는 “양석(陽石)이 있으면 반드시 음석이 있기 마련”이라며 “겨울이면 그 곳에 얼음이 하얗게 박혀 색다른 감흥을 불러일으킨다”고 말한다.

남근 바위 아래에는 베틀을 닮았다는 베틀바위가 자리 잡고 있다.

▲ 쌍교암(남근바위) 사이로 본 종괘산 정상모습.
ⓒ 최연종

월풍재에 있는 주먹바위도 높이 10여미터, 지름 4m로, 가까이서 보면 남근석이다. 일찍이 도선국사는 앵무산에서 좌우 산천을 돌아보던 중 왼쪽에 쌍교암(남근바위)이, 오른쪽에 인괘암((印掛岩,주먹바위)이 있으니 옥쇄를 지닌 쌍가마 탄 귀인이 나올 것이라 예언했다고 전해 온다.

도선국사의 예언대로 여기서 귀인이 나올지는 두고두고 희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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