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1일 대책위는 결의대회를 갖고 두 단체장에 대한 퇴진운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11일 대책위는 결의대회를 갖고 두 단체장에 대한 퇴진운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광주전남지역 공직사회에서 잇따라 인사와 공사 관련 비리가 드러나면서 시민사회단체들이 해당 자치단체장에 대한 주민소환 운동에 나서는 한편 공무원들도 불복종 운동을 벌일 태세여서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국공무원노조(이하 전공노) 전남본부를 비롯한 29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8일 '공직사회개혁과 부패척결을 위한 광주전남공동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발족하고 박태영 도지사와 송병태 광산구청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주민소환운동, 불복종운동 등 끈질긴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지난 5월부터 인사나 공사와 관련한 비리가 광주전남지역 지자체에서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전남도와 광산구청의 사례다.

지난 6월 임인철 전남도 정무부지사가 2002년 수해복구 공사계약과 관련해 도청 계약담당 공무원에게 특정 9개업체와 계약하도록 지시해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됐다. 또 송병태 광산구청장의 부인 이모씨는 2001년∼2002년 사무관 승진과 관련 7명의 공무원으로부터 5200만원을 수뢰한 혐의로 구속됐다.

대책위, 전남도지사-광산구청장 사퇴 촉구

대책위는 11일 전남도청 앞에서 80여명의 관계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결의대회를 열고 임 부지사의 해임과 두 단체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김정길 광주전남민중연대 상임대표는 "드러난 비리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며 "단순히 두 단체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공직사회의 부패 척결을 위해서는 박태영 도지사와 송병태광산구청장의 사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퇴요구를 받고 있는 송병태 청장(왼쪽)과 박태영 지사(오른쪽)
사퇴요구를 받고 있는 송병태 청장(왼쪽)과 박태영 지사(오른쪽)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또 민점기 전공노 전남본부장은 "박태영 지사는 취임 이후 정실·측근 인사로 인사시스템을 엉망으로 만들어 '정치공무원'을 대량 양산했다"면서 "오늘의 사태까지 온 것은 너무 당연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민 본부장은 "우리는 부정부패를 막기위해 투명한 전자입찰제의 전면도입을 주장해왔으나 단체장들이 묵살해 왔다"면서 "전면적인 전자입찰제 도입과 공정한 인사제도 도입을 요구하는 투쟁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설남술 전공노 부위원장은 "정무부지사는 직책상 공사계약을 할 수 없는데 검찰에서는 오직 부지사만 조사하고 있다"면서 "도지사는 '나는 모르는 일이다'고 하는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대책위는 지난 5월 송병태 광산구청장의 부인 이모씨가 사무관 승진 인사와 관련 공무원 7명으로부터 52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수감된 것과 관련 송 구청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대책위는 "인사특혜라는 대가 없이 어떻게 구청장 부인에게 거액이 주어질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주민투표와 불복종 운동 확산 움직임

대책위는 두 단체장에 대한 사퇴를 압박하기 위해 주민소환운동과 업무지시 거부, 사퇴촉구서명운동 등을 벌여나간다는 방침이다. 먼저 대책위는 송 구청장에 대한 주민소환 찬반 여부를 묻는 광산구민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대책위는 오는 13일까지 주민대표 10명으로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15일부터 24일까지 10일 동안 광산주민 27만여명 중 선거권을 가진 18만여명을 대상으로 주민소환 찬반 투표를 실시한다.

대책위는 광산구청 앞에 고정 투표소를 설치하는 동시에 이동투표소를 운영해 최소 2만(투표인수 10%)명을 투표에 참여시킨다는 목표다. 전남도지사에 대한 주민소환 투표는 전공노 전남본부의 논의를 거쳐 진행할 예정이다.

관련
기사
광산구청장과 전남도지사 퇴진운동 본격화

한편 전공노 광주본부와 전남본부는 비리에 연루된 고위 공직자에 대해 불복종 운동을 전개한다. 불복종 운동은 지난 5월 정부가 발표한 행동강령에 규정된 ▲부당지시에 대한 거부 ▲부당인사 청탁과 개입금지 등 규정에 근거한 것이다. 전공노 광주본부와 전남본부는 내부 논의를 거친 후 업무지시 거부 방법을 확정할 예정이다.

전공노 전남본부는 각 지부별로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으며 민주노동당 광산지구당 등 '인사비리 광산구청장 퇴진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도 "광산구청장 사퇴"를 요구하는 집회와 1인 시위를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한편 대책위는 ▲공사와 물품구매 등 계약에 전자입찰제 전면도입 ▲인사에서 단체장의 권한 축소 ▲다면평가 기준마련과 인사위원회의 실질적 권한 제고 등을 비리근절의 대안으로 주장하고 있다.

