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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일 전 조합원 수련대회 모습.
지난달 3일 전 조합원 수련대회 모습. ⓒ 현대자동차노조
"98년 IMF 당시 경영자들의 잘못된 경영정책으로 위기를 초래했고, 그 고통은 묵묵히 일해 온 노동자들에게 전가됐습니다. 그 후 2001~2002년 현대자동차는 사상 최대 흑자를 냈지만 잘못된 경영정책 및 정부정책으로 또 다시 노동자들에게 책임이 전가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25일 부분파업을 시작으로 전국 3만9000 조합원이 '근로조건 저하 없는 주 40시간 쟁취, 비정규직 차별 철폐, 해외 자본 이동 반대'를 요구하고 있는 현대자동차노조. 현대자동차노조판매본부 대전충남지부 사무실을 찾은 4일 오후에도 3시간 부분파업이 진행 중이었다.

대전충남지부 사무실에서 만난 김현수(36) 지부장은 열흘째 철야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지난 4월 18일 임단협 첫 교섭을 시작으로 16차례 교섭을 진행해 온 현대자동차는 지난달 13일 142개 단협 조항 중 노조가 제시한 80여개 조항 개정·신설 요구에 사측이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혀 협상이 결렬된 상태다.

김 지부장은 "현재 노동계의 현실이 노동자를 투쟁의 현장으로 불러내고 있다"며 "허울뿐인 노사화합이 아니라 노동자를 대등한 인격체로 보고 우리의 정당하고 절실한 요구를 묵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현수 지부장과의 일문일답.

현대자동차노조판매본부 대전충남지부 김현수(36) 지부장
현대자동차노조판매본부 대전충남지부 김현수(36) 지부장 ⓒ 오마이뉴스 정세연
- 현대자동차노조의 쟁의 진행 상황은?
"지난 4월 18일 임단협 첫 교섭을 시작으로 16차례 교섭을 진행해 오다가 지난달 13일 142개 단협 조항 중 노조가 제시한 80여개 조항 개정, 신설 요구에 사측이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혀 협상이 결렬된 상태다.

지난달 30일 사측이 비임금성 부분에 대해 일괄제시안을 내겠다며 노조에 교섭을 요구했지만, 4일 진행된 교섭에서 노조는 사실상 내용이 없고 사측의 수용 불가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 오는 7일~9일 주야 3시간 부분파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또 오는 8일에는 차기교섭이 예정돼 있다."

- 정부의 노동정책 무엇이 문제인가.
"노무현 정권이 들어선 이후 친노동자 정권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파격적으로 대통령이 양대노총 사무실을 직접 방문해 신 노사문화 만들어내겠다고 약속했지만, 노 정권 출범 이후 노동계와 부딪히는 행태를 보면 과거 김대중 정부나 군부독재정권에서 보여준 그대로이다.

자본의 노동자 탄압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라 치밀하게 준비된 것이다. 두산중공업 사태나 대우자동차 판매노조 일 등을 볼 때 자본가들이 노동계를 탄압하고 와해시키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해 온 것을 알 수 있다. IMF 이후 현대자동차의 무급휴직을 했던 노동자들이 복귀하고 대우자동차 해고 노동자도 일부 복귀가 됐지만, 이미 정부나 자본가가 정책을 위반하고 노동자의 56%가 비정규직으로 전락한 상황에서 그것은 별 의미가 없다.

노동여건은 더욱 악화됐고, 노동시장 유연화로 자본가는 언제든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치밀하게 준비된 결과이고 노동자는 언제나 고통 분담을 요구받으며 희생양이 되는 것이다."

- 최근 노조의 파업이 잇따르고 있다.
"철도노조, 전교조 등 모두 깨졌다. 현대자동차노조가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 시점이다. 우리마저 깨진다면 노동계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다. DJ정권의 비호 아래 자본가는 노동자 탄압을 준비했고 IMF 이후 자본가들은 '노사화합'을 내걸었지만 허울만 좋을 뿐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노동자들은 그나마 만들어왔던 것을 지키기도 어려운 실정이고, 이제 더이상 자본에 뺏길 것도 없다. 노동계는 현재 벼랑 끝에 서있다.

노사 중재를 한다는 정권은 이편이 됐다 저편이 됐다 하면서 오히려 뒤죽박죽 상처만 내고 있다. 현 노동계 현실이 노동자를 투쟁현장으로 불러내고 있다. 이는 자본가가 만들어낸 현실이다.

언론도 문제가 많다. 노동자들의 요구가 어떻게 나오게 된 건지, 얼마나 절박한 현실 속에서 나오게 된 건지 파악하지 않고 한 쪽 편만 들고 다른 편은 죽여 버린다. 차라리 중립에 서서 정확한 사실만 전달해라. 지금 시민들은 빨간 조끼만 봐도 '죽일 놈'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노동자는 죽지 않는다. 언제든 다시 결집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다."

ⓒ 오마이뉴스 정세연
- 산별노조 전환이 무산됐는데.
"작년 12월, 현대자동차 노조 산별 노조 전환을 취해 조합원 총회 등을 준비했으나 시기나 여건 등에 이견이 생겨 2003년 임단협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그런데 결국 잘 되지 않았다. 현대자동차의 조직적인 방해 작업도 많았다.

또 노동자 사이의 이견이나 시기에 대한 이견 등이 있었다. 울산 공장에는 사내 하청 노동자들이 많다. 이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다. 반면 울산공장의 노동자들은 정규직으로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그들의 방패막이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현실적인 여건들이 산별노조 전환을 어렵게 한 것이 아닌가 한다."

- 앞으로 계획은?
"노동의 주체로서 주체적인 역할을 해나갈 것이다. 우리의 요구안이 정권이나 자본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다. 중추적 역량을 기대했던 철도노조마저 깨지고 노동계가 힘을 잃은 것이 사실이다. 이제 현대자동차노조가 짊어지고 선봉적 역할을 할 것이다.

회사는 전반적 정책개선이나 구조적 개혁을 이루지 않고서는 살아나갈 수 없다. 경영주체가 똑바로 해야 한다. 노조의 요구가 그렇게 어렵고 무거운 것이 아니다. 우리의 요구가 어떤 배경 속에서 나오게 된 건지 회사는 면면히 따져봐야 한다.

말로만 노사대등 운운하지 말고 노동자를 대등한 인격체로 봐달라. 현대자동차의 사훈인 '현장경영, 투명경영, 신뢰경영'은 말뿐이다. 자본가가 바뀌지 않는 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한 현장경영 투명경영이 어떻게 이뤄질 것이며, 또 그 속에서 어떻게 신뢰가 생기겠나.

우리의 정당하고 절실한 요구가 현대 자본에 의해 묵살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것만이 현대 자본이 노동자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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