광주·전남 공직사회 비리로 '휘청'
비리규모 광범위하게 드러나

▲ 공사계약 비리로 구속된 임인철 정무부지사
ⓒ<시민의소리> 김태성 기자
지난 5월 행정자치부와 부패방지위원회는 공무원들이 금전·선물·향응을 받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공무원 청렴유지 등을 위한 행동강령(윤리강령)'을 발효했다. 이 윤리강령은 "너무 심하다" 싶을 정도로 엄격한 규정을 담고 있어 논란을 빚기도 했지만, 공직사회의 부패행위 근절을 위한 특단의 조치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최근 2달 사이에 드러난 광주·전남 지역 공직사회의 비리는 윤리강령을 무색케하고 있다. 이 중 두 비리사건은 자치단체장의 사퇴 요구를 받을 만큼 지역을 시끄럽게 하고 있다.

지난 6월 26일 임인철 전남도 정무부지사는 수해복구 공사 발주 과정에서 계약담당 직원에게 특정 업체와의 수의계약을 지시, 직권남용에 의한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구속 수감됐다. 검찰에 따르면, 임 부지사는 2002년 11월 태풍 루사의 수해복구 공사를 발주하면서 계약 담당 공무원에게 9개 업체와 15건(총공사비 25억5천여만원)의 공사 계약을 맺도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임 정무부지사는 공개경쟁 입찰 계획을 보고받고도 담당 직원에게 특정 업체와 계약을 맺도록했다. 전남도는 지난해 공무원과 건설업체의 조직적인 전자입찰 비리가 드러나 부패 척결을 약속했지만, 결국 고위 공직자의 전횡으로 또다시 입찰비리가 불거져 도민들을 실망케하고 있다.

또 최근 2002년 수해복구 공사비리로 인해 구례군 의원, 신안군의 담당 공무원 2명이 구속되고 고길호 신안군수가 11일 소환 조사를 받았다.

이에 앞서 5월 21일에는 광산구청장의 부인 이모씨는 사무관 승진 인사와 관련 지난 2000년∼2002년까지 광산구 공무원 7명으로부터 52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이모씨는 4년 구형을, 해당 공무원들은 2년 구형을 받았으며, 광산구청은 지난달 28일 구청장 부인에게 금품을 건넨 임모 동장 등 사무관 4명을 30일자로 무더기 직위해제하고 광주시에 중징계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또 광산구청 한 공무원은 지난달 인·허가 업무 관련 시공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기 했다. 검찰 조사에서 건축과 송모씨는 4개 업체로부터 수 차례에 걸쳐 모두 1700여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으며 심지어 인·허가 등의 업무를 담당하면서 수시로 건설업자들에게 뇌물을 요구하고 향응을 제공받기도 했다.

또 광주시내 한 구청 공무원 우모씨는 지난해부터 소위 '보도방'을 운영하는가 하면, 두 교장은 출장비를 불법으로 자신에게 지출하거나 발전기금을 유용해 역시 직위해제 당하기도 했다.

공직사회 내부 감시시스템 절실

이렇듯 자치단체와 교육계, 금품의 규모와 성격, 하위직에서 고위직까지 비위사실이 광범위하게 드러나고 있는 광주지역 공직사회에 대해 부패척결 요구 목소리와 함께 내부 제도적 장치의 필요성이 새삼 강조되고 있다.

특히 전남도 임인철 정무부지사의 경우와 같이, 일선 행정기관에서 단체장이나 상급자가 부당한 지시나 명령을 요구할 경우 하위직들이 이를 거부할 수 있는 법·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남도청 한 관계자는 "인사권을 쥐고 있는 상급자가 부당한 지시를 하더라도 잘못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불이익을 받지않기 위해서 따를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내부 고발자에 대한 신분보장을 제도적으로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최근 공포된 윤리강령 4조는 '상급자가 자기 또는 타인의 부당한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공정한 직무수행을 현저히 저해하는 지시를 하는 경우 당해 상급자에게 소명하고 지시에 따르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공직사회 특성상 '선언적 강령'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이를 현실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제도마련이 시급하다.

이와 함께 공무원 노조와 시민단체들이 요구해 온 ▲내부 회계관리제도 등 내부 감시장치 도입 ▲내부 고발자에 대한 법적 보호 ▲시민사회단체와 연계한 각종 위원회 구성 ▲전면적인 전자입찰제 실시 등이 요구되고 있다. / 강성관 기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